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자취와 작업장 감시방법의 예상
지난 8월9일 전라북도 익산시 2공단 내에 있는 (주) 대용의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작업장내 감시카메라에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였다.
이를 지켜보면서 몇 년 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RF카드 도입 문제가 지역 내 인권문제로 부상하였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노동자의 『인격존중과 프라이버시 보호문제』와 사용자의 『생산성 증대와 합리적&과학적 관리 기술의 도입』이라는 명제가 강하게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감시 받기를 거부하는 자의 항변과 감시하고자 하는 자의 필연적 변명이 동시에 공존한다. 그리고 이 항변과 변명의 틈바구니에는, 이렇게 저렇게 담기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자신의 모양이 변하는 ‘물’과 같은, 현대 사회의 눈부시게 발달한 『기술』이 존재한다.
핵이 잘 쓰이면 불치병의 환자를 치료하지만, 잘 못 쓰이면 수많은 사람과 이유 있는 존재들을 동시에 한 줌의 재로 만들기도 한다. 바로 기술의 양날이다.
산업혁명 직후에 시대까지만 해도 작업장 감시의 방법은 옛날 노예제도시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동자들과 그들 가운데 ‘주인’의 눈에 드는 어여쁨을 받는 노예가 눈을 번득이며 주인에게 충성하고 같은 노동자들을 핍박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노동자들의 힘이 조금씩 조직화되고 거세어지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도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소위 국가의 법체계의 틀안에서 ‘수정자본주의’ 내지는 ‘사회적 자본주의’라는 개념의 규범들을 만들어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부당노동행위’라는 사용자의 행위 유형들을 규제하고, 가식적이라고는 하더라도 ‘노동부’라는 이름의 관리들이 생겨났다.
이제 사용자들은 권력의 틀 안에서 과거와 같은 행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찾아 낸 방법이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도록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방법을 응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전화를 통한 모니터링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보기도 하였고,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는 개인의 컴퓨터를 모니터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도대체가 만족할 수 가 없었다. 노동자들을 ‘실시간’으로 통제할 수만 있다면 하는 소망은 수 많은 방법들을 개발해 내게 하였다.
기술진화의 발자취
그 기술들의 발자취를 회자해보면 다음과 같다.
그 첫 번째가 폐쇄회로TV를 이용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원래는 보안경비 등의 목적으로 개발된 이 기술이 작업장에 그래도 적용이 된 것이다.
두 번째는 RF카드이다.
이 역시 중요시설물에 대한 출입통제 및 보안경비의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지만 ‘효과적이고 과학적인 인력관리의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사업장 영역에 그대로 적용이 되었다.
세 번째는 ‘DAS’시스템이다.
지금까지의 기술들을 집약하여 노동자의 작업생산량과 일일목표량 등을 그래도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노동자의 ‘인간적 가치’는 그대로 소멸되고 작업을 위한 ‘도구적 가치’로서의 효용가치를 극대화 시켜주고 있는 기술이다.
작업장 감시의 방법 예상
그럼, 이제 앞으로 출현할 수 있는 작업장 감시의 방법을 예상하여 보자.
지금은 CC-TV의 방법들이 저장장치의 대형화 및 번거로움들의 이유로 디지털영상저장장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보안경비 및 교통통제, 환경단속 등을 이유로 먼저 개발이 되었지만 아주 빠르게 작업장으로 적응되어지고 있다.
거기에 디지털 방식의 경우 원격지에서 상하좌우, 줌인, 줌아웃은 물론이거니와 ‘특정인’을 고정하여 어떤 움직임만 있어도 카메라가 따라가며 감시를 할 수 있다.
또, 기존 방식은 모니터가 설치된 한 곳에서만 감시가 가능하였으나 디지털 방식은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안경비 목적으로 개발된 음성, 지문 인식 시스템 기술과의 접목이다.
이 기술들이 작업장에 접목이 된다면 노조의 ‘특정인’의 음성이나 출입시 ‘지정’된 지문을 따라 감시가 가능하다.
그렇게 된다면 사용자로부터 ‘지목’된 사람은 움직임, 음성, 지문 등의 갖가지 자신의 감시꼬리를 달고 작업장에서 일을 해야하며 디지털방식에서는 현장 생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목’된 사람의 모든 말소리까지도 디지털저장장치를 통해 ‘생생’하게 사용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8/9 노동감시CCTV 대용노조탄압 관련 기자회견문
첨단 노동자감시도구 CCTV까지 활용하는
노동탄압 종합박물관을 고발합니다.
