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대공황과 노동운동의 대응

지금 즉각 총파업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제공 :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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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대공황이 터져나오고 긴박하게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해

가면서 그 양상, 원인과 성격, 내외 독점자본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

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그러한 상황인식을 토대로 하여 대공황 국면에서

노동운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하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 싣는 7.1과 7.2에서는 대공황을 맞이하는 가장 근

본적인 질문, 즉 투쟁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

하고자 합니다..

어떻게 보면 대답이 너무나 자명한 질문 같지만 현재 노동운동의

현 상태, 특히 대통령 선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반

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이어

질 7.3 이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투쟁의 방침과 관련된 문제들 — 어

떠한 요구와 대안을 가지고 투쟁할 것인가, 투쟁의 형태와 시기는 어

떻게 잡아야 하는가, 투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조직할 것인가 등 — 을

다룰 예정입니다. 일선에서 분투하는 노동형제들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대공황 국면을 노동자의 입장에서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올바른 대응

자세와 방향을 정립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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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6. 내외 독점자본의 움직임(11/26 이후)

7. 노동운동의 대응

7.2 첫 번째 질문 : 투쟁할 것인가 말 것인가

(1) 대중의식의 추세

(2) 대중의식의 현상태와 움직임

(3)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4) 선거와 투쟁 -선거에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이다.

(5) 지도부는 현재의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6. 내외 독점자본의 움직임(11/26 이후 상황 보충)

6.5.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노골화되는 초국적 자본의 불순한 기도

유동성 공급 노력(한국은행의 10조원 이상 방출과 IMF 구제금융 신청)에도 불

구하고 공황에 대한 조절,통제가 여의치 않자 다급해진 내외 독점자본은 이제

비상하게 구조조정에 착수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고자 발버둥치고 있다.

지난 29일 IMF는 예상보다 빨리 한국 정부에 구제금융 지원에 따른 이행조건

을 제시했다. 그리고 당일 긴급 심야협상을 통해 한국 정부가 이를 대부분 수용

하기로 하는 한편 IMF가 이번 주내에 1차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격 합

의했다. 구조조정의 폭과 방향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한국 정부와 재벌이 IMF

(초국적자본)에게 백기를 들고 투항한 것이다. 국가부도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IMF 자금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한국 정부에게는 이것저것 따

질 겨를이 없었다.(한국경제 대공황 사태에 방임과 무능으로 일관해온 관료집단

재경원의 한 관계자는 어이없게도 조속한 협상타결에만 만족하며 그 이유를 IMF

측이 한국의 경제상황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도 둘러대고 있는

데, 협상 내용은 그들이 잘아는만큼 철저하게 이용당한 것이다) IMF 측에서도

한국의 외환보유고 격감-11월 하순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미리 팔기로 약정

되어 있는 선물환을 제외하면 150억 달러 가량으로 IMF 권고기준인 3개월 수입

분에 해당하는 외환량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에 따른 대외채무 불이

행 사태를 우려해 서둘러 협상타결에 나섰다.

그러면 ‘안정화 이행 계획 요구서’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된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IMF의 전제조건은 어떤 것들인가? 이미 경제 신탁통치라는 말로 예견되었

듯이 거시경제운용 계획에서부터 재정,금융,산업,노동 구조와 정책 등 각 부문

의 조정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는 내용이다. 그 초점은 금융부문을 핵심

으로 한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가속화하는데 맞추어져 있다. 그 방

향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유연화 착취를 더욱 강화하고 토착자본(재벌)을 약화

시켜 한국경제에 대한 초국적자본의 소유지배력과 이윤수취율을 높이는 것이다.

우선, 거시경제운용 계획에서 경제성장률 2.5-3% 이내,국제수지 적자폭은 국

내총생산(GDP)의 1% 이내, 물가상승률 5% 이내 억제와 초긴축재정을 못박았다.

이와같은 저성장과 재정긴축 강요는 국제수지 개선과 흑자재정 등 그럴듯한 명

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기실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

한 것이다.(이러한 조건하에서 이러한 바탕 위에 대폭적이고 조속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데 여기에 이

르면 노골적으로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금융산업의 구조

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과정이 토착 금

융자본의 거대화(재벌의 진출을 포함하여)가 아니라 초국적 금융자본의 진출 확

대와 장악력 제고로 귀결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부실 금융

기관에 대해 인수합병이 아니라 파산정리, 금융기관 부실채권에 대한 정부 재정

동원, 98년 말로 예정된 외국은행 및 증권사의 현지법인 설립 조기 허용, 내외

금융기관의 동등한 대우 요구 등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또한 실물 부문의 산업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입체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우

선 국내 기간산업을 상당 부분 포괄하고 있는 공기업의 대폭적 민영화를 촉구하

고 있다. 그리고 재벌을 약화시키기 위해 상호 지급보증, 선단식 경영, 오너 단

독경영 등을 규제하고 재무제표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

고 나섰다.

이러한 내부적인 대대적 구조조정 요구와 함께 대외적으로는 주식, 채권시장

의 개방을 대폭 확대하고 환율제도를 더욱 자유화하는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

다(얼마전 일일변동폭을 2.5%에서 10%로 늘렸는데 불구하고) 공황에 따른 부실

기업의 대대적 정리과정에서 마음놓고 들어와 한껏 집어 삼키겠다는 무한한 욕

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한편으로 투명성,

합리성을 앞세워 재벌을 견제하고 다른한편으로 노동력 착취율을 높이기 위한

강도높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예컨대 유보된 정리해고 당

장 실시 등) 이들은 또한 병주고 약주는 식으로 빈민층 사회복지 예산 절감 자

제를 촉구하는 등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교활함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마치 1905년 일본이 을사보호조약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조선 식민지화에

나섰듯이 이제 초국적자본이 안정화 이행조건이라는 이름으로 초국적자본의 한

국 경제 식민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것도 협상 타결과 함께 곧바로 국무회

의를 열면서 긴급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IMF의 권고에 순응하여 정부는 재벌의 차입경영에 강력한 제동을

거는 등 재벌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외국인에 대해서

도 적대적 기업 M&A를 허용하고 50%+1주로 되어있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대폭

완화하는 한편 본격적인 기업분할제도를 도입, M&A를 선진국 수준으로 활성화시

킬 계획이다.

