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경제 신탁통치>와 노동운동의 대응

지금 즉각 총파업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제공 :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7.3. 두 번째 질문 : 누구를 대상으로, 누구를 동력으로 하여 싸울 것인가?

(1) 대공황의 국면전환 : 경제 신탁통치로! 나아가 경제 식민지로!

대공황 정세는 또 한번 그 국면이 크게 전환되었다. 지난 주 말부터 본격화되

던 공황은 이번 주에 접어들면서 급진전했다. 환율은 1,200원대를 넘어서 1,300

원대에 육박했고(12월 3일 한 때, 1,290원까지 올라갔다), 주가는 300선을 향해

급속히 내려갔다.(12월 3일 한 때, 356.82까지 내려갔다) 이렇게 되면서 공황은

IMF의 “구제금융 지원”이 아니라, 구제금융 지원을 빙자한 “신탁통치”를 불러왔

다. 우리 정부와 IMF간의 실무협상은 협상이 아니라 “협박”의 모습을 노골적으

로 드러냈다. IMF는 재벌을 비판하며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척

하던 그 동안의 태도를 표변하여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없다며 “무조건 항복”을 강압했다. 그리고 한국의 지배세

력은 간단히 백기를 들었다.

국제통화기금 총재 캉드쉬는 개선장군마냥 득의 만만해 했다. 그는 항복을 받

아 낸 후 이렇게 말했다. “한국정부와 IMF 실무협상단이 오늘 한국 금융위기에

단호히 대처하기 위한 경제 프로그램에 관한 협상을 마쳤음을 발표하게 돼서 기

쁩니다.”라고. 한 나라를 완전하게 굴복을 시켜서 “기쁩니다”라고. 경제주권을

빼앗아서 “기쁩니다”라고.

그가 1백% 관철한 요구조건이 무엇인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작

중요한 부분은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기술적 이행문서’에 들어 있다고 한

다. 그러나 밝혀진 부분만 하더라도 그것은 IMF가 그 동안 다른 나라들에서 구

제금융의 조건으로 삼아 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IMF는 경제성장률,

재정.금융, 국제수지 등의 거시 경제정책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민족경제의 대

내외적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조하는 것을 강요했다. 이번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금융부문의 개혁에 그치지 않고 재벌 지배구조의 개혁, 노동시장

의 유연화 개혁, 기업 회계제도의 개혁까지 강요했다.*주1) 나아가서는 무역 및

자본시장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개방을 강요했다. 더 나아가서는 정부 예산의 편

성에 대해서까지 자기들의 요구조건을 강요했다. 예컨대 외신 보도에 의하면

IMF는 재정적자 축소를 요구하면서 군비 삭감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주2)

이러한 내용은 IMF가 국제 통화당국(‘국제통화기금’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바에 부합하는)으로서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IMF의 이번 폭거는 외환

위기 또는 외채위기라는 약점을 빌미로 하여 해당 국가의 경제구조를 자신들의

의도에 맞게 개조하도록 강요한 ‘주권 강탈’로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설사 우

리들이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렇다! 특히 IMF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일본과 보조를 맞추어 이렇게 되도록 배후에서

조종을 했다는 데서 이번 협상은 미.일 제국주의에 의한 명백한 “경제주권 침

탈”로 규정되지 않을 수 없다.*주3)

최근 동남아 경제위기에서 초국적 자본 세력의 침략적인 모습이 많이 드러났

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것은 매우 특별했다. 그들은 태국에 대해서 십여 개의 금

융기관의 신속한 폐쇄를 고집했으나 태국 경제 전체에 대해서는 재정 긴축을 요

구하는 데에 그쳤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금융개혁, 재정긴축과 더불어 상품시장

의 개방을 요구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자본.금융시장을 포함하여

시장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개방을 강요했으며(합의문서에 수입제한 조치의 “폐

지”라고 되어 있다) 적대적인 기업 매수.합병 제도, 기업 회계제도, 정부예산

편성에 대해서까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개조 프로그램’을 받아들

이도록 강요했다. 그리고도 발표문에 밝히지 않은 중요한 사항들이 있다!

아마도 국방예산의 제한이라든가, 한국통신과 같은 공기업을 미국자본이 소유

하는 것이라든가,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무제한 허용하는 것이라든가 하는 것들

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그들이 집요하게 요구해 온 것들임에

도 이번 발표에 빠져 있는 것을 보면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캉드쉬는

막판에 “상당히 큰 것을 관철”시켰으며, 이에 캉드쉬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

바로 이한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주4)

이렇게 미국과 일본은 IMF를 앞세워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라는 것을 이유로 하여 멕시코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경제의 완전 개방과

완전 자유화를 통해 ‘경제적 식민지’로 개편하는 전략을 강요하고 관철시켰던

것이다! 마치 멕시코가 OECD 가입 직후 외환위기를 맞고 95년 초 미국의 경제

식민지가 되기를 강요당했던 것처럼! 허파에 바람을 넣어서 붕 띄워 놓은 다음

한순간에 바람을 빼서 아래로 처박히게 만들고, 그 다음에 자신들의 경제 식민

지로 재편한 수법이 너무나도 똑 같았다. 이처럼 누가 보더라도 동일 범인의 범

행이라고 것을 금새 알 수 있다.*주5) 김영삼 정권이 멕시코의 살리나스가 그러

했던 것처럼 OECD 가입을 업적으로 자랑하다가 임기를 전후로 해서 락하고 만 것까지도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개인의 추락에 그치지 않

고 나라 경제를 파탄내고 나라를 제국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의 세력의 “경제 신

탁통치” 그리고 “경제 식민지”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 또

한 살리나스처럼 해외로 도주하지 않으면 이 땅에서 온전히 살기 어려울 것이

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는 멕시코의 경우보다 더욱 참혹하다.*주6) IMF

총재 캉드쉬는 대통령 후보라는 자들 세 명 모두에게 “당선 이후에도 정부와

IMF의 협약 내용을 협의된 대로 준수하겠다”고 서약하는 각서를 제출하라고 강

요했다. 그리고 집권에 눈이 먼 후보자라는 자들은 하나 같이 이에 응함으로써

최소한의 민족적 자주성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하기야 이같은 사태는 그들 모두

가 한 목소리로 천민재벌들의 논리인 “경제를 살리겠다”고(바람 앞의 등불과 같

은 민족과 민중의 운명을 구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헛소리를 할 때부터 예상

된 것이었다. 경제주권을 빼앗겼는데 무엇을 어떻게 살린단 말인가?

더욱 어이없는 것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까지도 각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다. 정부가 양해각서에서 약속한 대로 “금융개혁법, 은행법 등 IMF의 조건 이행

을 위한 입법 조치를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대선 직후 국회를 열어서 관계 법

률을 그들이 시키는 대로 개정하겠다고! 이 각서는 그 내용에 있어서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요구하는 항복문서나 다름이 없다! 이것은 또 왕의 인장을 도둑질하

여 식민지 강탈 조약을 합법으로 가장한 것보다 덜할 것이 하나도 없다! 오늘날

의 주권자는 대통령, 대통령 후보자, 국회의장 따위가 아니라 국민이므로 국민

의 도장이 없는 것은 무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저들은 주권 없는 자들의

각서 쪽지를 가지고 합법적이라고 우기면서 양해각서라는 형식의 문건이 담을

수 없는, 조약에나 담길 수 있는 내용(국가의 주권에 관계되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한국 자본주의 경제는 하루아침에 초국적 자본의 식민지 경제로

전락했다! 신탁통치에 의해 경제 식민지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마치 1905년의

을사보호조약에 의해 1910년의 합방과 완전한 식민지로의 재편이 사실상 기정사

실화 되었듯이 이제 IMF 신탁통치가 시작됨으로써 앞으로 신탁통치 3년을 경과

하면서 완전한 경제 식민지로 재편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중대하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기에 여념이 없는 제도권 언

론들도 이 사태를 일제히 ‘경제 신탁통치’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같이

12월 3일을 제2의 ‘국치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제 식민지로 나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나라의 영토까지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3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임창렬 부총

리가 지난달 28일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자금 지원과

독도 문제를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주7) 이번 비밀협상과 비밀각서의 내용은 극히 중요한 부분들이 밝혀지지 않았

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민족과 민중의 장래에 극히 중대한 관련이 있는 사

안이 아니라면, 그래서 밝혀지면 민중항쟁이 일어날 만한 중대사안이 아니라면

밝히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재벌 지배구조의 개혁까지 밝히

고 있는 판에.

사태가 이러한 데도 가장 민족주의적인 체 하던 조선일보는 “국치니 신탁이니

주권이니 하면서 자기비하(自己卑下)에 빠지는 것은 더더욱 창피한 일이다”라고

하면서 “이번 위기는 우리에게 아주 유익한 기회를 제공해 준 셈이다”라고 헛소

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언론들은 거의 모두 ‘국치’ ‘경제 신탁통치’

‘경제 주권 상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국민일보 하나를 빼고는 우리나라가 “경

제 식민지”로 되기 시작했다는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진보적이라고 하

는 한겨레신문까지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일반 민중은 IMF의 경제구조 개혁

강요가 “치욕스럽다”는 것으로만 다가올 뿐 그 강요가 우리 나라로 하여금 경제

적으로 미.일 제국주의의 식민지 상태로 들어가게 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우리 노동자.민중이 그들의 임금노예로, 노예적인 착취.수탈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지배세력은 그러한 사실을 은폐하는 데에 바쁘다. 그들은 그냥 이제부터 잘

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신탁통치 하에서 무엇을 어떻게 잘 하면 된다

는 것인가? 신탁통치가 아니고 경제적으로 주권이 있는 상태라야 무엇을 잘하

고 말고 할 것이 아닌가? 이것은 일제 식민지 통치하에서 물산장려를 해서 민

족경제를 살리자고 했던 것이나 다름이 없는 도덕주의적인 이야기이다. 도덕적

으로는 좋은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해서 민족경제를 지키거나 살릴 수 없는 것이

다. 그들은 국산품 애용조차도 자유로운 시장 질서에 위배된다고 못하게 금지할

것이다.

그런데도 제도권 언론들은 진실을 은폐하기에 여념이 없다. 가장 반동적인 조

선일보가 여기에서도 가장 철저하다. 그래서 심지어는 마치 공황이 이제 끝난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들은 “쉽게 재기할 수 있다”며 민심 수

습에 나서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할 수 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지 않았는가. 실의와 좌절은 난국극복의 가장 무

서운 적이다” “국난을 이기자” 등등. 한편 정치권은 마치 한숨 돌렸다는 듯이

IMF청문회 개최를 거론하면서 정부관료의 책임을 묻는 정치 공세를 개시하고 있

다.

그리고 신탁통치 덕분에 5일자로 55억 달러가 입금됨으로써 국가부도는 피해

졌다. 그리고 환율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좋아라고 주가가 막

올라가고 있다. 마치 공황은 이제 끝난 것처럼!

