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략적 관계개선으로 신협력시대를 예고한 중 미 정상회담

지난 10월 28∼29일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두 차례에

걸쳐 공식 비공식 회담을 열고 양국간의 관계 확대 및 개선 방안에 합의했다.

우선 중 미 정상간의 핫라인을 설치하고 중 미 정상회담과 중 미 고위급 관리

회담의 정례화를 통해 일상적으로 긴밀한 협력을 해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천안

문 사태로 중단되었던 양국간 핵협력 협정을 재개해 중국이 이란 등 다른 나라

에 핵기술과 미사일 반출을 중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중국 판매 등 평화적인 핵기술과 장비의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군사

분야에서도 양국 국방장관과 고위 군 지휘관의 상호방문 등 교류 확대와 대만해

협에서의 충돌을 막기 위한 미 국방정보국 직원의 중국 상주를 허용하는 등 유

사시 전략적 협력을 도모하면서 유대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경제관계에

서는 중국이 보잉사로부터 3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항공기를 구매하는 등 무역

역조 개선에 노력하고 컴퓨터, 반도체, 통신장비 등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내

용의 정보기술협정(ITA)에 가입하기로 하고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 지지를 약

속하였다. 또한 지난 95년 이후 양국 관계에 긴장을 조성시켰던 대만 문제에 대

해서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신뢰회복을 꾀하고자 하였

다. 뿐만아니라 동북아 질서개편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도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미 일 신방위협력지침이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라며 중국의

경계를 누그러뜨리면서 한반도 문제를 주요하게 다뤄 양국이 4자 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이견은 양국 정상 공동회견장에

서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장쩌민 방문지 곳곳에서의 시위 사태로 첨예하게 표출

되긴 하였지만 전략적 관계개선의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다.

이번 중 미 정상회담은 중국에서 장쩌민으로 권력승계가 되고 미국이 클린턴

정권 2기를 맞이하면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한편에서는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시

한 회담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양국간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했다는 의미

를 담고 있다. 10년만의 정상회담이 상징하듯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의 경

제제재가 이루어지면서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95년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긴

장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양국간 대립에서 다시 이전의 화해시대로 돌입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구와 소련의 와해 이후 중국을 새로운 적국으로 설정

하면서 인권, 대만 문제 등으로 외교, 군사적 봉쇄와 견제 정책을 취해 왔으나,

그 동안 중국이 초국적 자본 주도의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로 편입하게 되자 다시

적극적 개입 정책으로 전환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번에 정부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반중국 입장이 강한 의회에 로비를 한 부분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원전과 항공기 수출 시장을 겨냥한 초국적 자본들이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WTO 가입 등 지금까지 고도성장을 계속해 온 시장사회주의

의 확대를 위해 미국과 관계개선이 요구되고 있었다. 더우기 한반도 4자회담 등

본격적인 질서재편이 시작된 동북아에서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상호

공조가 요청되고 있는 상황이었다.(이번 중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을 출발로 러시

아, 일본까지 포함된 한반도 주변 4강의 연쇄 회동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중 미 정상회담은 이와 같은 배경하에 전략적 관계개선에 나섬으로써 향후 21세

기를 앞두고 상당기간 신협력 시대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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