이처럼 공황이 심화되고 구조조정이 비상하게 집행되면서 그 파장 또한 즉각

적이고 전면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첫째, 노동자, 민중의 생활이 급격하게 파산하고 있다. 먼저 환율폭등과 통화

팽창에 따른 물가폭등이 진행되고 있다. 환율폭등이 수입가격의 상승을 일으켜

석유값 인상을 필두로 생필품과 공산품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원료,부품,기

술의 높은 해외의존도와 전면개방화로 인해서 환율인상에 따른 국제수지 개선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물가압력만 커지게 된 것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이미 10조원 이상의 돈을 풀었고 성업공사가 부실채권 정리기금으로 금년내 10

조원을 지출할 예정이어서 급격한 통화량 팽창에 따른 전반적인 물가앙등이 수

반되고 있다. 이는 노동력 가치의 잠식과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정리해고가 본격화되면서 실업자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현행 판례로도 정리해고

가 가능하다면 정리해고 2년 유보조치를 유명무실화하면서 각 기업별로 감원 선

풍이 불고 있다. IMF 권고에 따라 일순위로 진행되게 될 금융산업 구조조정 과

정에서 최소한 수만 명의 노동자가 조만간 실직하게 될 것이다. 이미 한라중공

업, 현대자동차, 삼성그룹 등이 총대를 메고 시작한 정리해고는 연내에 30대 그

룹 대부분이 가세할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고실업 시대에 접어들었다.

둘째, 민족경제의 노른 자위가 급격히 초국적 자본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 이

미 미국과 독일의 금융회사들이 이번 부실 금융기관 정리과정의 한국 금융기관

에 대한 인수 검토에 들어갔으며 주식,채권 시장의 개방 확대와 M&A 활성화 흐

름을 계기로 국내 기간, 우량산업에 대한 외국인 순매구 증대 등 초국적 자본의

인수,합병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7. 노동운동의 대응–그 방향과 방안

7.1. 국면의 발전

공황은 이제 본궤도에 접어들고 있다. 환율은 1,200대를 육박하고 있고(28일

한때 최고 1,180원까지 올랐다!) 주가는 300대를 향해 계속 내려가고 있다(주가

는 29일 오전 한때 390으로 내려갔다). 공황은 신용부문에서 산업부문으로 전이

되었고 기업 도산이 속출하고 있다. 증권시장에는 지금 금융기관 살생부와 재벌

기업들의 부도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초국적 금융자본들의

자금회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 보유고는 거의 바닥나 가고 있

다. 이리하여 외환 지급불능사태 즉 ‘국가부도’가 시시각각 임박해 오고 있

다.*주1)

그러나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국가부도라는 완전한 파국만은

피해야 한다는 초국적 자본(미국과 IMF)의 이해관계가 작용하면서 사태는 급진

전하고 있다. 29일 오후 IMF 협의단은 부랴부랴 ‘정책권고서'(구제금융 지원의

전제조건으로서 사실상의 구조조정 강요서이다!)를 한국 정부에 보냈고 이어 우

리 정부와 심야 협의를 하여 이번 주 내에 자금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겉으로는 협의니 합의니 하지만 IMF 권고사항이 대부분 그대로 수용되었음은 물

론이다. 이 내용은 12월 1일 국무회의에서 형식적인 심의를 거친 뒤 곧바로 발

표될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IMF의 구제금융이 들어오게 되면 공황은 이제 끝나게 되는 것인

가? 아니다. 초국적 자본은 국가파산만은 막아주겠지만 그들이 애당초 관철시키

고자 하던 것을 계속 관철시켜 나갈 것이다. 은행과 금융기관이 파산하고 재벌

과 기업이 도산하는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런 속에서 대외적으로 전면

적인 시장개방, 대내적으로 금융개혁, 시장의 자유화, 정부 규제의 철폐, 공기

업의 민영화, 재정.금융의 초긴축 정책, 재벌의 개혁(해체가 아니다!)이 이루어

질 것이다. 그리고 이를 틈탄 초국적 자본의 금융 장악(금융개혁이라는 이름으

로!)과 산업 장악(산업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시장 및 상품시장의 장

악(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이 이루어질 것이다. 즉 이런 것들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구조조정이 초강도로 집행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공황의 진행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공황은 최소 일년은 지

속될 것이다. ‘경제 신탁통치’ 당국인 IMF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5% 수준으

로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주자들이 일년 안에 IMF 신

탁통치를 끝내겠다고 공약하고 있는 데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공황이 본궤도에 접어들고 있다”고 인식하는 데에는 위에서

말한 것들이 결정적인 기준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것들이 진행되어 나가는 과

정 속에서 “내외 독점자본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총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결정적인 기준이다. 공황은 무엇보다도 노동력(이것을 정치경제학

에서는 가변(可變)자본이라고 부르는데)에 대한 폭력적인 감가(減價)이기 때문

이다. 노동력 가치의 폭력적인 감가 없이는 자본은 공황이 초래되게 된 근본적

인 요인인 기업 수익율의 저하를 극복하고 공황을 통하여 이루어내고자 하는 근

본적인 목표인 이윤율 향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황은 한마디로 해고와 임금삭감 등 노동자에게 피눈물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의 폭력, 노동력의 폭력적인 감가(減價)인 것이다. 정치경제학에서 공황을 ‘폭

력적인 감가(減價)’라고 말할 때 가지는 의미도 바로 이것으로 이해되어야 한

다.

지난 며칠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폭력적인 감가’의 사례들을 몇 가지만 추려

보자.

첫째, 개별 자본(기업) 차원에서 감원과 임금삭감이 일방통행 식으로 강요되

고 또 집행되고 있다.

26일 : 삼성그룹, 30% 감축경영 및 임금 총액 동결, 관리직 연봉제 전면 실시

방침 발표.

한라그룹, 인원 50% 감축에 이어 임금 30% 삭감 발표.

현대 자동차, 4,700여 명의 인원을 전환 배치 또는 감축하는 내용의

인력운용 계획을 세 워 노조와 협의에 들어감.

27일 : 아남그룹, 임원 20% 감축 발표.

쌍용그룹, 김석준 회장이 계열사별로 감원 등 경영체질 개선 계획 수

립 지시. 쌍용양회 10% 감원계획 발표.

두원그룹, 임직원 20% 감축 계획 발표.

한화그룹, 내년 상반기 500-600명 추가 감축 발표.

28일 : 성원그룹, 3개 계열사 과장급 일괄 사표 제출.

뉴코아 그룹, 1천 명 이상 추가 감원 발표.

미도파 백화점, 20-30% 감원 계획 발표.

29일 : 수산그룹, 임원 50% 감축과 직원 30% 감축 및 임금 동결 계획 발표.

대우그룹 대우건설, 임원 50% 감축.

둘째, 사적 자본의 총본부(전경련)에 의한 제도.정책 개악 공세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6일 : 정리해고제 즉각 시행 및 근로자 파견제와 변형근로시간제의 확대 실

시를 요구.

27일 : 30대 그룹 기조실장과 통산부 장관 긴급 간담회 가지다. 전경련, ‘경

제위기 극복 비상대책반’ 설치. 통산부 장관, “무슨 일이 있어도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 천명.