(2) 경제 신탁통치 하에서의 공황

그러면 이렇게 IMF의 ‘경제 신탁통치’로 들어감으로써 공황은 가?*주8) 아니다. 공황은 급격한 파국의 양상이 다소 누그러뜨려질 뿐이고 이후

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종금사, 은행들의 파산, 도산 또는 합병이 이어질 것

이며 기업들도 계속해서 파산, 도산 또는 부도 처리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

다.(아니나 다를까 12월 5일, 고려증권이 최종 부도를 내고 도산했다) 또 대량

해고, 임금삭감,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관철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이

윤율이 회복되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주가는 다시 떨어지고 환율은 다시 오를 것이다. 그리고 금리는

높은 수준의 행진을 계속할 것이다. 지금도 금리는 3일 이후에도 계속 올라서

12월 4일 현재 18.85%, 12월 5일에는 19.19%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92년 1월

이후 최고치이다.

① 미국이 배후 조종하는 IMF가 국가경제의 최고 경영권을 틀어쥐다

그러면 경제 신탁통치가 되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이날부터는 신탁통치 당

국인 IMF(초국적 자본의 집행위원회인)가 공황의 이후 진행을 통제하는 ‘공황의

최고 경영자’로 된다. 초국적 자본 세력은 지금까지는 한국의 공황이 세계경제

의 불안정으로 비화되지 않게 하면서 한국의 지배세력에게 자신들이 요구조건을

압박을 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초국적 자본 즉 IMF가 한국의 총

자본(재벌과 국가기구)을 대신해서 직접 한국의 공황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게 되

었다.*주9)

그러면 이것은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를 띠는가? 그들이 공황을 총괄적으로 관

리한다는 것은 첫째로 공황의 진행 속도와 공황의 골의 깊이를 그들이 조절.통

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방향에서 조절.통제할 것인가? 그

들은 이번 기회에 한국경제를 확실하게 초국적 자본의 장악.지배 하에 넣기 위

해서 공황을 다. 한국경제는 그렇지 않아도 공황을 맞이하여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의도적.계획적으로 골이 더욱 깊어지게 만들 것이다. 성장률을

3%로 한다고 합의했지만 교묘한 통제를 통해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만들지도 모

른다. 그러면서 피를 말리기 위해서 공황의 진행 속도는 급격히 파국을 맞게 하

기보다는 서서히, 그러면서 길게 끌고 갈 것이다. 참으로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

다. 고통을 겪어야만 체질을 고칠 수 있다고 하면서! 최소한 3년은 산임을 그들은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측면은 이것이 아니다. 설사 고통을 좀 겪는다 하더라도

이후에 나라 경제의 사정이 좋아진다면 우리 노동자.민중은 그것을 참아 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공황을 총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앞에서 말

한 ‘강요된 고통’의 시기 동안에 이루어지는 한국경제의 구조 개편이 그들에 의

해서 좌우된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경제를 ‘경제 식민지’로 만들려

는 그들의 제국주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한국경제의 체제와 구조가 재편되어지

게 되었다는 사실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심지어 경제뿐만이 아

니라 국방, 문화 등 국가 운영의 제반 사항이 그들의 통제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주10)

물론 일반적으로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면 정책 권고를 하고 이것을 이행하

겠다고 약속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번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대통령 후보들과 국

회의장의 서약까지 받아 내고 또 약속을 불이행하면 즉각 금융지원을 끊겠다고

협박의 고삐를 바짝 죄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이번의 경우 IMF는 단순히 국

가경제의 운행에 개입 또는 간섭하는 정도를 넘어서 명백히 ‘경제적 침략’ 의사

를, 즉 한국경제를 그들 초국적 자본이 장악.지배하는 질서로 개편하겠다는 의

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초국적 자본들이,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는 미국이 그러한 ‘전략적 계획’을 가지고 이번 공황을 유도하고 촉발시켰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미국의 뉴욕 타임스 지 사설에서 IMF–한국

간 5백50억 달러 패키지 합의조건이 비밀에 부쳐져 있다면서, IMF가 지나치게

한국측을 몰아세웠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겠는가?*주11)

이제 초국적 자본과 제국주의는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적 제약요인 정도에 머

무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이제 대외적 “제약 요인”에서 대내적 “지배 요인”

으로 되고 있다. 예컨대 외국자본이 국내자본과 아무런 제약이나 차별없이 들어

와서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이 핵심적인 은행과 기업을 소유.경영하게

된다. 또 마음놓고 돈놀이를 하면서 금융의 흐름을 좌우하게 된다. 또 핫머니의

투기도 마음놓고 할 수 있게 된다.

② IMF는 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에 입각해서, 전략.전술적으로 한국경제를

식민지 경제로 재편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이들의 지배는 우리 민족과 민중의 삶과 운명에 어떠한 방향으

로 작용할 것인가? 그것은 공황을 그들이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관철되

어지고 드러날 것이다. 멕시코에서 그러했던 것처럼!*주12) 그렇게 관철되어지

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각도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오늘날의 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 일반을 보자!

둘째 그들이 남한 자본주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이해관계를 보자!

셋째 그들이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을 보자!

첫째, 선진 독점자본주의의 이해관계는 1980년 이후 외형적으로 급격히 변화

되어 왔다. 그들은 국가독점자본주의 방식(케인즈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으로

는 더 이상 순조로운 자본축적을 지속하기가 곤란하게 되었다. 그러한 패러다임

이래서는 무엇보다도 이윤율이 자꾸만 떨어지고(이것은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의 노동자.학생의 투쟁에 힘입은 바가 크다) 또 높은 이윤율을 보장해 주는

투자 기회가 자본이 늘어나는 만큼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모형은

(특히 독점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캉드쉬의 말마따나 낡은 것이 되었다.

더이상 일국 자본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노동자계급과 타협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게 되었다.*주13)

그리하여 선진 독점자본주의의 지배적인 분파인 독점자본은 한편으로는 일국

자본주의의 테두리를 넘어 자본운동의 범위를 국제적으로 확대하는 것(상품판매

시장, 자본(금융. 산업)투자 시장 등 모든 방면에서)을 추구했다. 즉 국제화 또

는 세계화를 기치로 내건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초국적 자본이 되었다. 그리

고 대내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사회보장 지출을 대폭 삭감하면서 유연화-착취 방

식으로 착취도를 높이는 것 (p = s/v / c/v + 1 식에서 분자의 s/v가 착취도

이다. p=이윤율, s=잉여가치, v=노동력 가치 c=불변자본 가치)에서 활로를 구했

다. 이것이 규제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이다. 쉽게 말하면 전자가 무역.투자

자유화였고 후자가 신보수주의였다.

그리고 전자를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서 다자간 무역협상이 주요하게 사용되었

다. 그 유명한 우루과이 협상이 그것이다. 그리고 후자를 가능케 하기 위한 수

단으로서는 긴축 정책이 주요하게 사용되었다. 실업이 늘어나고 소득이 줄어드

는 긴축 상황하에서만 사회복지적인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노동자 계급에게 착

취도의 증가를 강요하고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소련.동구가 붕괴하고 냉전이 종료됨으로써 급속히 대세를 얻

었다. 이데올로기적.정치적으로 공산주의는 퇴조하고 자유(자본)주의가 대세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추구 활동이 한없이 미화되고

찬양되었다. 무역과 투자에 있어서는 GATT 대신 세계무역기구(WTO)가 들어섰으

며, 제3세계에는 상품 및 자본시장의 개방 압력이 해일처럼 밀고 들어왔다. 초

국적 자본은 “극단적”인 전체를 자기들의 이윤 획득의 사냥터로 삼기 시작했다.

이렇게 초국적 자본이 전 세계를 먹어들어가는 데에는 산업자본.금융자본이

보조를 함께 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선두에 선 것은 금융자본이었다. 금융

자본이 그 활동을 세계화해서 그것이 진출한 나라들의 명줄을 틀어쥐어야 상품

시장 개방을 강요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러 빚을 많이 빌려주고 이후에 외채

위기가 발생하면 이것을 빌미로 시장개방을 강요했다. 또 금융자본이 명줄을 틀

어쥐면 산업자본이 마음놓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강요할 수 있었다.*주

14) 이처럼 초국적 자본의 경제침략의 선두에 금융자본이 나섰다. 그리고 금융

시장이 더욱 자유로와지고 정보화가 이루어지면서 투기자본이 준동하게 되었고

이 투기자본이 경제침략의 돌격대 역을 맡아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오늘날 선진 독점자본주의는 침략적으로 즉 제국주의적으로 되었

다. 그 특징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고 군사적 힘보다

경제적 힘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결정적인 때에는 물론 군사적 힘을 사용

하지만) 초국적 자본은 전 세계를 자신들의 상품 판매시장, 과잉 자본 투자시

장, 초과착취 또는 유연화 착취를 위한 노동력 시장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고자 한다. 이처럼 그들은 결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고쳐 주기 위해서 신탁통치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오늘날 제3세계

전체를 초국적 자본의 시장으로 확고히 지배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고의

적으로 외채위기 또는 외환위기를 유발하고 이를 계기로 침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멕시코의 경우가 증명해 주고 있듯이 IMF 신탁통치를 거쳐

서 경제를 개혁해서 선진 독점자본주의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와 정

반대로 식민지 경제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둘째, 그러면 초국적 자본은 한국에 대해 어떤 구체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

길래 이처럼 야비하게 신탁통치를 강요하고 경제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는가? 거

기에는 초국적 자본의 일반적인 이해관계가 당연히 그 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특

별한 이해관계가 추가되어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냉전 시기에 농업국으로부터

공업국으로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데에 성공한 매우 이례적인 사례였고 모범

적인 사례였다. 생산력의 발전이라는 면에서만 보자면 분명 그러했다. 그런데

이제 이 모범 사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제국주의의 세계지배 전략과 부합하

지 않는 것으로 되었다.

우선 지적할 것은 한국 자본주의는 냉전 시기에 제국주의 세력이 대소 반공

전초 기지로서 그 위상을 높여 주기 위해서 키워 준 것이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자본과 기술과 시장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내 시장을

토착 자본에게 보장해 주었다. 그러나 냉전 질서가 붕괴된 지금 초국적 자본은

더 이상 그렇게 할 이유가 없어졌다. 특히 북한의 고립화에 성공해서 북한이 반

(反)제국주의 원칙주의로부터 타협으로 돌아서게 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게 되

었다.

다음으로 초국적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자본주의는 더이상 키워 줘야

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견제하고 나아가 경제 식민지로 개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 자본주의는 그 동안 성장한 힘으로 자꾸만 세계시장에서

초국적 자본의 경쟁자로 나서고자 했다. 국내시장은 저들에게 열어 주지 않으면

서. 그래서 세계시장에서 선진 독점자본주의의 경쟁자가 되지 못하게 하면서 국

내 시장을 초국적 자본의 사냥터로 개방하도록 그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그들의

이해관계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초국적 자본의 이러한 이해관계는 그 동안에

도 충분히 파악될 수 있었다.*주15)

한국 자본주의를 개조하고 지배해야 할 필요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국가

가 주도하면서 국내시장을 보호하고 독점자본을 특혜적 보조금을 제공하여 지원

함으로써 초국적 자본의 경제적 지배에 제한을 가하는 경제 성장 모델은 제3세

계 전체 및 특히 동남 아시아에서 전범(典範)이 되고 있었다. 이 전범을 깨뜨려

야만 여타의 제3세계 나라들을 쉽게 굴복시키고 자신들의 경제 식민지 체제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마치 소련이라는 전범을 깨뜨림으로서 사회주의라는 전망

을 깨뜨려 버리듯이!

