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민중가요를 ‘감상’해 보자”

민중가요라곤 집회 때 부르는 ‘투쟁가’밖에 모른다면 여기 7주 동안 펼쳐지는 노래마라톤에 한번 뛰어들어보는 건 어떨까. 혹 낯선 이름과 귀에 익지 않은 노래들이 들릴지라도, 함께 달리다보면 어느새 풍성하고 색다른 노동문화 속에 푹 젖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대표 조봉호)가 주최하고 꽃다지 등 노래단체들이 기획단으로 참여한 ‘월례문화마당 세상만사 7주간의 노래마라톤-따로 또 같이’는 집회공간에서만 펼쳐지던 노동문화를 일상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획단의 이은진(전 꽃다지 대표)씨는 “노동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첫날인 지난 8월17일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노동가수 박준. 집회 등 투쟁의 현장에서 “무노동무임금 노동자 탄압”에 “온갖 욕설”로 맞섰던 그가, 이날은 집회에서 불렀던 노래들이 아니라 ‘진짜 부르고 싶었던 노래들’을 불렀다. 그리곤 “오늘같은 자리는 처음이었는데 너무 행복하다. 이런 자리가 계기가 돼 많은 일꾼들이 현장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또 한 명의 주자 연영석씨는 “놀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문화운동”이라며 “가끔은 게으르게 살자”면서 열정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이쯤 되자 처음엔 어색한 듯 무대만을 바라보던 관객들이 조금씩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하고 여기저기서 신청곡도 터져 나온다.

노래패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는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지부 김효숙씨는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이런 음악에 익숙지 않아 딱딱하고 어색해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같이 즐기고 자기를 표현하는 공연을 만들어가면서 노동자문화의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또 서울지하철노조 양승일씨는 “투쟁 현장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문화가 담겨있는 노래들을 편하게 느끼면서 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평하며 “현실 정서를 같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 공연은 2만원으로 7회 전회 관람(1회 5천원)이 가능하며 서울을 시작으로 지역순회공연도 준비중이다. 또한 전문가수들뿐만 아니라 사회보험노조 노래패 ‘청년’이나 보건의료노조 통기타모임 등 현장의 노래패나 노래동아리도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은진씨는 “공연자와 관객 모두에게 편한 자리이면서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또 함께 교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며 “노동문화에 대해 열린 체험을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8월17일∼9월28일 매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영등포 하자센터 999콘서트홀. 출연진-이지상, 햇빛세상(8.24) 박창근과 가객, 박성환(8.31) 윤미진, 서기상, 희망새(9.7) 손현숙, 손병휘(9.14) 천지인, 마구리밴드(9.21) 꽃다지, 유정고밴드(9.28). 문의-세상만사 기획단(02-2637-6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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