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면 나의 하루는 어떨까. 나의 몸을 누군가 촬영하거나 나의 이야기를 녹음할 땐 당연히 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나는 나와 관련된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수집되고 소통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나에 관한 그 정보는 나의 동의아래 소통되어야 한다.

누구나 다 동의하고 또 우리 헌법에서도 보장되고 있는 이 권리가 무참히 짓밟히는 노동현장이 있다. 공장 안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향해 노골적으로 감시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는 (주)대용 사업장이 바로 그곳.

지난 12일 ‘노동자 감시반대·대용 CCTV 철거를 위한 전북공동대책위’ 주최로 열린 ‘노동자 감시 문제와 대용 CCTV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구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노동자 감시 시스템들이 노동자의 인권을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 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노동현장에 CCTV 설치와 노동자 인권에 대해 발제를 한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대)는 “노동자 개개인의 동의 없이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는 CCTV는 헌법이 규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파괴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김교수는 사(私)기업이 이렇게 노동자 개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을 때 정부는 책임이 없는가라는 반문에 “국가는 당연히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부터의 이러한 인권침해에 대해 방기하지 말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익산노동사무소가 대용 사업주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대용 노동조합과 함께 대용 사측을 상대로 CCTV로 인한 노동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박훈 변호사(민주노총 금속연맹 법률담당)는 “이번 소송은 기술적 감시장치에 의한 노동통제와 관련해 불법성을 다투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건으로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독일 연방노동법원의 판례를 보면 사업장 내 카메라에 의한 비밀 감시는 노동자에게 항상 정신적인 압박을 가해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대용의 경우 노동감시를 위한 직접적인 카메라 설치이므로 위법성을 면치 못한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더불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으로는 이러한 노동감시를 비롯한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대해 보호를 하지 못하므로 ‘사생활비밀보호법’ 같은 법을 새로 제정하여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모든 촬영과 감청 녹음을 제한하고 그 벌칙도 강화하는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정보통신부장 최세진 씨는 “CCTV 철거를 위해 현재 대용 노동조합이 벌이고 있는 파업은 감시없는 작업장을 위한, 인간의 존엄을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수준 높은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를 해서 다시는 이런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본 대용 노동조합의 박성준 위원장은 “우리가 파업을 한 것은 단지 인간으로서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원한 것뿐이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한편 대용의 CCTV 설치와 관련해 오는 20일 국정감사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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