이러한 사실은 이번 동아시아의 금융위기에 대한 IMF의 개입 과정에서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경제운영의 모델 또는 패러다임을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경제운영의 패러다임

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 아주 두드러지게 그것을 문제삼고

있다. 재벌 지배구조와 경영행태를 캉드쉬가 직접 비판하는가 하면 비지니스 위

크를 비롯한 초국적 자본의 대변지들이 일제히 이것을 집중적으로 폭로.비판했

다. 또 그러면서 동 아시아의 국가주의적인 경제 패러다임은 낡은 것이라는 논

리를 구사했다.*주18)

동남아 경제들은 그 동안 초국적 자본에게 시장 개방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가자본주의적인 모델을 유지하고 있었다. 즉 국가가 경제의 상당 부분

을 차지하고 있으며(은행, 공기업 등), 이 국가부문이 민간자본을 지원하면서

(각종 보조금 및 특혜적 금융지원), 초국적 자본의 진출을 제한하는(상품, 자본

등 모든 면에서) 등 한국과 비슷한 모델을 유지하고 있었다. 초국적 자본의 더

많은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이제 이러한 모델들이 깨뜨려지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한국 자본주의라는 전범을 깨부수어야 했다. 이처럼 한국

자본주의의 기존의 모델을 깨뜨리고 철저히 장악하는 것은 한국경제를 전면적으

로 지배하기 위해서도 필요했지만, 한국 자본주의 발전 모델이 후발 개발도상국

들의 전범이 되지 못하게 없애 버리기 위해서도 필요했던 것이다. 협상타결을

발표하면서 캉드쉬가 “오늘 이 프로그램이 (한국만이 아니라 : 필자 첨가)아시

아 지역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고 있는 데

서도 이러한 그들의 이해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IMF의 이번 신탁통치는 단순히 일반적인 구조조정의 경우와는

현격하게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OECD 가입한 나라라는 것을 빙자해

서 철저하게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하게 만들 것이다. 공기업을 전면 민영화시

킬 것이다. 또 노동시장의 유연화 즉 유연화-착취 모델을 확실하게 관철시킬 것

이다. 한국은 그야말로 신자유주의 쇼우윈도우로, 그래서 새로운 신자유주의 모

델의 전범으로 개조될 것이다. 이것이 저들의 이해관계이다. 그리고 저들의 이

해관계가 이러하다고 할 때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자본에게는 무제한적으로

노동자.민중을 착취.수탈하는 자유를 보장하는 반면에 노동자.민중에게는 “유연

화-초과착취” 방식으로 극단적으로 착취하고 억압하는 체제로 개편하는 것을 의

미할 것이다.

셋째, 그들은 이 공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행해 나가고 있는가?

위에서 이야기한 이해관계 위에서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도 이제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IMF ‘대기성 차관 협약을 위한 양해각

서’는 이것을 아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보론 참조) 또 그들의 언행들 속에

서 그들이 그와 같은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경제의 지배권을 틀어쥐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먼저 양해각서의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자! 물론 그들도 자신들이 강

요한 내용을 체계화하여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발표하는 체계에서는 그

들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중요한 부분을 있을 뿐만이 아니다. 발표하면서도 아주 중요한 것을 슬쩍 중요하지 않게 은폐

시키고 있다. 또 체계 자체가 마치 이해관계에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부

르조아 경제학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이해관계와 그들이 의도하

는 바를 중심으로 해서 재정리하면(즉 정치경제학적 방식으로) 다음과 같다.

하나 그들은 상품 및 자본시장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개방을 추구하고 있다.

(개방)

둘 그들은 자본의 이윤추구 활동에 대한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규제

철폐)

셋 그들은 노동에 연화)

넷 위에서 말한 조건들을 확보한 바탕 위에서 국내의 알짜배기 은행.기업.토

지의 소유자가 됨으로써 한국경제의 핵심부분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기업을 민영화시키고(이것은 발표의 주요 내용에서 쏙 빼놓고 있다!) ㉡재

벌을 약화시키고(재벌을 개혁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우면서 실은 소유.경

영의 민주적인 개혁은 거부하며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자유주의적인 개혁만을 강

요하고!)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 기업, 토지의 소유자가 되는 데 을 철폐시키고(종목별 주식 투자한도를 55%로 하여 기업 소유.경영 지배를 가능

하게 하고, 은행에 대해 외국 은행이 주식을 무제한 소유할 수 있게 하고! 그러

면서 토지에 대한 부분은 쏙 빼놓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기업 매수를 손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명분은 투자자들이 투명성이 없는 한

국 기업을 믿지 못하겠으므로 증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하면서!)*주

17)

다섯 그럼으로써 한국 경제에 관해 명실상부한 지배자가 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지배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하나는 그냥 알짜를 먹어주기만 하

는 것으로는 안 된다. 통제권을 틀어쥐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리 해도

우리나라의 국가기구의 통제권을 틀어쥐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돈줄로

써 경제의 통제권을 틀어쥐려고 한다. 답은 분명하다. 한국은행을 틀어쥐는 것

이다. 한국은행을 국가기구의 통제로부터 완전하게 독립시키고 한국은행이 은행

들을 통제하게 해야 한다. 아니면 한국은행을 거꾸로 민간은행들(초국적 금융자

본이 장악한)의 통제를 받도록 하면서 이 한국은행의 금융정책이 경제의 흐름

(돈의 흐름을 통해서!)을 좌우하게 만드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하자면

금융 감독기구는 국가기구의 산하에 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한국은행이 감독

권을 가지든지 완전히 별개로 만들어지든지 해야 한다. 이번에 한국은행을 완전

히 독립시키고(표현은 “독립성이 보장되도록”이라고 부드럽게 했지만) 감독기구

를 국가기구로부터 확실하게 분리시킨 것(표현은 완곡하게 “운영상의 자율권을

가져야 하며”라고 하고 있지만)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보듯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기관들이 초국적 자본의 지배 아

래 들어간 상태에서는 한은 독립이나 금융감독기구의 정부로부터의 독립은–이

것은 개혁주의에서 주요한 요구였는데–초국적 자본이 국가경제를 지배하는 데

에 길을 닦아주는 것으로 되고 만다. 민중으로부터 경원시되고 있는 국가기구와

재벌은 무력화(전자의 경우) 또는 약화되면서(후자의 경우) 초국적 자본이 그

대신 나라 경제의 핵심부분을 소유할 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통제권까지 틀어쥐

게 되고 그럼으로써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확실하게 나라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

다. 그들은 멕시코에서의 제대로 하지 못한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이번 우리나

라에서는 그것을 확실하게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캉드쉬는 왜 그같이 무리하

게 몰아붙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지배자가 되어야만 그들이

즐겨 쓰고 있는 말처럼 “지속 가능한” 초과-착취와 초과-수탈을 할 수 있기 때

문이다.

요컨대, 한국경제를 초국적 자본의 자본축적 모델인 “신자유주의” 모델로 개

조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기들의 나라에서보다 더 철저하게! 그리고 이렇

게 강자 제일주의인 신자유주의 방식을 강요함으로써 한국의 국내 자본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한 자인 초국적 자본이 한국 경제의 지배권을 가지도록 만들겠다

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더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위해 노동에 대

한 높은 착취도를 구조화하겠다는 것이다. 초과착취 방식에 유연화 방식을 중첩

시킨 “유연화–초과착취” 방식으로!

다음으로 그들은 이런 것들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전략.전술적으로 임하고 있

다. 그들의 전략.전술은 올가미를 씌우고 고삐를 바짝 틀어쥐는 것이다. 교활하

고 악랄한 제국주의자의 모습 그대로이다!

첫째는 올가미 씌우기이다. 이러한 재편을 하는 데 3년 정도가 걸리고, 이것

이 먹혀들게 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는 빚더미에서 올가미를 씌워야 한다. 그

래서 IMF는 5백50억 달러라는 거액을 빌려주었다. IMF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우리 경제가 무리한 자본축적으로 대공황이라는 파국을 맞기는 했지만 멕시코처

럼 실물적으로 완전 파탄난 것은 아닌데 이렇게 많은 빚을 준 까닭은 무엇인가?

그 동안 개도국에 자금을 지원할 때 그렇게 인색했던 IMF가? 올가미를 씌우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외채는 이번 IMF 차관을 포함하면 2천억 달러나 된다. 이것은 세

계 제일의 규모이다. 그것도 많은 부분이 기외채가 총외채의 60%를 차지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말을 안 들으면 자금 회수

를 통해 언제라도 국가파산을 시켜 버릴 수가 있다. 그래서 IMF는 상궤를 벗어

나 엄청난 금액의 차관을 제공했다.*주18) 확실하게 고삐를 틀어쥐기 위해서!

그리고 캉드쉬가 동경에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돈을 끊겠다고 협박한 것도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주19)

다음으로는 숨통을 바짝 조여야 한다. 그들 말을 빌리면 고통을 느끼게 해야

한다! 고통을 겪게 하려면 한국경제가 수출이 잘 되고 경기가 활성화되고 해서

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대내적으로는 기업들의 경영수지 상태가 좋아져서 초

국적 자본에게 소유.경영권을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소유.경

영권을 빼앗는 것은 기업 약탈 행위로 강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또 대외적으

로는 외채를 빨리 갚아서 초국적 자본의 고삐에서 풀려나 버릴 것이기 때문이

다. 또 경제 사정이 활성화되는 조건에서는 노동자에게 유연화 착취 방식을 들

쒸우는 것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초긴축으로 노동자.민중의 숨

통을 죄고, 경제 전체의 숨통을 죄는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IMF

와 약속한 경제성장률이 3%라고 발표되고 있음에 비해 IMF는 인터넷에 합의내용

을 공개하면서 2.5%라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들의 이해관계와 의도가 한국경

제의 활기를 “죽이는” 데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이다. 그들은 “한

국 경제 죽이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1997년 12월 3일자로 일 단계 관철되면서 한국은 IMF 신탁통치

로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초국적 자본은 다음 단계로 이상의 것들을 확실하게

관철시키기 위해서 “강도 높은” IMF 신탁통치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캉드쉬

는 “강력한 경제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최근의 사태 전개는 이러한

그들의 전략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그들은 전략.전술적으로 우리

나라 경제를 식민지 경제로 지배하고자 치밀하게 공략하고 있다.