셋째, 총자본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정부에서도 그 동안의 소극적인 외피를

벗어던지고 적극적인 공세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6일 : 공무원 봉급 동결, 농어촌 구조조정사업과 교육 부문에서 1조 원 감축

등으로 내년 예산 3조 원 감축 추진.

27일 :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특별법” 중에 정리해고제를 포함시키고,

건설 및 용역 업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파견근로를 인정하는 근로자

파견법을 12월 23일 노개위 회의에서 심의한 뒤 대선 후 첫 임시국회

에 제출키로 함.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27일 “멕시코에서는 외환위기 때 노.사.정이 ‘경

제 비상사태 극복을 위한 공동협약’에 합의, 임금과 고용을 안정시킴

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우리도 이같은 모델을 원용, 노.사.정

이 임금과 고용, 물가 등의 목표치에 합의토록 하겠다”고 발언.

28일 : 이기호 노동부 장관은 “정리해고제는 현행 법규 아래서도 가능하다”며

“대법원 판례를 원용할 수 있어 별도의 법 개정 절차 없이도 정리해고

를 할 수 있다”고 유권 해석.

29일 : 건설교통부, IMF 자금지원에 따른 재정긴축 대책회의를 갖고 철도청

직원 940명 감원하기로 함.

넷째,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초국적 자본의 압박이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27일 : IMF 실사협의단은 우리측에 “현행 노동법으로 기업 매수.합병 과정에

서 정리해고가 가능하냐?”는 질의서를 보내고 한국 노동법의 미비점을

지적.

다섯째, 언론이나 정당 또한 총자본의 총공격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한편

으로는 대량실업을 기정사실화하는 선전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을 유지

하기 위해서는 임금삭감은 불가피하다는 식의 논리로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선동하고 있다.

지난 26일 동아일보에서 주최한 후보들의 합동토론이 있었다. 여기에서 한나

라당 이회창 후보는 “경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발생은 어차피 각오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책이 있다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신당 이인제 후보도 마찬가지로 “대량실업 사태는 이미 눈앞에 떨어져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은 회피하고, 산업기술인력 육성법 제정, 중소기업 인력에 대한

병력특례의 확대 등 신규고용 창출 방안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노동자를 줄이지 않고도 취업시간을 줄이거나,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고용유지를 위해 임금삭감과 노

동강도 강화를 강요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 출마한 세 후보는 또한 기왕에 발생한 실업자에 대한 대책에 있어서

는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셋 모두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고

용보험의 내용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실업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염두

에 둔다면 현재 최장 6개월 분에 불과한 실업급여의 통상 지급기간을 확대한다

거나 실업급여액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음직도 하건만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주2)

한편, 지배측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기승를 부리면서 종교.시민단체들까지 이

러한 기류에 휩쓸리도록 몰아가고 있다. 26일에는 경실련, 중소기업협동조합 중

앙회 등 30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경실련 강당에서 ‘경제살리기 범국민운동

(준비위)’를 결성하였고, YMCA도 ‘나라경제 위기극복을 위한 회원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친자본적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까지 내외 독점자본이 주도하는

‘경제살리기’ 캠페인에 가세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총자본의 모든 분파, 모든 부분들이 ‘노동력의 폭

력적 감가’에 관한 한 그 방향이 일치하고 있으며 또 매우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아니 사활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현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초국

적 자본이 그것을 확고하게 뒷받침하고 나아가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정세

는 내외 독점자본과 노동자.민중 사이에 그야말로 일전을 치르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을 향해 숨가쁘게 내달리고 있다.

이렇게 휘몰아쳐 가는 총자본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우리 노동운동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넋을 놓고 있을 것인가? 두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아니

면, 노동자신문이 주도하는 “경제난 극복을 위한 노동계 추진위”에 동참을 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승리21’의 “일어서라 코리아”를 외치며 대통령 선거에

희망을 걸 것인가?

7.2. 첫번째 질문 : 투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질문은 그 대답이 너무나 뻔하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가 않다. 노동자대중은 호황기에는 임금.근로조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에 임금.근로조건 개선 투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 이와 반대

로 불황기에는 위축되어 투쟁에 보다 소극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주3) 그렇다

고 하면 현재의 대공황 국면 속에서 총자본의 총공격이 아무리 부당하기 그지없

다고 해도 그 점만을 근거로 하여 노동자대중이 적극적으로 싸우려 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노동자 대중은 총자본이 매우 부당한 공격을 가하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오히려 심하게 위축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당위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총자본의 총공격에 맞서 노동자계급은

과감한 투쟁으로 방침으로서는 그것을 곧장 그대로 채택할 수가 없다. 현실적 실천방침으로서 어

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려면, 이러한 당위적 측면과 더불어 다른 여러 각

도, 여러 측면들에 걸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투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올바르게 판단하려면 노동자계급을 둘러싸고

있는 객관적 조건들과 더불어 주체적 조건들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세와 지배세력들(내외 독점자본)의 움직임은 이 글의 앞

부분에서 부족하나마 계속 추적해 왔으므로, 그리고 또 그 방향과 내용이 아주

분명하므로 여기에서 굳이 세세하게 검토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

기에서는 주체적 조건에 대한 검토를 집중적으로 하기로 하겠다. 이와 더불어

투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하려면 투쟁이 승리할 수 있는지 아닌지 그

승패의 전망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또 그러한 승패가 노동자계급의 당면한 생

활은 물론이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운명에 미칠영향도 아울러 타산해 봐야 할

것이다.

우선 노동자계급의 주체적 조건을 검토해 보자.

노동운동의 주체적 조건은 다시 두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대중의 의식적 상태이다. 다른 하나는 지도적인 부분(각급의)의 태세이

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천적인 견지에서 중심적인 것은 대중의 의식적 상태이

다. 따라서 이 두 측면을 대중의 의식상태를 중심으로 하면서 통일적으로 살펴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1) 대중 의식의 추세

대중의 의식적 상태는 수량적으로 객관화 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여론조사

만으로는 잘 밝혀지지 않는다. 홀로웨이(Hollowey)가 잘 지적하고 있듯이 “야!

바스타!”는 민중의 가슴 속에 잠재해 있는 것으로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주4) 대중의 의식은 또 투쟁의 진행 과정 속에서 매우 역동적으로 변

화.발전하기 때문이다.*주5)

그런데 대중의 의식은 수시로 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기도 하지만 아무렇게나

마구 변화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즉 그러한 변화에도 일정한 추세가 있을 것이

다. 그리고 이 추세적인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거나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중 의식의 일시적이고 역동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는 한계 내에서 이 추세적인 것을 대중의 주체적 조건을 판단하

는 데 그 준거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우리 노동자계급은 87년 대투쟁 이후 크게 각성하여 1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진출해 왔다. 그리하여 오늘날 노동자가 잠재적(潛在的)으로든 현재적(顯在的)

으로든 하나의 유력한 사회세력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그

러나 이 추세는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약간 주춤해 온 것 또한 사실이

다. 거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그 하나는 운

동 상층부의 개량화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조합원 대중 일부에서 나타난 개량

화 현상이다.

