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세계 경제에 덮치는 거대한 먹구름

“불황이 아니라 미약한 성장일 뿐”(『뉴욕타임즈』, 01. 8. 30), 심지어 “떨어지고 있는 이자율과 기름값이 미국 경제를 연내에 회복시킬 것”(『LA타임즈』 01. 8. 27)이라는 등, 낙관적인 전망이 완전히 잦아든 건 아니지만,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이미 거대한 위기 과정에 진입해 있다는 데에는 부르주아 관측자들조차 대부분 동의해 가고 있다. 일부의 ‘낙관적’ 발언들조차 사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필사적인 심정일 뿐이다. “정보화 혁명이 호황과 그 파열의 산업순환에 종지부를 찍은 ‘신경제’의 시대”라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파티”(『더 이코노미스트』 01. 8. 20)가 허망하게 끝나버린 것이다.

일본은 10년 전부터, 동아시아 및 중남미 여러 나라들은 3~4년 전부터 이미 깊은 위기를 겪고 있는 데 비해 미국이나 독일 등 서유럽은 최근 수개월 사이에 위기 과정에 합류하고 있다. 따라서 현 경제위기의 시점(始點)을 언제로 파악해야 하며, 이 경제위기가 정확히 어떻게 전개되고 귀결될 것인지 자신할 수는 더더구나 없다. 다만, 다음 사실을 지적하면서 일반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 올 수도

무엇보다 현재의 세계적 공황은 ‘정보화 혁명’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혁명의 거대한 진전에 이어 오고 있다. 즉 자본주의적 생산력의 거대한 증대에 뒤따라오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적 경제위기, 즉 공황의 원인 및 본질과 관련하여 크게 주목받아야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특히 가속도적으로 전개된 과학기술혁명과 그에 기초한 생산력의 거대한 증대는 애초에 전반적인 과잉생산과 과잉축적에 따른 시장의 포화, 경쟁의 격화에 의해서 촉발·추진되었던 것인데, 그 결과가 지금 다시 과잉생산과 과잉축적을 격화시켜서 결국 거대한 공황으로서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최근 여러 부르주아 언론조차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위기가 ‘70년대 이후 어떤 경제위기보다도 심각한 것’, 제2차 대전 이후 가장 심대한 것이 될지 모른다고 본능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많은 덜떨어진 부르주아 경제학자들, 특히 이른바 ‘조절론자들’은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포드주의 같은 혁신적 생산방법이, 자본주의적 경제위기의 심화·격화 요인이 아니라, 그 위기를 ‘조절’ 혹은 타개하는 요인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들에 의하면, 기술 혁신의 지체 혹은 생산력의 정체야말로 위기의 원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은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개별 자본의 시각에 사로잡혀서 자본주의적 총생산에서의 위기의 원인과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일 뿐이다. 자본주의적 경제위기의 원인과 본질은 생산과 소비 사이의 모순, 즉 과잉생산이다. 자본주의적 생산력의 증대는 이 모순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생산력의 증대가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그 위기도 그만큼 심화될 것이고 그 폭발도 격렬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1930년대의 대공황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20년대에 포드주의적 생산 방법이 심화되고 일반화된 것의 필연적 결과이다.

이렇게 볼 때, 지난 10여 년 동안 급격히 전개된 과학기술혁명에 뒤따라오고 있는 이번 위기는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못지 않은 심대한 것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구나, 레닌이 이미 1910년대에 『제국주의론』 등을 통해서 자본주의의 심각한 구조 변화로 지적했던 금융자본의 거대화와 그에 따른 투기의 격화, 그리고 1920년대의 ‘자유주의’를 벤취마킹한 ‘신자유주의’의 폭주 속에서, 그리하여 노동과 자본간의 대립과 투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도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파국인가 자유의 왕국인가

분명한 것은, 이미 경험하고 있듯이, 경제위기 속에서는 자본과 노동간의 대립과 투쟁이 격화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의 파산에 따른 노동자들의 생활 파탄은 물론이요 고용과 임금, 기타 노동조건 일반에 대한 자본의 공세가 가열차지고, 그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 역시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거대 독점자본들은 이미 기업마다, 영국의 『더 이코노미스트』가 적절히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수만 명씩의 목에 도끼질을 하고 있다. 만일 이번의 위기가 1930년대의 대공황과 같은 것 혹은 그것을 능가하는 것으로 발전한다면 자본의 공격은 더욱 극악해지고, 따라서 자본과 노동간에는 건곤일척의 투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런 대립과 투쟁의 격화는 신자유주의를 소멸시킬 것이다. 그런데 그 소멸이 노골적인 파시즘의 대두·강화 및 대전쟁과 같은 파국으로 귀결될지, 아니면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물질적 생산력과 정신적·문화적 성과에 기반한 자유의 왕국으로의 진입으로 귀결될 것인지는 오로지 노동자계급에 달려 있다. 지금 세계의 노동자계급에게는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투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조직할 것인가가 엄중한 과제로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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