(3) 조성된 정세와 투쟁의 성격 : 경제 신탁통치 무효화-민주대개혁 운동

이 구체적인 국면 속에서, 이 구체적인 정세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투쟁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추상적 도식에 입각해서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현실에 입각해서! 질문<1>에서 우리는 총파업 투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검토했다. 이제 그 질문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되었다. 이

제는 총파업 투쟁이 아니라 민중항쟁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차원으로 정

세가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심지어 외신들은 폭동이 일어날 것까지 예상하고 있

다! 그래서 IMF는 벌써 이에 대비하고 있다. “극단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프로

그램에 대한 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뼈대는 재협상의 대상이 아니

다”라고!

왜 이렇게 사태가 급진전되었는가? 공황이 국내적 요인에 의해서만 진행된 것

이 아니라 국제적 요인에 의해서 즉 초국적 자본, IMF, 미국 등에 의해서 영향

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서 초국적 자본과 그 주도 세

력인 미국이 한국경제의 공황을 계기로(그 계기까지도 미국과 초국적 자본이 전

략.전술적으로 유도한 것이지만!) 기습적으로 ‘경제 신탁통치’를 강요하였기 때

문이다. 저들은 우리 노동자.민중의 저항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여,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해서 노동자.민중의 저항으로 한국경제의 식민지화가 순탄하게 관철

되지 못하는 것을 회피하고자 속전속결 전술을 채택하고 집행했기 때문이다.*주

20) 구제금융을 지원해 주면서, 구조조정을 해 가면서 서서히 자신들이 노리는

바를 관철시켜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구제금융을 주기 이전에 모든 조건을 무조

건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고, 그 다음에 이 조건의 이행 여부를 통제하고 감독

하는 정복자적이고 점령군 같은 방식을 취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척

동자의 눈에도 그들이 경제 신탁통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보이게 되었

다.(경제 식민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물론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의 이해관계가 로 재편하는 데에 있는 한 우리들의 투쟁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

나 그들의 신탁통치 전략이 속전속결 전술로 인해 즉각 폭로되어 버렸음으로 인

해서 우리의 대응은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그들은 무모한 전략 위에다 무리한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첫째로는 누구의 눈에도 분명한 이 경제 신탁통치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응답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경제 신탁통치를 통해서 경제 식민지

를 만들려고 하는 초국적 자본과 미국의 전략이 다 폭로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비록 일반 대중들은 이 땅의 지배 세력이 끊임없이 진실을 은폐.조작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깨닫고 있지는 못하지만 대강은 다 알게 되어 버렸다는 사

실이다. 그리고 분노가 끓어오르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그들이 무리

하게 속전속결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초래된 반사효과이다.*주21)

둘째로 그들은 이 달이 다 가기 전에 중요한 것을 해치우려고 하고 있다는 점

이다. 그런데 비록 저들의 불순한 기도가 다 폭로되어 버렸다고 해도 일단 그것

이 기정사실화 되고 나면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놓는 것은 사전에 막는 것보다

몇 배나 힘이 드는 법이다. 또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려면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즉각적으로 신속히 대응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지난번 노동법 무효화 총

파업에서 이러한 지점은 잘 확인되었다!) 이렇게 볼 때 정부와 IMF간의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게 사전에 저지하는 것이 가장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사태를 되

돌리려고 하면, 또 그 합의 내용들이 법제화되어 더욱 더 확고한 기정사실이 되

지 못하도록 하려면, 최대한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차 지나간 다음에

손드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의 투쟁에 대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서 전략적 방향을 처음부터 올바르게 잡고서 정확하게 반격을 가해야 한다는 것

이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전략적 방향에서 약간의 일탈이 있더라도 투쟁의 진행

과정에서 바로잡아 갈 수도 있다.(예컨대 재벌을 주된 공격방향으로 하여 투쟁

하는 과정에서 초국적 자본과 신자유주의 세력을 주된 공격방향으로 조정해 나

갈 수도 있으나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것이 부적합한 상황이라는 말이다.) 또 전

략적 인식 없이 전술적 수준에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방향을 모색해 가도

좋을 수 있다.(예컨대 노동시장 유연화에 반대하면서 그 동력을 모아 국내 총자

본에 맞서 투쟁하고,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배후에서 그것을 부추기고 압박하고

조종하는 초국적 자본에 대항해 나가는 접근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그같은 접근

방법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적합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초국적 자본이 총체적인 침략.지배 계획을 가지고 우리 노동자.민중

앞에 우뚝 서서 무릎을 꿇으라며 항복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

러므로 우리 노동자.민중은 지배세력 총체와 맞서서, 그리고 그들의 전략 자체

를 깨뜨리기 위해서 정면으로 투쟁해야 하는 정세이다. 그것도 신속히! 그리고

총력적으로! 총파업과 민중항쟁으로!

따라서 이번 투쟁은 일차적으로 IMF, 초국적 자본, 미국, 신자유주의, 신제국

주의 세력 등의 경제 신탁통치와 그것을 통한 경제 식민지화 기도에 맞서 그것

을 저지하는 싸움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은 경제 신탁통치를 무효화시키는 것

이 투쟁의 중심과제이다. 경제 신탁통치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 보자는 것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경제 신탁통치 하

에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잘 해 본단 말인가? 그들은 경제 신탁통치 하에서

우리나라 경제 질서를 식민지 경제로 개편하는 것을 (그들은 이것을 “체질의 개

조”라고 말하고 있다. 국내 지배세력도 이것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

치 이광수의 민족 개조론이 다시 등장한 것만 같다!)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러면 경제 신탁통치에 반대하는 것만이 현 시기 우리 투쟁이 가지는 내용의

전부일까? 경제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운동은 그것만하더라도 엄청나게 중요하

다. 경제 신탁통치를 경과하면서 필연적으로 경제 식민지가 될 것이고, 일단 이

렇게 되면 우리 노동자에게는 단순한 임금노예의 굴레가 아니라 식민지 임금노

예의 굴레가 씌워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 신탁통치 반대, 무효화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해도 우

리의 투쟁은 우리나라 사회를 대내적으로 대개혁하는 투쟁과 떼어놓을 수가 없

다. 왜 떼어놓을 수가 없는가? 이번 대공황과 신탁통치가 왜 초래되었는가를 보

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초국적 자본, 미국 등이 이를 유도하고 조

종한 것이 분명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전략이 관철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적으로

지배세력이 온통 썩어문드러져서 그들의 부추김에 부화뇌동하고, 그들의 술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떠들면서 시장을 마구 개방하고 “개

혁”이라면서 국가경제의 운영권을 재벌에게 넘기고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사태

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배세력이 조금이라도 과학적인 판단과 민족적인 양심

을 가지고 있었다면 동남 아시아에 금융폭풍이 밀어닥쳤을 때에는 비상하게 대

비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못했지 않은가?

그러므로 국내 지배세력 관계, 지배구조 등을 그대로 놓아두고는 설사 이번에

경제 신탁통치를 무효화시킨다고 해도 이와 똑같은 사태가 금방 되풀이되고 말

것이다. 이번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천민재벌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라! 김영삼

정권이 보여준 모습을 보라! 재경원을 비롯한 국가관료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

라! 그리고 대통령 후보라는 자들, 국회의장이라는 자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라!

이번 같은 사태가 곧장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말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면 우리 투쟁은 경제 신탁통치를 무효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내부적으로

일대 개혁을 하는 것을 동전의 앞뒷면처럼 맞물려서 함께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

다. 설사 경제 신탁통치 무효화를 전면에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그러하다.

이 자리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개조할 것인지 세세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

나 기본적인 것은 분명하다. 개조는 변혁까지는 못 가더라도 그것을 지향하는

대개혁이어야 한다. 대충 땜질하는 식으로는 아니 된다. 우리 노동자.민중은 누

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개혁의 방향은 세력을 교체하는 것이어야 한다. 구조도 만 우선 세력을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지배세력이 노동자.민중을 배제하고 지

배하던 낡은 방식을 청산하고 노동자.민중을 나라와 사회의 주인으로 인정하게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이것이 “민주”이다. 그러므로 민주대개혁이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 위에서 경제권력과 정치(국가)권력을 집중적으로 뜯어고쳐야 한

다. 경제권력의 대개혁은 간단히 말해서 재벌의 완전한 해체이다. 초국적 자본

이 이야기하듯이 신자유주의적으로 개혁하면서 재벌을 유지시키는 것이 되어서

는 아니된다. 완전히 해제하고 그들의 동자와 일반 국민의 소유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초국적 자본이 요구하는 투

명성이 아니라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국가권력이 대개혁되어야 한다. 민중 위에 군림하고 민중을 억압하는

장치들은 차제에 “폐지”되어야 한다.(IMF는 많은 것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의 존립 근거인 악법들도 “폐지”되어야 한다. 그 다음 남

는 국가기구 부분들도 민중에 의해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민중의 정치활동에 대한 모근 “규제”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

차제에 이런 정도의 대개혁이 이루어져야 국가 부도, 신탁통치 같은 것(단순

한 치욕이 아니라 생존에 대한 위협!)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야 그들의 말마따나 이번 사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투쟁은 경제 신탁통치 무효화를 전면에 내세우되 이것과 근

본적인 민주대개혁을 동전의 앞뒷면처럼 긴밀하게 결부시키는 “경제 신탁통치

무효화 – 민주대개혁 운동”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이러한 주장을 민족해방파니 민중해방파니 하는 도식으로 재단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러한 우리의 투쟁방침은 그러한 것들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음

을 분명히 밝혀 둔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이 땅 노동자.민중의 인간

해방 지향에 입각하고 객관 현실에 대한 우리 나름의 과학적 인식에 근거하여

주장할 따름이다.)

(4) 투쟁의 일차 대상은 IMF, 미국, 초국적 자본이다.

역동적 정세 속에서 빨리 투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들 동감하고 있

는 것 같다. 교수들, 노동자들, 도시 빈민들, 청년학생들,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우리 노동자.민중이 생생하게 살아 있음(지배

세력은 거의 예외 없이 썩어문드러졌지만)을 내외에 보여주는 희망찬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모두 공통되는 것이 한 가지가 있다. 그 누구도 IMF에 대하여,

미국에 대하여, 초국적 자본에 대해서, 신자유주의에 대하여, 신제국주의에 대

하여, 투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교수협의회와 학술단체협의회 등에 소속한 교수.지식인들은 지난 12월 2

일 전경련 회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했다. 그 요구와 주장의 내용은 나중에 검토

하기로 하겠다.(7-4 요구와 주장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부분에서) 그러나 이들

은 이 행동을 통해서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즉 이번 투쟁의 일차적 또는

주된 투쟁대상이 재벌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재벌은 현 사태를 초래한 주범이다. 그들이 무모한 공격경영, 방만한

투자, 문어발식 팽창, 빚 경영, 선단식 운영, 총수의 독단적 경영, 정경유착,

노동탄압, 중소.영세기업 수탈, 살인 철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숱한 부정적인

행태들을 통해서 무한한 탐욕을 부리다가 국가경제를 파탄시킨 장본인들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주22)

그리고 이렇게 재벌이 민중으로부터 지탄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점을 보면서 초

국적 자본이 재벌의 행태를 폭로.비판하고 재벌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마치 자

기들이 좋은 뜻을 가지고 경제 신탁통치를 하려 한다는 듯이 호도하기 위해서!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는 개혁은 신자유주의적인 것이며 우리 노동자.민중이 추

구하는 민주.진보적인 개혁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그들이 하는 짓은 마치 일

본 제국주의가 “개화”를 내세우며 “침략”을 획책했던 것과 너무나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노동자.민중은 또한 그들이 지난 시절 노동자.민중이 피땀

흘려 이룩한 경제 성장의 과실을 독차지하고서, 그렇게 해서 엄청나게 비대해진

경제권력을 무기로 해서, 적반하장 격으로 노동자.민중을 더욱 심하게 착취.수

탈.억압.지배하고자 무모한 욕심을 부려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초국적

자본으로부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빌려 와서, 그 빌려 온 논리를 내세우면

서, 노동자.민중에 대한 더 악랄하고 더 많은 착취.수탈을 부드러운 것(“유연”

한 것)이라고 강변했으며, 나라의 공적인 기관이어야 할 은행과 공기업들까지

자신들의 소유물로 만들고자 해 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면서 저들은 신경

영, 신노동, 혁신, 초일류 등 좋은 말은 죄다 가져다 썼다.

