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도립국악원, 전국 지자체 예술단으로 첫 노조 설립
‘공무원인가 노동자인가’라는 논란 끝에 전주시가 지난 20일 전북 도립국악원에 노조설립 신고증을 내줬다. 전북지역 국악원 노동조합(위원장 이항윤·국악원 노조)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도립국악원 노조는 이로써 조례에 의해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구로는 최초로 노동조합 설립에 성공했다.
전북지역 국악원 노동조합은 지난 5월 18일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신고서 교부를 담당하는 전주시 산업관광과는 애초 ‘국악원이 전라북도 소속 단체이므로 도지사와 고용관계에 있다’며 이들의 지위가 ‘지방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이다’라고 해석해 노조설립 신고서를 반려한 바 있다.
그러다 1백여일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 도립국악원의 경우 조례에 이해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와 복무 등을 규정하고 있더라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공무원 신분이 아니다)고 판단됐다”며 신고필증을 내준 것이다.
허가사항이 아닌 신고사항일 뿐인 노조설립 신고필증 교부가 3개월이 지나서야 교부된 것에 대해 산업관광과 이강안 과장은 “국악원 단원들이 노조설립 대상 근로자인지 법적 해석 여부가 길어져 그동안 유보돼왔다”고 해명했다.
이분법적 논란 뒤에는 도청의 압력이?
그러나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주장해왔던 것처럼 국악원 단원들의 지위가 공무원이냐 노동자냐는 논란의 배경에는 전주시가 상급단체인 전라북도의 눈치를 보면서 책임떠넘기기 식으로 늑장 행정으로 일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국악원노조 설립신고필증이 교부된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노동조합관계법령에 따라 설립신고필증을 3일내에 교부해야 하는데도 3개월동안 시간을 끌고 난 후 교부한 것은 도청이 정무부지사와 공보관을 통해 노조설립과 관련해 직접 시청을 방문해 압력을 넣어 전주시와 도청이 노조설립에 대해 직접적으로 방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권경부 조직부장은 “서울시립합창단의 민간위탁 시행이전인 95년 대법원판례에 의해 시·도립 예술단원은 공무원이 아님이 판결되었고 노동부의 99년 서울시립합창단원의 부당해고 관련 판결 중 합창단원은 명백한 노동자임이 판결된 사례가 있음에도 전주시는 해당기관의 판단을 운운하면서 이제껏 미뤄온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설립 신고필증 반려는 명백한 위법행위
국악원 노조에 따르면 “전주시는 국악원 노조가 적법한 설립절차를 거쳤고 설립요건을 충분히 갖추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도청의 압력을 핑계삼아 노조와 민주노총과의 약속을 수없이 파기했고 불법적으로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또 국악원 노조는 “수차례에 걸친 시청 항의방문 과정에서 전주시 측은 노조설립 필증교부에 대한 의지표명보다는 도청에 항의하라는 둥 모든 책임을 민원인에게 떠넘겼다”며 “시청에서는 무사안일한 행정편의주의로 문제해결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국악원 노조 이항윤 위원장은 “노조설립에 대해 행정당국이 위법적인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 규탄하며 민사상의 손해배상과 형사적 책임 등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며 자신의 업무를 방기한 전주시는 도민과 국악원 노조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술활동의 자율권, 노조에서 실현
이위원장은 “이번 노조설립 신고필증 교부과정에서 행정당국의 강요나 통제에 의한 예술인 길들이기 행위가 드러났다”면서 “이같은 행정관행을 깨고 전북도민을 위한 예술 분야의 공공성 확보와 창작활동의 자율성 등을 노동조합을 통해 이뤄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악원 노조는 “앞으로 진행될 도청과의 단체협약과 임금교섭에서 도청이 이제까지의 밀실행정 관행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전북지역 국악원 노조 설립으로 타지역 시립합창단이나 시립국악원과 같은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각 예술 관련 기구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전북지역 국악원 노조는 도립국악원 뿐만 아니라 시·군 단위의 국악원 단원들도 가입할 수 있어 시·군 단위 단원들도 혜택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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