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안건모

시내버스요? 기사들도 힘듭니다

화전에서 서울역까지 다니던 우리 147번 시내버스가 지난 21일 노선단축으로 홍제동 유진상가에서 잘렸다. 회사는 ‘탕수’를 많이 나오게 하려고 첫차 시간도 5시에서 4시50분으로 당기고 기사들한테 쉬는 시간도 안 주면서 ‘뺑뺑이’를 돌리려고 했다. 탕수는 하루에 노선을 몇 바퀴 돌았는지 그 횟수를 말하고, ‘뺑뺑이’는 춤이 아니라 쉬는 시간도 없이 노선을 돌아오는 걸 말한다.

노선이 바뀌고 정신 없이 다니던 3일째 24일, 내가 첫차였다. 새벽 4시50분에 노선을 한바퀴 돌아왔다. 밥을 먹을까 하다가 배차주임이 시계를 보더니 갔다와서 먹으라고 해서 6시에 다시 운행을 나갔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도 밥 먹을 시간이 없다. 나는 은근히 ‘꼬라지’가 났다. 밥시간도 안 줘? 아무리 바빠도 밥 먹자고 하는 일, 에라 니들은 돌려라. 나는 밥 먹고 천천히 나갈란다.

‘탕수’ 늘리려 밥도 거르고 ‘뺑뺑이’

회사 관리자인 ○부장이 나와 내가 밥을 먹고 있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노선이 바뀌고 회사는 부장, 실장까지 화전영업소로 출동을 해서 기사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앞차가 나간 지 5분이 넘도록 내가 밥을 먹고 있자 ○부장은 내 뒤차를 먼저 내보냈다. 그러면서 ○부장은 나보고 왜 아까 밥을 안 먹고 지금 먹느냐고 씨부렁댄다. 나는 속에서 불끈대는 걸 참고 밥을 먹었다. 그 시간이면 뒷간을 가는 시간이라 배도 살살 아파 온다. 밥보다 화장실을 가야겠다.

밥이 남았지만 밥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은 채 우물우물 거리면서 식당에서 나왔다. ○부장이 왜 밥을 아까 안 먹고 지금 먹느냐고 또 한마디한다. 나는 대꾸를 하면 폭발할 것 같아 꾹 참으면서 배차실에 걸려있는 화장지를 풀었다. ○부장은 나보고 “빨리 운행 나가!” 한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나는 꼭지가 돌아버렸다.

“○부장! 당신은 똥도 안 누냐?”

입에서 밥풀이 튀어나올 정도로 냅다 반말로 소리를 꽥질렀더니 ○부장 얼굴이 허옇게 찌그러진다. 나는 따발총처럼 쏴댔다.

“아까 배차가 밥은 갔다와서 먹으라고 해서 안 먹었어. 무슨 일을 그렇게 시켜? 그렇게 일 엉망으로 하고, 일하기 싫으면 개인택시나 사 갖고 나가!”

개인택시 사 갖고 나가라는 말은 회사 관리자들이 우리 기사들을 엿먹일 때 늘 써먹는 말이다. 자기들도 그런 소리 들으면 똑같이 기분이 나쁠 거라고 되돌려 준 말이다.

○부장은 자기 발 밑에 때로 보지도 않는 기사가, 더구나 나이도 한참 아래뻘인 나한테 기가 막히는 소리를 듣자 처음에는 말문이 막혀 아무 소리를 하지 못했다. 완전히 돌아버린 ○부장은 배차주임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얘 배차 빼! 너 같은 놈 일 못 시켜!”

“얘? 너 같은 놈? 말 다했어? 씨발 마음대로 배차를 빼? 누가 이기나 보자.”

결국 그 날 회사는 나한테 일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는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지 기본급을 주겠다고 했다.

‘노조’가 있으면 뭐하나

이렇게 정신 없이 뺑뺑이를 도는 게 우리 회사뿐만이 아니고 시내버스 거의 다 비슷하다. 게다가 시내버스 사업주들은 우리 기사들을 이렇게 부려먹으면서 얼굴도 두껍다. 장사가 안 된다고 핑계를 대면서 상여금 1년치를 안 주는 곳도 있고 월급도 제때 주지 않는다. 지난 4월 오른 임금도 ‘임금인상은 정부 재정지원금이 각 업체로 지급되는 동시에 지급한다’는 한국노총 산하 자동차노련 어용노조와 뒷구멍에서 맺은 합의를 핑계로 지금까지 주지 않는다. 임금과 퇴직금만 떼이는 엉터리 구조조정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 기사들을 채용하는 곳도 있다.

요즘 며칠 쉬는 시간도 없이 뺑뺑이를 돌아서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차에서 내려오면 빙빙 돌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버스기사들은 회사에 맞서는 기사들이 가끔 있지만 뿔뿔이 흩어져 있어 아무래도 힘이 약하다. 노동조합? 우리 버스노동조합은 독재권력에 기대어 커온 조선일보처럼, 사업주에 빌붙어 40년 자라온 어용노조다. 오히려 회사 편을 들어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안 주면 다행이지. 그런 어용노조 하나 못 바꾸고 뺑뺑이만 돌고 있다. 참 더러운 세상이다.

[버스운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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