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대의원대회 유회와 중앙위원의 임무
지난 8월30일 열린 21차 대의원대회가 회의도중 유회되었다. 우선 참석률(54%) 자체가 낮았고, 그나마 1호 안건이 심의되는 중에 무려 65명의 대의원이 빠져 나가버린 결과다. 회의 준비와 진행상의 문제 등을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원인을 그렇게 돌릴 수만은 없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국고보조금, 의무금 인상, 상반기사업평가, 하반기사업계획 수립 등 매우 중대한 사안들이 안건으로 제출되어 있었다. 더구나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의원을 상대로 한 지역별 안건설명회를 여는 등 사전준비도 비교적 충실했다. 흔히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도 대기업노조 소속 대의원들이 대거 불참했다. 재정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노조 소속 대의원들은 출장비 부담 속에서도 오히려 성실히 참석하고 있다.
우선 민주노총의 명운을 걸머지고 있는 대의원들이 왜 대의원대회에 불참했는지 적어도 소속 조직의 조합원들에게는 분명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안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회의초반부터 회의장을 나가버리는 행동은 그 어떤 이유로도 조합원 대중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조합원대중으로부터 대의원의 권리와 의무를 수임 받은 대의원들이 노조활동 시간에 출장비를 받아 대의원대회에 참가하여 권리와 의무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번 대의원대회가 무산됨으로써 발생할 문제는 참으로 심각하다. 자본과 정권은 상반기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에 이어 태광대한화섬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려 하고 있고, 변형근로제 개악 등 노동시장유연화 공세를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반기 평가를 토대로 하반기 투쟁계획을 확정해야 할 대의원대회 무산은 민주노총의 대응력을 적잖게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그러나 대회가 무산됐다 해서 투쟁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때문에 중앙위원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중앙위원회는 그동안 복잡한 사안에 부딪히면 대의원대회로 결정을 넘기는 일이 적지 않았으나 이제 그럴 겨를이 없다. 하반기 일정의 긴박함에 비추어 시급하게 중앙위를 소집해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계획을 확정해야 할 것이다. 중앙위원들은 하반기 투쟁을 책임 있게 결정하기 위해 개인의 의견을 넘어 소속 조직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조금과 의무금 인상 문제는 사안의 성격상 중앙위에서 최종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이번 대의원대회를 계기로 각 조직에서 구체적인 안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여 다음 대의원대회에서는 회의진행을 두고 설왕설래할 게 아니라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이 이루어지고 바른 결정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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