김영삼 정권은 문민정부임을 앞세워 운동 상층부에 대한 탄압을 다소 완화하

면서(이것은 지난번 총파업투쟁의 마무리 과정에서 생생하게 확인되었다!) 이

부분을 체제(물론 민간 파시즘 체제이다!) 내로 포섭하는 작업을 집요하게 펼쳐

왔다. 이 작업에 청와대 박세일 사회복지 수석이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은 잘 알

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일정하게 성과를 낳아서 운동 상층부에서는 개량

주의적 조류가 지배적인 것으로 되었다. 이것은 구체적으로는 ‘민주변혁’을 거

부하고 그 대신 ‘사회개혁’을 표방하며 나아가 변혁지향적인 부분을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얼핏보면 ‘민주’보다는 ‘사회’라는 접두사가 훨씬 진보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하층의 조합원 대중 속에서의 개량화 현상이다. 이는 노동자

계급 전반의 경향이라기보다는 독점 대사업장 정규직 노동자들에게서 주로 보여

진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현재 민주노조운동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 현

상이 가지는 중요성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숫자상의 비중에 비해 훨씬 크다.

잘 알다시피 김영삼 정권은 “개혁”과 “세계화”를 표방하며 나라 경제를 대외

적으로는 전면적으로 개방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국가주도로부터 재벌주도로 급속

히 변화시켜 나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재벌들이 세계경영, 공격경영을 내세

우며 무모한 확장을 추구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대공황으로 귀결되고 있다.*

주6)

그런데 이 대(大)확장 국면을 경과하면서 재벌은 자기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

해 한편으로는 신경영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노동통제를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동

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한 정도의 금전적 개량을 제공하여 노동자들의 개량

화를 꾀해 왔다. 정부의 계속되는 임금억제 정책 하에서도 이것은 이루어졌다.

주로 이면합의라는 형태로! 그 결과 독점 대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생산직,

사무직을 망라하여)에게 있어서는 자가용이 필수적인 내구소비재가 되었다! 반

면 독점 대사업장 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격차는

급격히 벌어져 왔다.*주7)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독점 대사업장

정규직 노동자들을 일정한 정도 개량화시키는 작용을 했던 것이다. 즉 실질임금

의 절대적 개선과 다른 노동자들(비정규직 노동자 및 중소기업 노동자)과의 상

대적 격차가 이들 독점 대사업장 정규직 노동자들로 하여금 현실 안주적 경향을

지니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노동통제의 강화가 이러한 경향을 굳히는 역할

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있었다고 해서 이들의 전투성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

었다. 그렇지만 전투성이 다소 약화되는 현상을 보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

난번 총파업에서도 이것은 확인될 수 있었다. 자동차연맹이나 금속연맹의 제조

업 노동자들의 전투성이 8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초반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다 중요하게는 이들에게 있어서 변혁지향성이 많이 약화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것을 흔히 ‘실리주의적인 경향의 출현’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약간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독점 대사업장에는 어디

에나 이러한 조류가 조합원의 일각을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대세를 이루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계급적 노동운동의 흐름 안에서 변혁

지향적인 조류와 개혁주의화한 조류가 분열함으로써 독점 대사업장에서는 이 실

리주의적인 조류가 혼자서–예컨대 현대자동차 이영복 집행부의 경우–또는 운

동 내의 개혁주의화한 조류와 연합하는 것을 통해서–예컨대 쌍용자동차 현집행

부의 경우–득세하는 모습이 간혹 나타났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이렇게 보면 조합원 대중에게 있어서는, 지난 3∼4년 동

안 독점 대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변혁지향성이 개혁지향성으로 하향하는

정도의 일시적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어쨌든 이 두 요인 즉 운동 상층부의 개량화와 독점 대사업장 정규직 노동자

들의 개량화가 복합됨으로써 노동운동은 투쟁의 전투성에서 다소 약화되었을 뿐

만 아니라 투쟁의 계급적 내용(요구와 주장)에 있어서 더욱 후퇴되는 모습이 나

타나게 되었다. 실리주의라는 이름의 노사협조주의가 당당하게 민주노조라고 명

함을 내놓고 행세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개혁주의가 일시적으로 대세가

되었다. 변혁지향성은 고립되었을 뿐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되었

다. 그 대신 “시민운동” “개혁” “시장경제”라는 내외 독점자본의 이데올로기가

노동운동 내부로 대거 침투해 들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세력의 개량화 공세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허구성이 하나

하나 폭로되면서 점차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한계는 상층에서보다 하층

에서 먼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층 조합원 대중은 ‘노사관계 개혁’이라는 구체

적인 문제를 통해서 지배세력의 의도–노동자의 임금노예화–를 확실히 파악하

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하층에서는 “총파업 투쟁”을,

상층에서는 “노개위 참여”를 주장하는 갈등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작

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노동법을 전면적으로 개악하려는 총자본의 기도가 분명

해지자 이에 대한 대중적 분노와 투쟁의 열기가 급격히 고양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대중 속에서는 전투적이고 변혁지향적 흐름이 상승하는 추세로

반전되어 갔다. 민주노총 상층이 노동법 개악 저지와 총파업 투쟁에 대한 확고

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층에서는 압도적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해 나갔다. 이러한 노동자 대중의 의식적 흐름은 마침내 작년 12월 노동법

날치기 통과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그러한

추세가 반전되는 어떠한 조짐도 발견할 수 없다.

이 총파업 투쟁을 전환점으로 해서 노동자계급의 전투적.변혁적 진출을 가로

막아 왔던 요인들은 대중 속에서는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이 때를 즈음하여

(96년 하반기부터 이미 뚜렷해져 왔지만) 재벌의 무모한 확장은 그 후과를 확연

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반도체 경기는 급락했고 해외투자는 줄줄이 실패를 드러

냈으며 삼미, 우성 등 재벌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독점 대사업장에

서도 금전적 개량은 축소되고 노동통제는 부쩍 강화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

면서 노동자들은 자본측이 내세우는 신인사.임금 제도 등 신경영이라는 것, 그

것의 국가 차원의 확대판인 신노동정책이라는 것이 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파괴

시키는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절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실리주의는 물론이고 개혁주의적인(투쟁에 보다 소극적

이고 보다 타협적인) 흐름의 영향력도 급격히 약화되어 갔다. 그리고 이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운동 상층부와 하층 조합원 대중 사이의 간격은 더욱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양상은 총파업 이후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에서 집행부측

이 아닌 후보가 부위원장 선거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표출되기도 하였다. 또한