– 감시없는 노동현장에서 일할 권리, 탄압받지 않고 노조활동을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
1.민주노총전북본부, 금속연맹 전북본부, 대용노동조합은 오늘 익산공단 소재 (주)대용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탄압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객관화하여 밝혀야할 필요를 느겼습니다.
2.이는 일단 기본적으로 (주)대용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일관되게 노조파괴공작을 진행해왔고 이제 공장이전을 통한 노조파괴설까지 나오는등 심각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점때문이지만, 7월 22일 이후 새로 등장한 CCTV를 이용한 ‘노동자감시’가 갖고 있는 ‘반노동자적, 비인간적 성격’에 주목하기때문이기도 합니다.
3.작년 8월 대용노동자들이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조를 만든 이래 (주)대용 노사는 2000년 임금 및 단체협약도 체결하고, 다시 2001년에 임금협약을 체결하는등 노사간 협상을 계속해왔다고 판단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 전개되었지만 왠일인지 사측은 노조에 대해 일관되게 ‘있으면 안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파괴공작’을 진행해왔다는 사실들이 하나하나 확인되고 있습니다.
노조간부사찰, 노조간부 징계, 부당노동행위등 초보적인 수법부터 공장이전설까지 흘리는 노동탄압의 종합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동탄압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지키는 것은 헌법상의 상식인 “탄압받지 않고 노조활동을 할 권리”를 사용자로 하여금 인정하게 만드는 “상식을 지키자는 투쟁”이라고 우리는 판단합니다.
1.조합원 및 간부들에 대한 감시 사찰
– 2000년 10월 단체협약을 체결 뒤 약 2개월간 D/C 라인 비조합원 조장을 통해 매일 조합원과 간부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분(分)단위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 확인
– 고성능 디지털 녹음기를 비조합원 조장이 휴대하여 조합원들과의 대화를 녹음, 감청한 사실 확인
2.노조간부에 대한 부당해고, 징계를 계속
– 지난 해 10월부터 2개월 여 동안 보고서와 디지털 녹음기를 이용한 불법 감시와 감청에 근거하여 12명의 조합원과 간부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9명을 해고 : 9명 전원 부당해고 철회투쟁 승리
– 7월 18일, 자기 임무를 하지 않고 수시로 현장을 이탈하여 작업에 지장을 주는 비조합원 조장에게 항의한 간부와 대의원을 사측은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조장은 징계안함(단체협약 위반)
– 7월 25일, 700℃에 달하는 알루미늄 주물을 뒤집어쓰는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단체협상에 명시된 대로 작업을 중지하고, 노동조합은 몇차례 재발방지와 현장조사를 요구하였으나 사측은 요구를 무시하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음
– 단협의 산업안전 규정에 근거하여 퇴근한 조합원들에게 현장을 무단이탈했다며 일반 조합원들까지 징계위에 회부하겠다는 등 협박(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
3.계속되는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
– 사측은 지속적으로 공고문을 통해 ‘노동조합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 ‘위원장이 사업체를 차렸다.’는 등 온갖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음
– 사측은 노조총회나 대의원회의의 안건을 사측과 상의하여 결정하라, 노조전임자의 활동을 보고하라는등의 부당노동행위를 계속하고 있음
4.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공장이전설까지
– 공장이전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도구로 사용자측이 주로 활용하고 있는 구식수법(舊式手法)
– 지난 5월 임금협상을 하고 있는 동안에 사측은 안산에 공장을 매입하고 공장이전설 흘림 – 익산에 계속투자를 하려고 했으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익산공장을 포기하고 안산으로 옮기려한다!
