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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이 차지하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그동안 공중파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은 대중음악의 자생적인 발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방송사의 각종 음악 및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뮤지션들은 방송출연을 자신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 사용했고 방송사는 방송사 나름대로 시청율을 올리는 수단으로 인기연예인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그러나 최근 3개 공중파 방송이 본격적인 시청율 경쟁체제에 뛰어들면서 이른바 예능프로그램들은 해당사의 시청율 레이스의 가장 중요한 전투고지가 되었다. 한편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뮤지션들의 출연을 통해 시청자들을 상대로 지배적인 독점권을 행사하던 공중파방송사가 음악전문채널의 다양화와 인터넷 음악방송의 활성화로 부분적인 위기를 맞게 되었고, 연예제작자 그룹의 세력화로 안과 밖으로 불편한 관계를 감수해야 했다. 여기에 연제협의 집단적인 MBC 출연거부 사태가 예능프로그램에 심각한 타격을 주면서 공중파에서 음악프로그램을 비롯한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 욕구가 음악팬들과 시청자, 그리고 방송가 내부에서조차도 논의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부문별 개혁 방안

음악프로그램의 새로운 조정작업

올 초 대개련이 중심이 되어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공중파 3개 방송사에서 방영하고 있던 순위프로그램이 도마위에 올랐다. 대개련은 그동안 순위프로그램의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고, 그 결과 KBS의 <뮤직뱅크>가 가요순위제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SBS <인기가요>는 현행 방식대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현재 연제협 사태로 인해 방송이 중단되고 있는 MBC <음악캠프>의 경우도 약간의 포맷만 변경한 채로 기존의 가요순위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겠다는 내부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중파에서 방영하고 있는 음악프로그램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먼저 현행 음악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다.

아래의 도표를 보면 공중파 방송의 음악프로그램은 전문음악장르로 구분되기보다는 대체로 세대별로 구분되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물론 세대별 음악프로그램이 그 자체로 음악장르와 연관되어 있고, 방송사의 손쉬운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 시간대별로 세대를 구별할 수밖에 없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음악프로그램으로서의 전문성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세대별 구별짓기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방식에서 탈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음악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음악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음악정보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음악정보를 알려주고, 대중음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장치들이다. 그러나 현재 공중파 방송에서 전문음악 정보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일본의 민영방송인 TBS의 가요순위프로그램은 우리의 순위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음악정보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다. 차트는 1위-100까지 모두 소개되고, 순위선정은 모두 음반판매 집계에 따른다.

또한 가수들이 직접 출연해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없고 대신 뮤직비디오를 보여준다. 순위차트 이외에 장르별 차트, 싱글차트, DVD차트 등을 세분화해서 일반 시청자에게 필요한 음악정보를 소개한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현재 가요순위프로그램들이 다양한 음악정보를 전달해주는 전문음악정보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쇼·오락프로그램의 구조조정

공중파 방송의 음악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조정작업과 함께 쇼오락프로그램에 대한 구조조정작업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지난 몇 년부터 쇼오락프로그램은 많은 연예인들이 총출동하는 대형 버라이어티쇼로 탈바꿈하면서 주말 공중파방송의 시청율 경쟁을 위한 주요 전투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누가 더 많은 더 유명한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느냐, 누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가가 주말의 대형 버라이어티쇼의 유명도를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대부분의 쇼오락프로그램이 대형화되다보니 개별프로그램은 연예인 섭외에 사활을 걸게 되고, 통상 방송국에서 주 활동무대를 삼고있는 탤런트나, 개그맨과는 달리 방송사 홍보에 사활이 걸린 가수들은 자연 주요한 섭외대상이 된다. 주말의 각종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에 출연하는 연예인 중에서 가수들의 비율이 70%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선전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쇼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쇼오락프로그램의 번성과 그것의 선정성과 자극성은 자연 가수들의 음악활동 자체를 변화시킬 정도로 대중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유명 10대 아이돌 스타의 연예활동은 다음과 같은 진부한 공식에 따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신보홍보 기자회견 → 연예프로그램 출연 → 라디오방송 출연 홍보 → 순위프로그램 컴백무대출연 → 토크쇼 출연 → 각종 TV/라디오 쇼/오락프로그램 집중출연 (이중 한두 프로그램은 고정 출연한다) → 잠정활동중단무대 출연 → 방송국 활동중단(활동중단 시기에 각종 이벤트행사에 참여 및 라이브콘서트 준비)

예능프로그램이 오락과 교양을 겸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현행 오락프로그램을 부분적으로 조정하고 대신 영화정보프로그램과 같은 성격을 가진 음악정보프로그램을 신설한다면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음악전문 인력의 부족

현재 방송사 안에는 음악프로그램들을 내실있고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문 연출자나 스탭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음악프로그램 전체를 기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음악전문 PD들이 입사 때부터 구분되어 채용되는 것도 아니고 설령 오랜 짠밥 실력으로 제작실무 책임을 맡는 다해도 새로운 마인드와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할만한 충분한 연구기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여기에 음악프로그램에 필요한 음향엔지니어링, 조명, 무대설치, 구성, 진행에 필요한 스텝들의 안정적인 보장도 어려워 기획의도에 충분히 살릴만한 실무인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각 방송사 스튜디오에는 라이브공연에 필요한 음향과 조명 장비를 포함한 최고의 하드웨어 장비가 비치되어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미비되어 있다. 소프트웨어는 음악적 콘텐츠가 중요한 몫을 차지하지만, 그 콘텐츠를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인력의 확보도 음악적 소프트웨어를 살리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악전문인력을 보강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방송국에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가지고 전문인력을 장기적으로 양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에 있는 전문인력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음악 및 예능프로그램의 외주제작 강화

우리의 경우 아직 음악프로그램에 대한 외주제작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아직까지 음악프로그램을 외주제작할 정도로 방송사 예능국이 탄력적이지도 않고, 우리의 외주제작사들은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번 MBC와 연제협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능국의 규모가 비대해지고 전체 프로그램 편성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우연한 상태에서의 갈등으로 인한 전체 방송시스템의 균열이 구조적으로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예능국을 독립적인 프로덕션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며, 외주제작을 통해 방송제작의 부담을 덜고 좀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방송의 질을 높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예능프로그램의 외주제작은 방송사 본래의 기능인 보도와 교양의 역할을 강화하고, 예능프로그램에서 항상 문제로 제기되었던 제작상의 투명하지 못한 관계들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라이브공연과 뮤지션들의 소개를 다각적으로 하는 데 생산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 필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의 마인드와 방송을 제작하는 패러다임이 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예능프로그램은 시청율 경쟁에서 비극적인 대리자로 나서고 있어 보인다. 프로그램의 교양적, 문화적 의미를 강조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반응에 민감하는 것이 지배적이고 연예인들, 특히 뮤지션들을 섭외하고 관리하는 방식, 프로그램에 개별 꼭지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 프로그램의 모니터링, 대안적 프로그램 개발 등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음악프로그램을 포함해 쇼오락프로그램은 특정한 포맷을 답습하거나 유행을 따라가고, 타성에 젖은 경우가 많다. 한주 한주 프로그램을 펑크내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는 것에 안주하는 것도 당연시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하고 싶다. 현재 음악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욕구는 제작자들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제대로된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다양한 시청자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제작진들의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동 연 문화연대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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