2일,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 경찰 자진 출두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검거령 해제 등 노동탄압을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6월 29일부터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 중이던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농성 35일만인 지난 2일 농성을 풀고 서울지방경찰청에 자진출두하였다. 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段)위원장은 ‘천주교회가 노·정 대치 국면을 풀기 위해 정부와 많은 대화를 거듭했고 정부도 노동정책 전반에 전향적인 조처를 취하겠다고 약속해 자진 출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위원장과 함께 농성을 벌여 온 민주노총 이홍우 사무총장,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 전공련 차봉천 위원장, 민주노총 신현훈 대외협력실장 등도 서울시경에 출두하였다. 단병호 위원장은 서울시경에서 간단한 조사만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으며, 양경규 위원장도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단위원장은 형집행정지가 취소되어 2개월 4일의 형기가 남아있다.

탄압은 투쟁으로 맞선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지난 1일 ‘정부와 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히는 등 단위원장의 출두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이러한 언급이 있은 바로 다음 날 민주노총은 명동성당에서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단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자진 출두를 결정하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자진 출두의 배경을 ‘하반기 현장의 투쟁을 더욱 힘있게 조직하기 위해서 농성을 마무리한다’고 설명하였으나 , 직접적 원인은 6월 이후 진행된 수 차례의 총파업과 총력투쟁의 실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정권은 6·12 총력투쟁을 불법 연대파업으로 규정하고 핵심 지도부에 대한 검거령을 내리는 등 민주노총의 존립을 위협하는 전면적인 탄압을 가해왔다. 이러한 사상유례없는 탄압은 민주노총이 정권 퇴진 투쟁의 최선두를 형성하고 있다는 원죄에서 시작된 것인 만큼 민주노총도 물러서지 않고 정치적 총파업, 10만 총력상경투쟁으로 맞섰다.

무산된 50년만의 정치적 총파업 선언

그러나 단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김대중정권을 위협할 만한 강력한 투쟁의 흐름을 형성하지 못했다. 50년만의 정치적 총파업 선언과 함께 울산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던 지난 7월초 현대자동차는 총파업을 선언했다 간부파업으로 수위를 낮추어 총파업 투쟁에 찬물을 끼얹었다. 10만 총력 상경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도 현장 노조로부터 투쟁을 결의하기보다는 정파적 논리를 앞세워 ‘3만이냐, 10만이냐’ 식의 입씨름으로 투쟁의 열기를 식혀 버렸다. 결국 상경투쟁은 투쟁의 불꽃을 이어내지 못하고, 민주노총의 투쟁이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단병호 위원장의 위기는 이렇게 민주노총 안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백기항복 그러나 비난보다 반성을

이러한 시기 6월 20일, 43개 시민·사회·민중운동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루인 민주노총과 연대하여 강력한 반정부 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민중운동 진영이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막아내고, 정권퇴진 투쟁을 확대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는지는 의심스럽다. 아무런 준비없이 집회 참석에 자위하고, 과격한 언어를 동원해 자신을 포장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지난 상반기 정권 퇴진투쟁의 선봉이었던 단위원장은 결국 사면초가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진출두라는 형식으로 백기항복을 선언했다. 이는 단위원장 개인은 물론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했던 우리 당 그리고 모든 민중운동에게도 치욕스러운 일이다.

단위원장의 부재로 근거없는 상반기 투쟁의 모든 책임을 지도부로 떠 넘기는 논의 등 개량주의 세력의 준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대중정권 또한 끊임없이 노사정위로의 복귀를 유혹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백기항복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상반기 민주노총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더욱 치열한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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