– 이는 공장을 이전하면서 생존권이 박탈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극대화시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조합활동을 열심히하는 노동자를 선별해 내려는 의도로 보임
4.게다가 지난 7월 22일 갑자기 설치된 CCTV문제는 사측의 노조탄압의지를 백일하에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사측은 CCTV의 설치목적이 “‘사고’와 ‘도난방지’의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동안 단 한차례의 도난과 파손행위가 없었던 상황인데다가 도둑질할 물건(자동차부품?, 원재료?)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현장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작업장안에, 그것도 작업라고 있는 노동자들을 전방위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치해놓은 CCTV가 사측 주장대로의 용도만 있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사실 이 CCTV는 비조합원이자 사측 현장관리자중 하나였던 임중완조장이 지난 7월 31일 퇴사하면서 노동조합을 찾아와 양심선언을 하면서 확인된 ‘디지털녹음기’의 후신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대용 사측이 디지털 녹음기, CCTV 등 첨단기기를 이용한 노동자감시까지 했다는 사실은 CCTV의 본래의도를 짐작하게 합니다.(임중완 전조장의 경우 노조감시 및 탄압지시에 의한 과중한 압박감으로 병원치료를 받기까지 하였습니다)
디지털녹음기를 통한 현장통제의 경우 대화 내용이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에게 통보된 적이 없으며 비조합원 조장에게만 지급되어 조합원과 간부들에 대해 불법적 감시와 사찰이 이루어졌습니다. 디지털 녹음기의 성능은 두꺼운 겨울옷 안에 보이지 않게 넣고 녹음해도 대화 내용을 뚜렷하게 들을 수 있고 녹음 시간이 24시간이나 되는 고성능 녹음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녹음내용에 근거하여 징계가 행해졌다 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것는 디지털녹음기와 CCTV가 모두 ‘도난’과 ‘사고’를 막는 도구가 아니라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도구라는 진실을 드러낸 것이라 봅니다.
5.민주노총전북본부, 금속연맹전북본부, 대용노조는 CCTV와 관련하여서는 더욱 특별하게 관심을 갖습니다. 그것은 “현장사람들간의 미소가 사라졌다” “모든게 귀찮다” “집에 가서도 걱정을 한다” “보이지 않고 있는 곳에서 누군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신적인 스크레스” “감시카메라를 의식하게 되며 작업할 때도 신경이 쓰인다”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할 수가 없다” “몸과 마음이 경직된다” “화장실에 가야해도 참게된다” “기분이 나쁘다” “답답하다” “부끄럽다 과련 이렇게 살아야하나”라고 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비참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노동력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만큼은 회사의 통제아래 일해야하는 것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회사에 판매한 노동시간’이 ‘목표한 생산물량’을 넘어서서 일거수 일투족 – 웃음, 기분, 눈빛, 손짓, 숨소리, 따뜻한 대화, 오붓한 한 대의 휴식시간 담배한대 – 까지 판매한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는 임금에 매인 노예가 아닙니다. 노동자는 인간입니다. 회사는 “노동자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런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6.민주노총전북본부가 대용사건을 맞이하고 점검해본 결과 전북지역의 경우 97년 풍남여객 CCTV카메라 설치, 98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RF카드 도입, 2000년 개정병원의 CCTV와 관련된 “작업장에서의 노동자감시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들 모두가 양심이나 경영효율성, 안전관리등의 경영상의 목표를 내세웠지만 당시 민주노총전북본부등 노동조합에서는 이런 첨단 기기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일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개정병원과 대용의 사례에서 이러한 노동자감시와 노동조합탄압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7.요즈음 정보화의 역기능 때문에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되어 “평범한 사람이 자유와 편안함을 누리는 익명의 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사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아주 오래된 문제제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작업장에까지 그러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범한 노동자가 자유와 편안한 기분으로 생산활동에 전념하는 현장”을 원합니다. 우리는 “감시없는 현장에서 일할 권리”를 요구합니다. 아직 기본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를 다양한 노동권과 프라이버시권의 한 영역으로 봅니다. 우리는 반드시 현장으로부터 반감시권과 작업장프라이버시권을 쟁취할 것입니다.
8.민주노총전북본부, 금속연명전북본부, 대용노조는 (주)대용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최첨단 노동자감시도구까지 활용한 노동탄압의 종합박물관”으로 규정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고발합니다. 우리는 이 공개고발을 통하여 대용 사측이 그동안 자행해오던 노동자감시와 노조탄압행위를 전면중단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사용자가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주)대용의 문제를 (주)대용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노동권과 인권의 문제로 받아안고 투쟁해나갈 준비가 되어있음을 밝힙니다.
우리는 기어이 가장 먼저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24시간 감시하는 CCTV를 없앨 것입니다. 동시에 디지털녹음기와 CCTV를 이용하여 사용자가 달성하려했던 본래목적인 노조탄압과 공장이전설까지 흘리며 기도하였던 노조파괴책동을 무력화하고 포기하게만들어 노조를 대화상대로, 공존의 파트너로 인정하게 만들 것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상식이 통하는 현장’입니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오직 현장에서 느끼는 ‘노동자의 진실’과 ‘인간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노동자의 권리’는 지켜져야한다는 소박한 의지뿐입니다. 전북지역사회의 깊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2001년 8월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지역본부(본부장 염경석 244-8147)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전북본부(본부장 김형렬 245-5215)
대용노동조합(위원장 박성준 835-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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