더구나 이 국가부도 사태를 일으킨 주범이면서 사태 발생 이후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우리 노동자.민중의 분노를 극에 달하게 한다. 재벌은 금융실명제 전면

유보니, 10조 원 한은특융이니, 무기명 장기채 발행이니, 근로기준법 폐지니, 5

년간 임금동결이니, 정리해고 즉각 실시니 하는 어이없는 주장과 요구들을 쏟아

내었다는 것을! 이런 자들이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재벌을 해체하라는 요구가

쇄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대답을 보자. 실로 가관이다. 제2의 국치일인

지난 3일 전경련은 “재벌기업은 한국경제의 <고유 문화>로 국가경제 발전의 견

인차 역할을 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재벌해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외에 발

표했던 것이다. 천민성의 극치를 달리는 재벌에게 문화라는 말이 과연 어울리는

말이기나 하단 말인가? 더구나 우리의 고유한 문화라니! 재벌은 군국주의 일본

에 고유한 것이지 우리나라에 고유한 제도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조성된 정세 하에서 재벌이 과연 우리 투쟁의 제일차적 투쟁

대상일까? 문제는 이들을 주된 공격 대상으로 방향 설정함으로써 정작 제1차적

투쟁 대상이 되어야 할 IMF, 미국, 초국적 자본, 신자유주의, 신제국주의 등은

투쟁의 주요 대상에서 비껴서 버리고 있지 않은가? 라는 점이다. 정작 공격의

제일차 대상이 되어야 할 세력들은 이러한 우리의 투쟁을 여유롭게 쳐다보고 있

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재벌들로 하여금 ‘세계경영’으로 나서게 유도하고 무모한 ‘공격경영’으로 나

서게 부추겨 온 것이 누구던가? 지난 동자.민중을 수탈해서 재벌을 살찌우게 하는 경제를 만들도록 한 것이 누구던

가? 바로 그들이 아닌가? 그들이 군사독재 시절에, 냉전 시절에 이것을 비판한

적이 있는가? 그러면 냉전 이후에는?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면서 세계화하라고

부추기지 않았던가? 이제 선진국 자격이 충분하다고 선진국 클럽인 OECD에 끌어

넣지 않았던가? 그들은 자신들의 표현기관인 포춘 지를 통해서 한국 재벌의 눈

부신 발전을 칭찬하고, 무모한 팽창과 해외진출에 나서도록 재벌의 세계화를 부

추겨 오지 않았던가? 단기외채를 무모하게(?) 빌려주며 뒷받침해 오지 않았던

가?*주23) 그러던 그들은 한국 자본주의와 그 주인인 재벌을 충분히 붕 띄운 다

음 이제 내리꽂히게 만들 때가 되었기 때문에 갑자기 한국경제 모델(수출주도

형, 국가자본주의형, 재벌 중심형)을 조롱하고 재벌을 비판하고 있다. 마치 저

들이 우리 노동자.민중의 편이기나 한 것처럼!

그러나 그들은 결코 재벌 기업에 대한 대자본가의 독점적 소유를 문제삼지 않

는다. 그들은 오히려 기업에 대한 대자본가의 독점적 소유를 적극 옹호하고 있

다. 반면에 노동자의 기업 소유에 대해서는 자본파업으로 이에 단호히 반대한

다. 이같은 사실은 스웨덴의 경우에서 잘 확인되었다. 그들은 또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아주 역설한다. “투명성”이 있게 개혁해야 한다고 “개혁”을 촉구한

다. 안심하고 투자하고 매수할 수 있는 투명성을! 그러나 노동자의 경영참여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재벌 못지 않게 절대 반대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말하는 개

혁은 반민주적, 반노동자적 개혁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민중운동 세력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신자유주

의, 신제국주의 세력의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술수를 충분히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있다. 신제국주의, 신자유주의 및 그 아류인 아(亞)제국주의에 이데올로기적으

로 포섭된 부분들(운동권 상층부의)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되

지 않은 부분들도 신자유주의, 신제국주의, 아제국주의가 지배적인 세력을 이루

고 있는 최근의 이데올로기 지형 속에 자기도 모르게 깊이 감염되어 있다. ‘국

민승리 21’의 주 슬로건인 “일어나라 코리아”가 그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다.

한편 변혁을 표방하고 추구하고 있는 부분들에서도 일국적 변혁이라는 시야

또는 정권(흔히 국가권력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을 잡았다고 반드시

국가권력을 잡는 것은 아니다. 국가권력은 국가기구를 점유하고 있는 자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쟁취라고 하는 시야에 너무나 고착된 나머지 이러한 지점들,

신자유주의와 아제국주의가 지닌 문제의 심각성을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

서 대통령 선거가 있는 금년이 되자 정세가 요구하는 변혁적 투쟁을 수행하기보

다는 모두들 정권 쟁취를 위한 또는 그것과 결부되어 있는 정당 건설에 또는 선

거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와 사회를 제약하거나 나아가 지배하고 있는 힘.세력.권력 관계에 대해 응분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왔다. 그리고 그 관성에 따라 지금 초국적 자본, 미국, 신자유주의 세력 등이

우리나라를 경제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누가

우리들의 제일차적인 투쟁 대상인지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재벌을 공격하면 진보적이고(반(反)자본적이니까!) IMF, 미국, 초국적 자본,

제국주의 등을 공격하면 민족주의적이고 비진보적이며 나아가 부르조아적이라는

비과학적이고 교조적인 사고방식에 아직도 깊이 젖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심지어 민족해방을 표방해 온 부분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일문제에

는 그렇듯 열심이면서 어째서 반외세에는 소극적인가? 또 정치.군사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그처럼 중시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그처럼 알려고 하지 않

는가? IMF, 미국, 초국적 자본이 우리나라를 경제 신탁통치를 통해 경제 식민지

로 재편해 나가는 것이 훤히 보이고 있는데도 이들 역시 선거에 매몰되어–수없

이 그렇게 해 왔듯이 이번에도 역시 독자후보냐 정권교체냐를 가지고 갑론을박

을 해 왔고 또다시 정권교체를 대한 김대중의 헤게모니 확대에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온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하고 있고 민중의 운명이 식민지 노예의 나락으

로 떨어져 나가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발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기본 대중운동이든 정치운동이든 80년대 운동권의 낡은 관성을 털어

내지 못한 부분들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현 사태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투쟁의 대상을 바르게 설정하지 못하

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등으로 구성된 ‘민주연대’에서도

12월 3일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대정부 항의투쟁을 했다. 그리고 6일에는 종묘

공원에서 규탄집회를 했다.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점에서 이들도 교수.지식인

들과 마찬가지로 훌륭하다. 그러나 이들 또한 과녁을 바르게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는 앞에서 말한 부분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주된 투쟁대상을 재

벌로 할 것이냐 국가기구로 할 것이냐(또는 정권으로 할 것이냐) 하는 데에서

누구는 재벌에 중점을 두고 누구는 국가기구(또는 정권)에 중점을 두고 하는 차

이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집회 장소를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잡음으로

써 국가기구(또는 정권)가 일차 투쟁대상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 이들의

주장에서도 이러한 이들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3일 광화문 네거리 집회에서

이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IMF 구제금융으로 대표되는 당면 한국경제의 위기는

그 주된 책임이 정부와 기업에 있음에도 이들은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고 있다”, “특히 현 위기는 ‘과잉투자’와 ‘차입경영’으로 대표되는 재벌 중심

의 경제구조가 부른 것이기 때문에 재경원과 재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민

주연대는 또 “노·사·정 3자와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

‘경제력 회복과 국민통합을 위한 진지한 협의’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

다. 이처럼 이들은 재벌과 국가기구 담당자를 투쟁대상으로 하면서 그 둘 중에

서 국가기구 담당자를 보다 앞에 배치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이러한 변혁적 상

황에서 국민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연대는 6일 집회에서는 또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경제위기 책임규명 범국민 청문회’ 개최를 째로 “나라경제 파탄을 방조한 재정경제원 해체와 경제관련 부처 전반의 대개

혁”을 요구했다.*주24)

재벌이 현 사태의 주범이라면 국가기구의 담당자들은 현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자이다. 국가기구의 담당자들인 정권과 관료는 사태가 이렇게 되지 않도록

재벌을 통제하면서 국가경제를 안전하게 운영했어야 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

었다. 그런데 이들은 그러한 책임을 전혀 지지 못했다. 뿐 아니라 이러한 상황

이 초래되도록 오히려 앞장을 서기까지 했다. 세계화를 먼저 외친 것은 국가기

구의 담당자인 김영삼 정권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호주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느닷없이 꺼내서 퍼뜨린 말이 “세계화”였다. 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시장경제

등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들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선전해 댄 것도 김영삼

정권이었다.

그러면 국가기구의 또하나의 담당자인 특권 관료들은? 그들 특권관료는 김영

삼 정권의 개혁이 자신들의 특권에 손해를 끼칠까 보아 복지부동을 하며 김영삼

정권에 불복했다. 그렇다고 김영삼 정권과 다른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나

아갔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수구적이었을 뿐이다. 이들 특권관료 집단은 자신

들의 기존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경제가 파탄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경제

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낡은 질서와 그것에 결부되어 있는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리라고 보아 이를 무조건 뒷받침했고 부추겼으며 그럼으로써 사태

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그들은 나라 경제가 “낙관적”이라고 민중을 기만했다. 국가경제 운영을 책임

져야 할 자들이 김영삼 정권(그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만큼이나 경제의 속사정

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사정을 알고 나서도 진상을 속였다. 그들

은 두 가지 큰 죄를 범했다. 하나는 경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재벌의 공격

경영을 뒷받침하고 부추긴 죄이다. 초국적 자본이 한국 자본주의를 주로 “부추

겼다”면 이들은 재벌을 주로 “뒷받침”했던 것이다. 왜 이렇게 했을까? 경제가

확장되어 가는 속에서만 인.허가권을 비롯한 각종 통제권을 가지고 뇌물을 챙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뇌물이 많이 들어오는 데에 유리하므로 그들은 재벌의

확장을 비호했다. 둘째로 이들은 자신들의 과오가 명백히 드러났을 때에도 그것

을 축소.은폐하고 민중을 속이는 것으로 일관했다. 협상이라는 이름으로 외세에

항복한 내용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이렇게 끝까지 민중을 속이는 것은 민중을

적대하고 국가권력을 사유물화해 온 파쇼적 특권층으로서 가지는 그들의 “고유

한” 속성이다. 이것은 10년 전 박종철 고문 살인 은폐.조작에서 잘 증명된 바

있다.