그러한 개혁주의적 흐름을 대표하며 민주노총을 좌지우지하는 듯 행세하던 현대

자동차 정갑득 위원장이 지난 9월 단위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패

배한 것도 총파업 이후 조합원 대중의 의식의 변화 추세와 더불어 민주노조운동

상층이 조합원 대중과 얼마나 유리되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우리 노동자계급은 그 동안 우여곡절을 거치며 전투성과 변혁지향성이

다소 약화되는 양상을 보여 온 측면이 있지만, 이것은 결코 지속적인 추세가 아

니라 일시적이고 표면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을 전후하여 이러한 일시적 현상마저도 사라지면

서 노동자 대중의 의식은 87년 이후 줄기차게 전진해 온 정상적인 흐름을 되찾

아 전투성과 변혁지향성을 강화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주8)

(2) 대중의식의 현재 상태와 움직임

그러면 노동자 대중은 참으로 투쟁으로 진출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가? 그

러한 진출은 이번 대공황이 터지기 이전까지의 이야기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더 가까이 이번 공황이 터져나오기 전후로 하여 나타나고 있는 대중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중의 움직임은 일반적으로 선거와 일상투쟁에서 그 추이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선거를 통해서 보자. 이번 대공황이 터져나오기 직전 기아자동차에서는

‘회사 살리기’를 표방하며 그 동안 투쟁을 이끌어 온 전 집행부가 선거에서 의

외로 패배하고 ‘고용안정 쟁취’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투쟁할 것을 주장하는

집행부로 교체되었다. 그리고 이에 앞서 지난 9월에 있은 현대자동차 노조 위원

장 선거에서도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이른바 ‘강성’이라고 알려진 김광식 후보

가 당선되었다.

그리고 이번 대공황이 터져나온 이후 자본측이 ‘50% 감원, 30% 임금삭감’ 등

무자비한 공세를 펼치고 있는 한복판에서 실시된 한라중공업 노조 위원장 선거

에서도(27일) 현장조직인 ‘민주노조투쟁위원회’와 ‘노동자해방투쟁위원회’가 내

세운 송관엽 후보가 실리주의적인 전 집행부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리고 11월

29일 결선투표가 실시된 현대중공업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도 타후보에 비해 상

대적으로 강한 투쟁성을 보여온 윤재건 후보가 ‘합리적’이라고 알려진 이갑용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또한 쌍용자동차에서는 임투 과정에서 백지 위임 등

으로 자본측의 공세에 투항했던 현 어용집행부가 조합원들의 빗발치는 퇴진 압

력에 몰려 신임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는데 사실상 불신임되었다.(부위원장이 개

표 시간 전에 투표함을 개봉하여 투표가 무효화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공황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던 지난 15일에는 한양대 의료원 노동

자들이 차수련 전 위원장의 복직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민주

노조에서도 해고자 복직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한다는 것, 더구나 병원이라

는 사업장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최근 자본측의 총공격으로 노자관계가 날카

롭게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노동자 대중의 투쟁동력이 팔팔 살아 있

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실례라 하겠다.

또한 지난 26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은 30일까지 완전월급제 시행지침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내달 1일 연맹 소속 택시 2만여 대를 과천 정부청사로 집결

시키는 ‘반납투쟁’을 벌인 뒤 2일부터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번 대공황 이후 현장의 조합원 대중들

은 표면적으로는 불안해 하고 위축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서까지 자본에 굴복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심은 오히려 자본에 저항하

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보다 적극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움

직임은 평소 같으면 투쟁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늙은 노동자들 속에서, 심

지어는 중간 관리직 노동자들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임금을 조금 올

리느냐 마느냐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밥줄을 유지하느냐 아니냐 하는 차원

의 사활적인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언론들이 하나같이 이번 IMF의 구조조정 강요에 대해 ‘강성’ 기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 노동자들의 대응이 가장 큰 제동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

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대중의식의 추세를 그들도 훤히 들여다 보고 있기 때

문이다. 예컨대 르몽드 디쁠로마띠끄 지의 프레데릭 F. 끌레르몽은 이미 지난달

에 한국에 금융폭풍이라는 공황이 밀어닥칠 것을 예고하며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투쟁이 분출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주9)

우리나라 노동자의 전투성을 주목하는 해외의 시각은 진보적인 언론만에 국한

되지 않는다. 초국적 자본의 이론지인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남한–기적의 종

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전 서울시장 조순을 총리 또는 경제부총

리로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그가 동료들을 싸안는 포용력을 가지느냐

하는 것과 노동조합들을 제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반면 김대중 후보는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자유주의자라고 말하고 있으나 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그의 충성스러운 추종자들 중의 많은 수가 전직 노조운동가들인데 이러한 그가

노동조합의 현재의 요구들에 굴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다”라고 하여 초

국적 자본이 한국 경제를 장악.지배함에 있어 민주노조를 가장 크게 겁내고 있

음을 보여주고 있다.*주10)

이들의 눈에도 한국의 노동자 대중은 지금 역동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비쳐

지고 있는 것이다.

(3)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노동자 대중은 비록 투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승리의 전망이 보이지 않으

면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그러면 대공황을 배경으로 하여 내외 독

점자본이 가해오는 총공세를 분쇄하기 위한 이번 투쟁은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제반 조건들을 볼 때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아니

제대로만 싸운다면 승리할 가능성은 확 뚫려 있다! 왜 그런가?

그 첫번째이자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위에서 말한 민주노조 조합원 대중의 의

식적 상태과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한라중공업, 현대중공업, 쌍용자동차, 한양

대 의료원, 택시 등에서 보듯이 노동자들은 내외 독점자본의 이데올로기적, 제

도.정책적 공세와 반(反)노동자.민중적인 방향에서 강요되고 있는 경제 구조 조

정에 대해 그 부당성을 확실하게 간파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방어.쟁취

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쟁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는 이번 투쟁에 대해서 미조직노동자 대중과 근로 민중들이 광범위하

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번 총파업 투쟁에서도 소시민층

을 포함한 광범위한 근로민중이 노동자들의 총파업에 지지를 보냈다. 그것은 무

엇보다 생산직 노동자 뿐 아니라 사무직을 포함한 광범위한 노동대중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리해고 등의 내용이 노동법 개악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데 이번 대공황 속에서 가해지는 내외 독점자본의 공세는 노동법 개악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소시민층을 포함한 근로민중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

고 있다. IMF가 요구하는 대로 따를 경우 전 사회적으로 실업이 만연하고 경기

는 위축되며 물가는 폭등하게 된다. 이것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취업을

앞둔 예비노동자(학생), 도시빈민, 농민, 영세상인, 사회보장에 의존하는 사회

적 약자 등 특권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게 심각한 피해가 돌아간다. 예컨대 초

긴축을 이유로 농어촌 구조조정사업과 교육, 사회복지 부문의 예산이 대폭 삭감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조직 노동자대중과 도시빈민, 농민 등 여타 기층 민중은

물론이고 소시민층(비특권 중간층)까지 민주노조운동이 앞장서서 민중의 생존과

생활을 방어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쟁을 벌여줄 것을 기대하고 요구할 것이다.

