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역에서 열린 민중대회는 분노에 극에 달한 농민,학생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한 충돌을 빚으면서, 현정권과의 평화는 더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날 1시경부터 농가부채 탕감, 농업 사수의 구호를 내걸고 2만여명의 농민이 참여한 가운데 농민대회가 열렸고, 본대회(2차 민중대회)가 시작된 3시 경 집회대오는 3만여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51개 제 민주사회단체가 공동주최한 제 2차 민중대회는 원래 농민대회 중심으로 준비되었으나, 지난 7일 민주노총의 농성장을 경찰이 강제철거하고 민주노총 간부와 전해투 활동가 17명을 폭력연행한 사건은 2차 민중대회의 성격을 모든 민중운동 진영의 대정부 투쟁으로 전화시켰다.
2차 대회에서 제출된 ‘ 민중 12대요구’는 다음과 같다. ▲ 정리해고 중단하고 주40시간제 실시하여 고용안정 보장, ▲ 농가부채해결, 저농축산물가격정책 철폐, 협동조합법 개정,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 빈민탄압 중단하고 철거민 주거권 및 노점상 합법화 보장, ▲ 국가보안법 철폐, 범민련·한총련 이적규정 철회, 양심수 전원석방, 민족민주열사 명예회복 및 의문사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 공기업의 무분별한 민영화와 해외매각, 한미·한일투자협정, WTO협정 중단 및 경제주권 수호, ▲ 경제파탄 재벌총수·비리 정치인·관료 처벌하고 부정축재재산 환수, ▲ 교육발전 5개년계획 철회하고, 교육재정 6% 확보하여 교육의 공공성 보장, ▲ 의보통합 즉각실시하고 산업재해 근절하여 민중건강권 보장, ▲ 방송개혁 언론개혁 단행하여 공정보도 보장, ▲ 주한미군의 양민학살을 사과·배상하고, 한미행정협정 개정, ▲ 여성노동력 착취하는 근기법개악 중단하고, 여성의 고용·임금차별 중단, ▲ 장애인 노동권 확보하여 완전한 사회참여와 기회균등 실현.
민주노총의 단병호 위원장은 여의도 농성장 강제철거에 대한 강도높은 규탄 발언과 함께 대정부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밤 영등포경찰서 등으로 연행됐던 17명은 8일과 9일 모두 석방됐지만, 정당하고 절박한 요구들은 기만적으로 비껴나가면서 투쟁의 예봉을 꺾고 보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대회 참석자들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오후 4시경 본집회가 끝나고 대오는 전농과 민주노총 깃발을 선두로 명동 방향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지도부의 행렬이 서울역 교차로를 빠져나간 직후, 폴리스라인을 앞에 두고 대치하던 사수대와 경찰은 감정싸움 끝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몸싸움에 돌입했다. 시위대는 남대문 방면에서 치고들어 오는 백골단과 격렬히 충돌했고 이미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30여분간 방패와 진압봉, 각목의 공방이 이어졌고 경찰 병력이 대거 보강되자 행진대오는 서울역 광장을 비우고 신세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명동으로 들어서는 초엽인 신세계 사거리에는 여느 때처럼 기만적인 폴리스라인이 쳐졌고, 경찰은 고가도로 아래의 좁은 길로 시위대를 유도하려 했다. 감정이 격앙된 시위대는 여기서 한번 더 경찰과 충돌했고 백골단은 진압봉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고 간간이 돌까지 되받아 던지면서 시위대를 몰아붙였다. 농민, 학생 등 시위참여자들은 밀고 밀리기를 반복하면서 한시간여동안 신세계 앞 사거리를 점거하고 투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경수송버스 4-5대가 유리창이 깨져나갔고 경찰과 시위대 양측에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위대와 한데 엉겨 이리저리 진압봉을 휘두르며 쫓아다니는 진압경찰에게서는 고조된 적대감 말고는 아무런 작전따위를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저녁 7시경 백골단은 신세계 앞 고가도로 아래의 세 방향을 모두 치고나가 시위대를 분산시켰고, 여러 대오로 나뉜 시위대는 각기 예정된 행진목적지인 명동성당으로 모여들었다. 노동자 민중의 동계투쟁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한편 이날 시위대와 경찰 양측에서 도합 2백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자체 정리집회를 갖기 위해 명동성당을 나와 동국대로 진입하려던 학생대오를 백골단이 좁은 골목에서 공격하는 과정에서 학생 2인은 혼수상태에 빠지고, 한 학생은 경찰이 던진 돌에 한쪽 눈을 실명하는 중상을 입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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