그래서 이들 특권관료 집단 또한 김영삼 정권과 한치 다름이 없이 나라의 경

제문제라는 공적인 문제를, 그것도 민중의 생존과 민족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

제를 사적(私的) 이기주의적으로 다루었다. 김영삼은 정권이 끝날 때까지 나라

경제가 속으로 골병이 들든 말든 낙관론을 펼치며 넘어가고 다음 정권이 책임을

뒤집어쓰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특권관료 집단은 나라 경제가 파탄이 나든 말든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는 문제만을 생각했다. 그래서 “낙관론”을 펼치며 금융

감독기구를 장악하는 데만 골몰했다.

이와 같이 김영삼 정권과 특권관료 집단은 현 사태의 공동 책임자들이다.*주

25) 정권(정권이라고 할 때에는 대통령을 필두로 집권당과 대통령에 의해 임명

된 고위 관료들을 총망라한다. 예컨대 장관들뿐만 아니라 한국통신의 사장도 김

영삼 정권에 속한다. 이처럼 정권과 특권관료는 많이 뒤섞여 있다)과 국가관료

집단이 공동 책임을 지고 있지만 최고 책임자는 집권당과 국가관료 모두를 지

휘.통솔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 대통령 김영삼, 김영삼이다.

(실제 권한은 이데올로기적인 국가기구인 정당이 아니라 국가관료가 더 많이 가

지고 있다. 그래서 정당에서 국가기구의 최고 권력자를 만들어 내지만 즉 정권

을 창출하지만 관료들이 복지부동을 해 버리면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정치적

책임은 국가관료보다 정권이 더 크다. 헌법상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권이

국가관료를 지휘.통솔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물론 김영삼 정권과 특권관료 집단은 자신들이 이번 사태의 주범이 아니라고

자기변호를 하려 들것이다. 재벌이 주범이라고! 그러나 주범과 주 책임자가 반

드시 같은 것이 아니다.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이다. 책임진다고 하는 것은 범

죄를 짓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범죄를 막아야 하는 책임까지 포함한다. 그

런데 이들은 재벌의 범죄행위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같이 놀아나고 적극적으로

뒷받침했으며 부추기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조작하

면서 파국을 엄청나게 증폭시켰다!

그러므로 우리 노동자.민중이 국가기구의 담당자들인 김영삼 정권과 특권관료

세력을 규탄하고 그들을 투쟁 대상으로 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여기에 대

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갖지 않고 있을 것이다. 아니 우리들 모두 적극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이들만을 투쟁대상으

로 삼으면서 이러한 상황을 유도하고 조종하고 관철시키고 있는 세력에 대해서

는 우리의 투쟁대상에서 비껴서 있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민중

은 지금 재벌.정권(국가관료까지)이 저지른 이 엄청난 죄과에 치떨리는 분노가

치솟아서 그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보내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 당시 을사

오적과 이완용에게 민중이 분노의 화살을 보냈듯이. 그러나 이완용을 향한 분노

가 일본 제국주의로 하여금 투쟁의 과녁에서 비껴서 있게 하는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아니되었듯이 지금 IMF, 미국, 초국적 자본이 과녁에서 비껴나 있어서는

아니된다. 아니 그들이 제 일차적인 과녁이 되어야만 한다.

지배세력의 홍보매체들은 한편으로는 초국적 자본의 횡포에 불만을 터뜨리면

서도 IMF 신탁통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데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다. 만약 그것들

이 부정된다면 그로 인해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과오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매국적인 것으로!) 이로 인해 내외 지배세력 전체를 거부하는 민중의 저항이

폭발하면서 이 역동적 와중에서 자신들의 지배권이 무너져내리지 않을까 전전긍

긍하고 있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지배세력의 가장 반동적인 부분을 대

변하는 조선일보는 “국치니 신탁이니 주권이니 하면서 자기비하에 빠지는 것은

더더욱 창피한 일이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신들의 사대주의적 속성을 감

추고 있다. 한국일보는 대문짝 만하게 “국난을 극복하자” “경제 체질 강화 위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빚 갚을 때까지 허리띠 더 졸라야” “위기를 경제체질 강화

의 계기로”라며 민중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며, 신탁통치가 오히려 민족 체질

강화의 기회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이렇게 해서 많은 민족개조론자들, 많

은 이광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나라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인 동아

일보와 우리나라 최정상급 재벌의 총수인 이건희가 앞장을 서고 있다. 12월 7일

자 동아일보를 보라! )

이들은 자신들이 초국적 자본에 더 깊이 예속되고, 또 자기들에게 돌아오는

몫이 더욱 적어지더라도 이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이

해관계로 지배세력은 IMF, 미국, 초국적 자본을 공격하는 것을 극구 회피하고

있다. 아니 공격하지 못하게 방어하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창피하

니 떠들지 말자” “다 함께 국난을 극복하자”는 따위의 논리로!

그러므로 우리 노동자.민중의 투쟁은 과녁을 똑바로 설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투쟁의 대상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투쟁의 제일차적 대상은 재벌

도 정권도(재경원도) 아니다. 투쟁의 제일차적 대상은 초국적 자본―미국―IMF

이다. 이것들을 제 일차적인 투쟁대상으로 하는 속에서만 재벌과 국가기구는 어

떠한 잘못을 범했고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며 어떻게 개조되어야 할 것인지가

제대로 밝혀진다. 이 엄청난 범죄행위의 진면목 전체가 드러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태의 진상조차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경제 식민통치를 철회시킬 수

없음은 두말할 것도 없고.

투쟁의 제일차적 대상을 이렇게 설정하지 않으면 IMF, 미국, 초국적 자본이

지시하는 대로 신자유주의적인 개혁.개방이 그대로 관철된다. 아무리 투쟁하고

노력해도 단지 그 틀 속에서 이러저러하게 좀 심한 것은 완화시키자는 데에 머

무르게 된다. 김대중이 IMF와 재협상을 이야기하듯이! 또 민주노총이 IMF와 직

접 협상을 이야기하듯이! 직접 협상을 해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좀 누그러뜨리자

고 구걸하기 위해서! 재협상을 해서 식민지화의 속도를 좀 늦추어 달라고 구걸

하기 위해서!

우리 투쟁의 제 일차적 대상은 IMF, 미국, 초국적 자본 세력이다. 그리고 국

내 지배세력이 이것과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는 제 이차적 투쟁대상이다. 제이차

적 투쟁대상 안에서 재벌과 특권세력(정권과 특권관료) 사이에 굳이 누가 더하

고 덜하고 할 것이 있겠는가?

이와 같이 우리의 투쟁은 IMF, 미국, 초국적 자본을 제 일차적 대상으로 하는

속에서만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방향 하에서만 재벌에 대해서,

정권과 국가관료 집단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것은 묻고 개조해야 할 것은 개조

하는 것이 제대로 방향이 잡힐 수 있다. 이런 방향 하에서만 신자유주의, 신제

국주의의 세계지배 질서를 문제삼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한 틀 안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의 협소성, 제한성, 예속성을 벗어날 수 있다. 이것

은 일어나라! 코리아 같은 국수주의를 부정하고 민족의 참된 이익을 옹호하고

그 속에서 민중의 참된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 된다. 민족적 이익이 말살되는 상

태에서는 결코 노동자.민중의 이익은 지켜질 수 없다! 우리들의 투쟁의 방향을

교란시키려는 온갖 세력들의 공작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선진 독점자본주의 나라들의 노동귀족들로부터!

(5) 누구를 투쟁의 동력으로 하여 함께할 것인가?

이 투쟁은 노동자만의 투쟁일 수 없다. 이 투쟁은 전 민중의 투쟁일 수밖에 없

다. 민족의 자주권이 왔다갔다하는 투쟁인데, 민주대개혁을 하자는 투쟁인데 온

민중이 하나가 되어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명하다. 그래서 긴

논의가 필요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 운동의 주체적 사정은 그렇게 간단하

지를 못하다.

① 우리 노동운동이 안고 있는 문제 : 조합주의, 노동자주의, 국민주의

우리 노동운동.민중운동은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이후 너무나도 많이 개량화

되고 변질되었다. 참으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래서 노동운동.민중운동이 가질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좋지 못한 문제점들을 우리 운동도 지니게 되었다. 선진

독점자본주의 나라의 상대적으로 특권적인 노동자와 노동운동이 지니고 있는 온

갖 좋지 못한 것들을! 그 하나는 조합주의이다. 그 둘은 노동자주의이다. 그 셋

은 국가주의 또는 국민주의이다. 그래서 우리 운동은 지금 노동자계급 전체의

힘, 민중 전체의 힘을 하나로 모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온 민중이 하나 되자”는 말은 공문구가 되고 만다. 그런 잘못된 것을 지니고서

는 온 민중이 하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경향은 그러면 조합원들이 그렇기

때문인가? 아니다. 운동 지도부들이 그런 잘못된 것을 선진 독점자본주의 노동

운동으로부터 받아들여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의 의식은 오히려 날

로 진취적으로 되어 가고 있다.*주26)

첫째는 조합주의이다. 이 문제는 노동운동.민중운동이 안고 있는 문제들의 가

장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문제이다.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아주 중요하다. 참

된 노동자라면 응당 열성 조합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가 속한 노동조합

을, ‘나의’ 노동조합을 다른 모든 것의 최우선에 놓는 것이 조합주의인데 이러

한 조합주의는 아주 나쁜 것이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우리 민주노조운동이 이

조합주의에 많이 물들어 있다. 상층부의 잘못된 지도 때문에! 구체적으로 보자.

이번 투쟁에서 누가 앞장을 설 것인가? 이 투쟁의 선봉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노조의 조합원들이다. 민주노조의 조합원들은 그 동안의 운동 경험, 투쟁

경험을 통해서 계급적.정치적으로 가장 자각되어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것

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민주노조운동은 조합원들을 전체 노

동자계급, 전체 민중의 선봉대로 위치 설정을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노조 하나를

소우주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노동자계급, 전체 민중을

대리해서 자신들 혼자서 총자본, 지배세력과 대결한다고 생각하는 우월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타의 노동자 대중이나 민중을 어깨 걸고 함께 전진할 사

람들이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지지 층으로 또는 따라오는 층으로 떨어뜨리면서.