미조직 노동자 대중은 지난번 총파업 투쟁 때처럼 단순히 지지하는 차원을 넘어

서서 적극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조직 노동자들은 노사관계상으

로 기왕에 무권리 상태였으므로 지난번 노동법 개악에서는 관심이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사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의 생존이 위

협받고 있다. 따라서 행동으로 함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번에 투쟁이 벌어지면 그야말로 민중항쟁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 노

동법 날치기 무효화투쟁에서는 절차적인 무법행위가 중간층으로 하여금 김영삼

정권에서 등을 돌리게 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국가경제 파탄과 그 부담을 노

동자뿐 아니라 일반 민중에게까지 가혹하게 지우는 내용적인 불합리성이 문제가

되므로! 또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압박하는 문제로 다가오게 되므로! 이는

물가폭등, 세금폭등만 가지고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지배세력을 제외한 모든

민중이 민주노조운동의 투쟁을 기대하고 게 되어 있는 것이다.

셋째로 지배측은 온갖 허구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총동원하여 자신들의 전략

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기정사실로 만들려 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결정적인 약점들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정권과

관료들이나 경제를 주도하는 재벌 등 국내 지배세력의 과오가 이번 대공황을 초

래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외국 언론은 물론 부

르조아 언론에서조차 이러한 사실은 부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래서 러한 국가기구와 재벌체제의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그들은 개혁

또는 변혁되어야 할 대상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들이 어

찌 힘을 쓸 수 있겠는가? 국내 지배세력은 결코 힘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다. 이들을 지휘하고 있는 초국적 자본은 그러면 힘을 쓸 수 있는

가? 그들은 국내 지배세력에게는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초국

적 자본이 IMF를 앞세워 강요하는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그것이 너무나 일방적이

고 과도하게 그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고 하는 점으로 인해서 광범위한 민중

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죽하면 제도언론에서조차 ‘IMF 신탁통치’라고

말하고 있겠는가? 신탁통치를 강요하는 것이 오늘의 세계에서, 특히 멕시코나

동남아가 아닌 한국에서 힘을 쓸 수 있다고 보는가? 심지어 국내 지배세력에서

도 그들의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과도한 긴축 요구 등 IMF의 지나친 간섭에

대해 일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국내 재벌들이 무모한 확장을 했듯이 그들 또

한 엄청난 무리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투쟁은 전세계 민중의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번 총파업 투쟁 당시에도 주로 서구의 노동자를 중심

으로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준 것이 투쟁에 적지 않은 힘이 되

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주된 쟁점이 노동법 문제였다. 거

기에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전세계 자본의 공통적인 공세도 포함되어 있었지

만 한편으로 ‘복수노조 금지’ 등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천민적, 전근대적인 요

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초국적 자본이 한 나라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가서 그것을 완전히 손아귀에 틀어쥐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 민중을

신자유주의적으로 지배.착취하려는 초국적 자본의 전략이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이다. 따라서 이것을 둘러싼 싸움은 지난번 총파업 투쟁과는 비교할 수 없

을 정도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대공황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전세계의 언론은 이

사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싸움에는 신자유주의적 유

연화-착취에 맞서 싸우는 서구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초국적 자본의 세계 지배에

반대하는 진보적 운동세력과 제3세계 민중들이 더욱 더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지

지.연대가 뒤따르게 되어 있다. 여차하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 세계 민중

연대의 초점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초국적 자본은 냉전 이후 처음으로

세계적인 반대에 직면하게 되면서 크게 당황할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이미 예견된 것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갑작스럽게 터져나와

예상을 뛰어넘어 긴박하게 전개되어 나가는 대공황 앞에서 노동자 대중과 근로

민중은 얼떨떨하기도 하고 위축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보면

내외 독점자본의 총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

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한 여러 측면들을 고려할 때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은

너무나 충분한 승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 대중의 전투적, 변혁지향적

지향이 급속하게 회복되어 가고 있는 추세를 볼 때 주체적 조건도 충분히 갖추

어져 있다. 특히 내외 독점자본의 전략과 그것이 가져올 결과들을 간파하게 될

때(그러한 자각은 이미 상당부분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투쟁으로 떨쳐 나

서게 될 것이다. 문제는 민주노조운동, 특히 지도부가 이러한 대중의 투쟁의지

를 하나로 불러모아 내고 광범위한 근로민중까지 하나로 뭉치게 할 것인가 아닌

가, 나아가 전세계 민중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단호한 입장과 과학적인 전략

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4) 선거와 투쟁 — 선거에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이다.

민주노조운동은 지금 겸허하고 냉철해야만 한다. 투쟁과 선거에 그 각각에 대

하여 승리의 가능성을 타산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승패가 노동운동의 향후

발전에 가져올 효과에 대해서도 타산해 보아야 한다.

목표하는 대로 대선에서 5%의 득표를 했다고 하자. 그것이 현 시기 노동자 대

중의 생활상의 고통을, 이 절박한 고통을 해결하는 데에 과연 어떤 보탬이 될

것인가? 또 장기적으로는 노동자계급이 변혁적으로 정치세력화 하는 데는 과연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우리의 판단은 둘 다 아니다라는 것이다.

우선 당면한 대공황 속에서 노동자의 절박한 생존권을 지켜내는 데 선거에 집

중하는 것은 과연 보탬이 될 것인가를 검토해 보자. 그러한 전략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첫째로 대선과정은 곧 총자본의 총공격이 기에 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총자본

이 노동자계급을 향해 총공격하는 공격지점의 많은 부분들은 후보자들과 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서 기정사실화될 것이다. 대선 그 자체가 그러한 이데올

로기 공세의 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환경 속에서 자본은 정리해

고, 인원삭감, 임금동결의 칼날을 휘둘러댈 것이다. 그리고 대선 이후 저들은

대선과정을 통해 힘들여 형성한 이데올로기 지형을 바탕으로 해서 제도.정책적

인 개악을 밀어부칠 이런 상황 속에서 대선운동이 무슨 도움이 될 것이며 또 대선에서의 5% 득표

가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대선운동은 대선기간 동안에 벌어지는 총자본의 총

공격을 맞받아치는 데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되지 못할 것이다. 선거라는 공간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법적 현실–언론은 재벌언론이고 정당은 국보법에 의하여

보수정당만이 허용되고 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정치적 의사 표시의 자유

는 금지되고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모금은 금지되어 재벌만이 돈을 댈 수 있고

언론.출판의 자유는 봉쇄되어 있는–에서는 원천적으로 노동자.민중에게 유리한

공간이라기보다 돈과 언론을 가지고 있는 지배세력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공간

이기 때문이다. 이 공간은 우리가 방치하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공간이

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일만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때까지의)에서는 결

코 우리가 주력할 공간은 아닌 것이다. 특히 5% 득표라는 목표에 집착할수록 선

거운동은 중간층을 의식하는 모습을 띠게 될 것이고 노동자.민중의 당면하고도

절박한 요구와 투쟁을 적극적으로 받아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로 대선 이후에도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게 할 것이다. 대선에서 5%를

득표하면 대선 이후 힘차게 투쟁하는 데 도움이 되겠는가? 그 득표율이 대중에

게 힘을 보태주겠는가 힘을 빼겠는가? 제도권 정당을 건설하는 것에다 최고의

의미를 부여하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성공이라고 자평될 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이 엄청나게 노동자.민중이 고통을 강요당하는 시기임에도 고작 5%의 국

민만이 우리를 지지하는 것을 보면서 패배감으로 나가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태가 뻔히 내다보이는데, 일단 대선을 치르고 나서 그 때에 가서 총파업 준비

에 박차를 가하자고 하면 그 준비가 과연 잘 되겠는가? 요컨대 선거에 집중하게

되면 선거운동에서 선진층의 힘을 한 번 빼고 총자본의 총공격이 노동자 대중

을 제압해 들어오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게 될 것이

고(싸움에서는 기선의 제압이 아주 중요하다!) 선거 후에 가서는 이미 기선을

제압당한 상태에서 선거결과를 보면서 조합원 대중은 더욱 자신감을 잃게 될 것

이다. 생존권을 방어하는 당면의 절박한 문제에 있어서 선거에 집중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전략적 선택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선거에 집중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이루어

나가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다. 그 정도의 득표를 하면 이번 선거를 통

해 제도권에 편입된 합법정당을 만드는 데 목을 매고 있는자들은 정당 건설의

토대가 마련된 일대 성공으로 자족적인 평가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배세력이

이처럼 수세에 몰려있는 시기에 고작 그 정도의 득표를 한 정당으로서는 노동자

대중을 패배감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대중은 그러한 정당

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기껏해야 수동적인 지지자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어서는 합법정당으로 생존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대중

정당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으로 노동자 대중

의 정치세력화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걸림돌만 될 것이다.

이렇게 적은 힘으로 합법정당을 만들고 선거에 임하게 되면 과거 전례로 볼

때 계속 개량화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번의 경우를 보더라도 ‘국민승리21’의

선거운동은 개량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이데올로

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아(亞)-제국주의적 양상마저 라, 코리아”라는 슬로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코리아”란 어느 나

라 말인가? 미국말 아닌가? 이것이 대한민국 노동자 대통령 후보의 선거 포스터

의 슬로건이라니 정신이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일어서라”니? 민중이 주인으로

일어서라는 것이 아니라 코리아라는 국가와 국민이 일어서라는 말인데 이것은

전형적으로 국수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이 아닌가? 이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이다. 노동자 후보가 그것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이 이

상의 개량화가 있을까? 단순히 슬로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승리21’의 선거강

령에는 대외적인 측면, 특히 초국적 자본이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전세계를 지배하려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나 대안을 찾아볼 수

없다. 그 결과 초국적 자본이 지금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먹어주려고 들어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한 어떠한 거부도 보이지 않고 있다. 나아가 그들

이 지금 정리해고, 임금삭감, 노동법 개악,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강요하고 있는

실세인데도 말이다! 이런 방향에서 겉만 요란하게 ‘대혁명’을 얘기하는 것은 깨

어 있는 대중에게는 빈속을 감추는 허장성세로밖에 다가올 수 없다.

(5) 지도부는 현재의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대공황과 그 속에서 내외 독점자본의 전략과 움직임에 대

한 노동운동의 각급 지휘부의 대응 상태는 어떠한가?

민주노조운동은–여타의 민중운동 전체가 다 그러하지만–이 중대한 ‘경제 신

탁통치’ 상황에 대처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 어떠한 정치적 색조인

가를 막론하고 지난 반년 동안의 결정적으로 귀중한 시기를 대통령 선거에 매달

려 왔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금 대선에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같은 정치운동단체나 각종의 노동운동단체들도 또

한 예외적인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러하다. 지난번 노동자대회를

통해서 보면 전해투, 현장활동가 모임 정도가 현시기에 있어서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노총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추세는 대공황

이 터져나온 이후 바뀌고 있는가?

민주노총은 오는 12월 6일 전국 동시다발로 집회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집회

에 이어서 인간 띠잇기 대회를 한다고 한다. 행진하는 위력적인 행사가 아니라

멈추어 선 평화로운 행사를! 그리고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가 익히 알고 있듯이 “불사”란 일반적으로 말해서 실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여차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할 때 사용하는

어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통신 노조는 95년에 “총파업을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총파업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

은 아니었다. 이것을 김영삼 정권이 왜곡해서 “한국통신 노조가 총파업을 해서

통신대란을 일으키려 한다”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했었다. 이처럼 “불사한다”

는 말은 일반적으로 볼 때 총파업 투쟁을 할 수도 있다는 의사 표시인 동시에

아직 총파업에 대한 구체적 결의나 준비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

시이기도 한 것이다. 민주노총 중앙은, 그리고 민주노조운동의 각급 지휘부는

아직 이 대공황 상황에 온몸을 던져 대응할 태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번 싸움은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가운데 내외 독점자본이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서 우리 노동자계급 전체와 민중 전체를 향해 도발해 오고 있는 총소리

없는 전쟁이다. 그리고 이러한 때일수록 운동의 지도부 또는 투쟁의 지휘부가

어떠한 태세와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초국적

자본은 이런 지점들까지 꿰뚫어보고 있을 것이다, 제3세계를 통치해 온 풍부한

(?) 경험을 통해서! 노동운동 지도부의 현재와 같은 모습이 바뀌지 않는 한 노

동자대중이 설사 투쟁하고자 하더라도 그 투쟁은 산발적인 데 그칠 것이고, 결

국 자신들의 의도는 별 장애 없이 관철되리라는 것을!