이것은 아주 잘못된 우월의식이다. 이 우월의식은 민주노조 가운데서도 특히

독점 대사업장 노동조합들(민주노조들은 조합원 수에 있어서 독점 대기업이 주

축이고 절대 다수인데)에서 아주 두드러진다. 이러한 경향은 선진 독점자본주의

의 대표격인 미국에서 특히 그러했다.*주27) 그런데 어느새 우리 민주노조운동

에도 이것이 감염되었다! 그들은 국가경제의 핵심적인 부분을 맡아서 일하고 있

다. 이 부분이 기능을 정지하면 국가경제 전체가 마비된다. 국가경제까지는 아

니더라도 재벌의 핵심적인 부분이 마비된다. 여기에서 그들은 전략적으로 유리

한 위치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들게 된다. 이러한 경향, 모습은 지난번 총파업에서도 드러났다. 미조직 노동자

들을 투쟁으로 불러일으키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고 자신들만의 투쟁력에 의존해

서 총자본과 맞서려고 했다. 그리고 당연히 뒷힘이 딸리게 된다. 그러면 쉽게

타협적으로 된다. 이 조합주의는 호황기에 개개 자본을 상대로 해서 수행하는

싸움에서는 상당한 힘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불황.공황기에, 또는 총자본과의

싸움에서는 금방 그 한계를 드러낸다.

시야의 이러한 협소함은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기에 아주 부정적으로 작용한

다. 조합주의에 매몰되면 독점 대사업장 정규직 노동자의 협소한 이익을 방어하

는 데 급급하게 된다. 전체 노동자계급의 일원이라는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지

못한다. 이런 협소한 시각으로는 자칫하면 ‘일자리를 지키자’는 기치 아래 고용

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을 깎는 양보교섭을 하게 된다. 교활한 대우그룹에서 이

미 이러한 공세를 취하고 있다. 독점 대기업의 대공장 노조나 사무직 노조는 이

지점에 대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올바로 대응해야 한다.

이 지점과 관련하여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표방하고 있는 ‘국민승리 21’도

다를 것이 없다. 아니 매우 위태위태하다. ‘국민승리 21’은 ‘일자리 지키기 국

민항쟁’을 벌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의 일자리를 반드시 지키지 않

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일자리 지키기 항쟁’으로는 노동자계급의 일자리가 지켜

지지 않는다. 공황은 이미 대공황으로 터져나가고 있고(이미 6일자로 한라그룹

이 부도가 났다!) 경제 신탁통치가 강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제 신탁

통치를 무효화해야만, 그리고 경제의 관리를 자본에게만 맡겨 두지 말고 경제

체제와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도록 민중항쟁을 해야만 일자리는 지켜진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지극히 방어적으로 나의 현재의 일자

리를 지키자고만 한다.*주28)

뿐만 아니라 이미 실업자가 수십만 명이다. 앞으로 수백만 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참다운 노동자 정치운동이라면 정부에, 국가에 완전고용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실업자에 대해서는 고용보험이 아니라 실업보험을 실시하라고 요

구해야 한다. 고용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이 서로서로의 힘을 합쳐서―보험을

만들고 보험에 들어서―노동자를 손쉽게 해고시키고 재훈련시켜서 원활하게 노

동력을 충원하는 제도가 아니라!*주29)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요구.주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

도 없다. 실업자에 대해 자신과 같은 노동자로 보지 못하고 있다. 철저히 현재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시야와 관심이 제한되어 있는 것이

다.

이 협소함으로는 실업자 대중은 물론이고 광범위한 노동자 대중과 함께 할 수

없다. 이 조합주의적 관점 때문에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아주 적다. 그

결과가 조합원 50만이다. 도대체 50만밖에 안되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가지고 어

떻게 정치세력화를 할 것이며, 대공황에 대응하고 나아가 경제 신탁통치를 무효

화할 것인가? 어떻게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시급히 전체 노동자 대중

의 관점, 계급적 관점으로 바로 서지 않으면 안된다.

민주노조 조합원은 노동자계급의 가장 선진적인 부분이고 선봉대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선봉대이다. 시각과 관점은 노동자 계급적이어야지, 조합주의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합주의적이 되면 어렵지 않게 독점 대사업장 노조의 우월

주의, 자기 중심주의로 일탈하게 된다. 그 동안 우리 민주노조운동은 그같은 방

향으로 일탈해 가지 않았는지, 그런 데 젖어 있지 않은지 시급히 자기점검을 해

봐야 할 시점이다. 특히 운동을 이끌어 가는 부분에서. 노동조합 관료들에게서!

두 번째로는 노동자주의의 문제이다. 노동자주의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말이다. 그러나 의미는 간단하다. 노동자계급 혼자의 힘으로 사회를 진보 또는

변혁시키겠다는 관점이나 사고방식을 말한다.

우리 노동운동이 (임금)노동자주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확인

될 수 있다. 전태일 열사를 계승하는 노동자대회가 10년째 열리고 있지만 민중

대회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민중대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

다. 학생, 도시빈민들은 초기에는 노동자대회에 많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제 와

서는 거의 발을 끊었다. 농민들의 경우에는 처음서부터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런

데도 이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다 보니 노동자.농민이

하나 되어 민중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농민운동과 농민대중은 지금 정

치적으로 지역주의의 포로가 되거나 김대중의 표밭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층과 연대하는 데에는 매우 열심이면서 기층 민중과의 연대를 소홀히 하거나 차

단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연대도 고작 상층부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을!

도시 빈민운동은 민주노조운동이 보여주는 그 교만한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이번 노동자대회에는 아예 조직적인 참여를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정권이 자

주적 학생운동단체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데 보조를 맞추어 학생운동의 공식적

대표인 한총련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해서 농민.빈민.청년학

생 등은 민주노조운동과 멀어져 버렸다. 이것은 개량화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달리 말하면 노동자주의적인 모습이다. 개량화의 구체적인 형태로서의 노동자주

의이다. 노동자대중의 지지를 받는(대중이 주체가 아니라 동원되거나 지지하는

부대로 배치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힘만 가지고 노동자의 삶의 문제를 해

결할 수 있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물론 노동자는 1천2백∼3백만 명이나 된다. 그 가족까지 하면 2천5백∼3천만

이나 된다. 전체 국민의 과반수가 넘는다. 거기다가 임금노동자는 경제의 주요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무엇이 아쉬울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사고하는 발상법을 가지고 있을 때 노동자계급은 힘의 열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세력관계는 자본의 재생산 과정을 보완하기 위하여 비자

본주의가 지배적인 부문(농민), 자기고용(비임금 노동자), 자영업자(자본가적인

것과 노동자적인 것의 중간 형태) 등을 만들어 놓는다. 신자유주의 하에서는 더

욱 그러하다.*주30)

그런데 이렇게 배치하는 것은 자본이 노동자를 지배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노동력 전부를 임금노동자로 하지 않고 이들을 일종의 산업예비군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적 세력관계의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 이들을 자본의 편으로 끌어들이기가 임

금노동자보다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이 이 부분들을 방치하게 되면 세

력관계는 지배측이 쉽게 우세를 점한다. 이는 마치 조합주의에서 실업자를 방치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가 선거에서 흔히 경험하듯이 정치적.조직적 우세.

열세의 가림에서는 0.1%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0.1% 차

이로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또 일단 우세의 위치를 점하면 그 다음에는 우세한

세력이라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하면서 더 많은 우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처

럼 농민.도시빈민.청년학생(예비 노동자인) 등과 함께 하는 것은 결코 단순한

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과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속에서만 총자본과 총노동

의 역관계에서 총노동은 총자본에 대해 우세를 확보하고 확대해 갈 수가 있다.

이러한 노동자주의를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라고 정당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주의는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협소한 시야일 뿐

이다.*주31) 노동자주의에 갇혀 있어서는 노동자의 힘조차도 모두 모아 내지 못

한다. 왜 그런가? 열세에 있는 세력에게는 노동자 대중들조차 모두 사람들은 모

여 주지 않는다. 선거에서 사표(死票)가 될 후보에게는 사람들이 표를 던져 주

지 않듯이!

그러면 농민, 도시빈민, 청년학생은 노동자계급과 과연 하나가 잘 되어 줄까?

원론적인 얘기는 접어 두고 현 상황에서 보자. IMF는 정부예산을 삭감하면서 농

어촌 구조조정 사업 예산을 일 순위로 삭감하게 했다. 또 농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도시빈민은? 재정긴축에서는 영세민에 대한 복지예산이 최우선적으로

삭감된다. 또 로 바뀌는데 이렇게 되면 보험료가 비싸져서 빈민은 의료보험에도 들지 못하게

된다.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간 사기업의 영리적 개발만이 남고 공공 재개

발은 없어진다. 도시빈민은 또한 실업자이기도 하며 따라서 노동자계급이기도

하다. 그러면 학생은? 초긴축은 곧 대량실업인데 그 일차적 피해자는 노동시장

에 새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이다. 즉 오늘의 학생이다. 그밖에도 물가폭등, 세금

폭등, 이자폭등(은행으로부터 주택 구입비나 전세 값을 대출 받은 사람들)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데도 하나가 되어 싸우지 않는다면 그것

이 오히려 이상하다. 문제는 노동자계급이 그들과 함께 하는 자세를 가지고 함

께 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느냐 아니냐이다. 노동자주의에 절어 있느냐 떨쳐

버리느냐이다!

셋째는 ‘국민주의’의 문제이다. ‘국민’이라는 말이 일본제국주의가 우리 민족

과 민중을 2등 국민으로 파악하면서 사용한 단어라는 점은 접어 두더라도 (일반

적으로 비판의식 없이 많이 사용하므로 대중성을 고려하여 그런 말을 썼다고 하

자! 하지만 김영삼 정권조차도 대중을 추수하기를 거부하고 국민학교를 초등학

교로 바꾸었는데!) 국민과 함께 한다고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

는 것인지를 보자.

민주노조운동은 지난 몇 년 동안 “국민과 함께 한다”고 표방하며 기층 민중

및 변혁지향적인 운동과의 연대는 소홀히 하거나 차단하면서 중간층과의 연대

(개혁주의적인 방향 하에서)에 매달려 왔다. 조합주의적이고 노동자주의적인 경

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중간층 가운데서도 비특권

적 중간층(도시 소시민을 중심으로 하는)이 아니라 여론주도층이라는 특권적 중

간층과의 연대에 몰두했다. 도시의 소시민과 같이 반(半)자본.반(半)노동적인

근로하는 중간층이 아니라 확실하게 친자본적인 중간층과의 연대를!

물론 민주노조운동 상층부는 이렇게 항변할 것이다. 민주노조운동과 연대하는

것은 친자본적인 중간층이 아니라 친노동적인 중간층이라고! 그러나 그 말이 과

연 맞는지를 보자! 제2의 국치일인 지난 3일 민주연대에서 집회를 가졌다. 거기

에서 민주연대는 “노·사·정 3자와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해 ‘경제력 회복과 국민통합을 위한 진지한 협의’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친자본측의 생각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민통합을 위해서”

“경제력 회복을 위해서” 그나마 특권적 중간층 가운데 특수하게 “진보적”이라고

하는 층들의 생각이 이러한 것이다.