그러므로 애매모호하거나 어중간하거나 한 대응으로는 지금 같은 정세 속에서

는 아무런 전 조직에 초비상을 걸고(그들은 긴축도 초긴축을 하고 있다!), 총파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자본측의 공격 여하에 따라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만

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대선을 택할

것인지 총파업을 택할 것인지 양단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대중

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안고, 대중을 힘있게 하나로 묶어세우고, 이것으로써 승

리하는 한판 싸움을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마땅히 총파업 투쟁에 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조운동은 지금 시급히 자신의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지금이 일상적인 시기의 선거 때라면 우리는 선거에 집중할 수도 있다. 그러

나 지금은 사활을 건 전투적이고 변혁지향적인 대중투쟁을 해야만 하는 결정적

인 시기이다. 나아가 민중항쟁을 해야 할 시기이다. 이런 시기라면 당연히 선거

가 아니라 투쟁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러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과제

인 정치세력화에는 그러면 이번 선거운동이 도움이 되겠는가? 앞에서 보았듯이

전혀 그렇지 못할 것이다. 반면 이번 역사적인 대투쟁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노

동자.민중은 생존권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성공하는 것과 더불어 정치세력화하

는 발판을 튼튼하게 구축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즉각 총파업 준비 총비상에 돌입해야 한다. 그리고 예를 들어서 정치

실천단은 총파업 실천대로서 그 역할이 즉각 변경되어야 한다. 그리고 총파업

투쟁 과정에서 조합주의적인 요구나 노동자주의적인 요구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이 나라를 개조할 수 있는 민주변혁지향적인 요구를 앞장서서 주장하고 일반 노

동자 대중(기업별 노조 안의 조합원만이 아니라)과 나아가 일반 민중모두를 향

해 선전하는 선전대의 임무를 수행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구비된다면 이번 총파업 투쟁은 그 동안의 선거 준비를 이어받

아서 발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신속히 총반격을 함으로써 충분히 승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공세와 노동력 가치의 박탈 공세를 저지하

는 것이 곧 승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루어지면서 민주변혁은 한걸음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은 자본측도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유력한 사회세력으로 인정될 것이다. 동시에 노동자계급은 변혁

적 요구를 내걸고 수행하는 투쟁을 통해서 광범위한 대중이 그러한 변혁적 지향

을 자기 것으로 확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운동은 이것을 이룩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저들도 말하고 있듯이 위기는 곧 기회이다!

지배세력을 대변하는 보수정당들도 30일 국가부도 사태로 치닫고 있는 경제위

기를 감안하여 대규모 선거유세를 중단하기로 하는 한편, 빠른 시일 내에 휴회

중인 국회를 소집하여 6개월간 임금동결(노동자 투쟁 동결!). 금융실명제 보완

등 지배세력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런 데도 멈칫거리면 차 지나간

다음에 손을 흔드는 꼴이 될 뿐이다!

□ 주 ———-

1) 그동안 원화 방어에 65억 달러나 소모하면서 최근 실질적인 외환 보유고가

150억 달러로 격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사정이 다급해지진 임창렬 부

총리는 28일 긴급히 일본으로 쫓아가서 일본 정부에 200억 달러의 지원과 우

리 금융기관이 일본에서 차입한 단기 외채 300억 달러의 상환을 연장해 줄 것

을 요청하였다. 동아일보 11월 29일자 및 한국일보 11월 30일자 참조.

2) 동아일보 및 국민일보 11월 27일자.

3) “경제공황 하에서 취업노동자의 경제투쟁은 약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

제공황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폭로하는 것으로서 실업자 운동이나

노동자계급의 정치투쟁을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상환, “한국자

본주의의 위기와 사회갈등의 본질”, 당대비평 1997년 가을호.

4) 존 홀로웨이, “권력의 새로운 개념과 사파티스타”, 「신자유주의와 세계 민

중의 저항」,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1997, 참조.

5) “한국노총과 전노대의 조합원 의식 비교연구”, 윤진호.정영태, 사회경제평론

8 ‘한국의 자본주의와 노동운동’ 참조.

6) 한국경제의 이번 공황은 ‘초국적 자본에의 시장개방’과 ‘시장경제로의 개혁’

이 부족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이것이 내외 독점자본의 주장인데–오히려

그것이 과도하게 진행되어 나타나게 되었다는 올바른 분석들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 지(紙)에까지도 이러한 내용의 기사가 실

리고 있다. MIT대학의 암스텐 교수(정치경제학 전공)와 고려대 어윤대 교수의

공동집필 논문 “한국 하강의 이면”을 참조하시오. 또 따른 분석기사를 통하여 “재벌 중심의 개발모델, 재벌들의 방만한 경영, 은행

돈 독식, 정경유착, 부패구조 등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파헤

쳤다. 한편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세계의 진보세력들은 일찍부터 경제의 대

외개방이 민족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해 왔다. 이에 대해서는 「신

자유주의와 세계 민중의 저항」,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1997.

을 참조하시오. 같은 맥락에서 반(反)아펙 단체들은 캐나다 밴쿠버 아펙 정상

회담 기간에 ‘민족 정상회담’을 자유화 정책이 자본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해 민족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

했다. 또 방콕에 본부를 둔 ‘남반구 글로벌 포커스’의 월든 벨로 국장도 24일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경제 위기의 주범은 미국이 주도해 온 금융자유화”라

며, “미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 및 국제통화기금이 이번 금융 위기의 해결책으

로 내놓은 것은 더욱 확대된 시장개방이 전부”라고 비난했다. 한겨레신문 11

월 29일자를 참조.

7)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상용근로자 30-99인 기업과 500인

이상 기업의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는 85년에 9.6%에 그쳤으나 90년에는 29.5%,

93년에는 31.1%로 높아졌고 94년에 34.5%, 95년에 36.4%로 계속 상승하고 있

다. 대기업의 경우 노조의 교섭력이 클 뿐만 아니라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의

지불능력도 커서 단기간에 매우 높은 임금인상을 보인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에는 노조의 교섭력도 기업의 지불능력도 약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인상에

그쳤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한국자본주의의 구조변화”, 장상환, 참조.

8) 우리나라 노동자의 의식에 대한 한 조사연구 동조합에 대하여 임금인상, 사회복지향상 등 실리향상 뿐만 아니라 노조조직

강화, 사회개혁 활동, 정치활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해 주기를 바라

고 있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지향하는 방향은 미국식의 실리적 조합주의라기

보다는 유럽식의 사회적 조합주의에 가깝다고 하겠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노

동조합의 과제를 추구하는 데 있어 물론 합법적 방식을 취하기를 바라지만 자

본과 국가의 대응에 따라서는 비타협.비합법적 방법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한편 조합원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사회경제 체제로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지지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40% 정도는 사회주

의, 사회민주주의, 제3의 길 등 비자본주의적 체제를 희망하고 있다. 조합원

들은 통일문제에 대해 상당히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

고 일정한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통일을 추진하는 데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

이고 있다.” “한국노총과 전노대의 조합원 의식 비교연구”, 윤진호.정영태,

사회경제평론 8 ‘한국자본주의와 노동운동’, 1995, 참조.

9) 르몽드 디쁠로마띠끄 1997년 10월 호.

10)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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