이와 같이 기층 민중과의 연대를 중심에 놓지 않고 거꾸로 중간층이라는 이름

으로 여론 주도층인 특권적 중간층(이들은 국가와 독점 대기업의 상층 관리자들

이거나 중소기업의 주인들이다. 또는 특권적 전문직을 가진 자들이다)과 함께

하는 것에 중심을 둠으로써 노동운동은 친자본으로 기울어지면서 광범위한 민중

의 이해관계와 요구로부터 이탈하게 된다. 그 동안 많이 그렇게 해 왔고 이것이

상당히 고착되어 있다.

이렇게 동력이 편성되면 노동운동은 한편으로는 지배세력의 흐름에 견인되면

서(신자유주의적인 개혁주의로!), 다른 한편으로는 조합주의.노동자주의를 고착

화시키는 것으로 된다. “국민과 함께 하는” 곳에는 노동자 외에는, 조합원 외에

는 대중은 없기 때문이다! 특권적 중간층은 대중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노동자는 자꾸만 고립된다. 그리고 이 협소한 조합주의.노동자주의는 자꾸만 고

립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서 마침내 지배세력의 포로가 된다. 즉 대중성이란

이름으로 아(亞)-제국주의적인 것을 받아들인다. 노동자들과 함께해 줄 농민.빈

민.학생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렇게 비뚤어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경제 신탁통치 무효화- 민주대개혁’ 운동과 투쟁에서는 투쟁

대상을 올바로 선정하는 것과 더불어 투쟁동력을 올바로 결집하는 것이 아주 중

요하다. 이것이 없이는 투쟁대상을 바로 설정하는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할

것이다.

② 노동자주의도 국민주의도 아닌 민중연대로!

그러면 이번 운동, 이번 투쟁의 동력은 어떻게 형성.편성되어야 옳은가? 이번

운동.투쟁에서

하나. 민주노조 조합원은 투쟁의 선봉대이다. 이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

다.

둘. 노동자계급은 이번 투쟁에서 주축 세력이다. 경제 식민지가 될 때 가장

심하게 피해를 보는 것은 노동자계급이기 때문이다. 대량실업으로, 임금삭감으

로, 노동시장 유연화로, 물가폭등으로, 세금폭등으로, 유연화-초과착취로, 폭력

탄압으로 등등. 그러므로 그 이해관계 면에서 보더라도 노동자계급이 주축 세력

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명하다. 그러므로 이 주축 세력을 힘있게 결집

하는 데에 민주노조운동은 제반 노력을 총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에 성

공하지 못하면 그 다음 순서의 이야기들은 모두가 공허해지고 만다. 지금까지의

낡은 관성을 과감히 탈피해서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들과 함

께 하겠다는 자세.의지를 세워야 한다. 이 뜻이 세워지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예컨대 민주노조운동이 실업 노동자와 함께 ‘완전 고용보장’과 ‘실업보

험제 실시’를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

셋. 농민.도시빈민 같은 기층 민중은 이번 투쟁의 의식면에서 진취적이고 계급적 지위의 면에서 예비 노동자인 청년학생들도 당연

히 적극적으로 포함된다. 사실 노동자.농민.도시빈민.청년학생으로 구성된 기층

민중 세력이 지금까지 군사독재를 무너뜨리고 이만큼이라도 민주화를 진척시켜

온 기본 동력이었다. 사회의 지배 구조가 바뀌지 않았으므로 이 지점에서도 군

사독재 시기와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러므로 노동자계급을 주축으로, 기층 민중

을 기본 동력으로 우리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이 또한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

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넷은 중간층, 비특권적 중간층의 결집을 통한 광범한 민중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총동력이다. 이 부분은 뚜렷하게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그 동안 대체로 특권적 중간층의 헤게모니에 종속

되어 왔다. 그래서 중간층이라고 하면 흔히 특권적 중간층, 여론주도층 즉 지배

세력의 비패권 부분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구

도이다. 이번 기회에 이 구도를 혁파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이 자영업자이거

나 정부.기업의 중간 관리자이다. 이들은 특권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 동안 문민정부의 환상적 분위기―반(反)노동자적인

방향 위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자유화와 경제적 거품―때문에 지배세력 편에 많

이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환상은 박살이 났다. 그러므로 이들은 이제

지배세력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노동자와 한편이 될 것이다.

이들은 또 대공황 속에서, 경제 신탁통치 아래서 기층 민중 못지 않게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자영 상.공업은 판매 격감으로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

다. 중간 관리자들은 노동자들보다 더 쉽게 정리해고될 것이다. 그러므로 충분

히 이 운동과 투쟁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초긴축 하에서는 이들의 지위는 극도

로 불안해질 것이다. 물론 이처럼 불안하기 때문에 동요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도 있다. 이러한 때 노동자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옳은 투쟁방향을 가지고서.

그러면 기꺼이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서 소외된 다양한 사람

들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까지 될 때 경제 신탁통치는 IMF, 미국, 초국

적 자본 세력이 아무리 강대하다 할지라도 철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

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외세”에 지나지

그러면 특권적 중간층은 어떤 위치에 배치되어야 할까? 이들은 재벌.특권세력

과 같이 부정되어야 할까? 현재의 정세 속에서는 특권적 중간층도 상당한 불만

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은 IMF 신탁통치 정세 하에서는 종전

과 달리 노동자의 저항에 대해서 덜 적대적이 될 것이다. 그들은 잘 하면 중립

적이 될 것이다.(재벌.특권관료들은 그 적대성을 변함없이 가지고 있겠지만) 이

지점에 그들은 배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배치된 속에서 노동

자의 올바른 입장이 우위를 차지해 가게 되면 특권적 중간층 내에서 양심적인

부분에서 노동자의 편으로 넘어오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들은 기꺼이

동력으로서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권적 중간층 전부가 넘어오는 것

은 매우 특수한 정세가 조성되지 않는 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

치.경제적으로 완전한 식민지 상태로 전락되는 정세가 조성되지 않는 한! 또는

군사파쇼가 복귀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엘리트니 여론 주도층이니 사회 지도층

이니 하는 자들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의 투쟁이 또다시 말

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

끝으로 꼭 강조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동력은 단체들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는 점이다. 그 동안 운동단체라고 하는 많은 부분들은 대중 속에서 그 지도력을

상실했다. 이들은 그야말로 <운동권>이 되어 있다. <정치권>이 민중 속에 신뢰

받지 못하면서 끈질기게 존재하고 있듯이 운동권도 ‘끈질기게’ 존재하고 있다.

아무리 “대혁명” “희망”을 운운해도 민중은 그것을 믿어 주지 않는다. 거기에는

지배측의 탄압도 원인이 있지만 운동세력이 가지고 있는 바르지 못한 모습(바르

지 못한 정치적 주장도 한 요인이지만)이 크게 작용했다.

민족해방파, 민중해방파의 낡은 구도를 10년이나 되풀이하면서 분파적으로 종

파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것을 온 민중이 알고 있다. 더구나 그 상층은 천민

적 출세주의에 빠져 있다. 민중당의 지도 핵심은 신한국당으로 들어가 한나라당

의 중추 세력으로 편입되었고, 전민련의 이부영, 박계동 등은 민주당(꼬마 민주

당→통합민주당→분열민주당)을 거쳐 한나라당으로 옮겨갔으며, 전국연합의 김

근태 등 “비판적 지지파”는 김대중의 “충성스러운 지지파”가 되어 있다. 이렇게

하여 80년대의 운동권은 분해되고 궤멸되었다. 이것이 민중이 보는 <운동권>의

모습이다. “신뢰”할 수 없는 모습이다!

지금 민주노총이 생겨나고 민주.진보적인 교수들이 남아 있고 하다고 해서 그

리고 이 부분들을 전국연합, 시민단체들과 합쳐서 운동권 상층에서 “민주연대”

를 만들었다고 해서 이러한 민중의 시각이 바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투

쟁은 한겨레신문에나 기사화될 뿐이다.

그러므로 동력은 기존의 운동조직들을 늘어놓는다고 결집되지 못할 것이다.

동력은 밑으로부터 다시 결집해야만 할 것이다. 대중의 자주적인 투쟁들을 동력

결집의 중심에 놓아야 할 것이다. 투쟁하는 대중들―생존권적이든, 정치적이

든―을 모아 내고 이 투쟁 동력들이 여타의 일반대중을 향해 동참을 촉구하고

호소하는 방식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각종 운동단체들은 이렇게 대중동

력이 스스로 결집하게 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역할로 겸허하게 자신의 위치를 재

조정해야 할 것이다. 심부름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투쟁하는 대중들을 중심으로 하는 광범한 민중(“국민이 아니라”) 동력의 결

집! IMF, 미국, 초국적 자본(구제금융을 제공한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

탈리아, 캐나다, 호주 등 모두가 선진 독점자본주의 나라들이다. 즉 초국적 자

본세력이다)을 제일차적 투쟁 대상으로 하는 진출 방향의 설정! 이것이 현시기

우리들이 가져야 할 침로이다.

덧붙여 하나를 꼭 명심하자. 선진 독점자본주의의 노동운동의 속지 말아야 한

다. 그들은 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와 너무나 긴밀히 결부되어 있다. 지난 총파

업 투쟁 때에도 그들은 복수노조 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도 정리해고제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앞장이 노릇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벌써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자유노련과 OECD 노동자위원회

(TUAC)는 4일 공동 발표문을 통해 효율적인 사회보장과 실업보험제도가 마련되

어 있지 않은 한국 상황을 고려해 국제통화기금은 한국경제 안정화 방안을 논하

는 과정에 노조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빌 조던 국제자유노련

사무총장도 ‘이제야말로 노조가 한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응 방안을

만들어 내는 데 온전한 구실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주32)

이렇게 선진 독점자본주의 나라의 노동운동은 우리 노동운동에게 저항하지 말

고 경제 신탁통치에 타협하라고 개입하기 시작했다. 경제 신탁통치나 경제 식민

지화 같은 문제는 신경 쓰지 말고 고용안정과 실업보험 문제만 신경 쓰라고, 그

러면 자기들이 자기들의 주인인 초국적 자본에게 말을 잘해서 도와주겠다고! 그

래서 총파업 투쟁이나 민중항쟁을 하지 말고 사회적 협의를 하라고! 그것은 우

리나라 재벌과 지배세력이 멕시코의 예를 들면서 사회적 합의를 적극 권장하고

또 추진하고 있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실업보험이라는 말을 추가한 것 이

외에는! 그래서 마치 노동자적인 것처럼 포장한 것 이외에는!

그러나 초국적 자본의 대변지인 아시아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렇게 말하고 있

다.

“사상 최대 규모의 IMF 지원과 관련, 한국 내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어

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한국 정부와 IMF

합의 안에 명시된 개혁 정책을 신속히, 완전히 이행치 않을 지 모른다는 점이

다…….. 국제 구제금융을 지원 받으려면 한국은 대대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들은 이같은 개혁에 저항, 파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주33)

“타임스 지는 서울 주재 한 외국인 경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런 조치들이

모두 적용된다면 내년 이맘때는 한국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화하겠지만, 경

험하지 못했던 해고 사태로 인한 폭동도 함께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주

34)

□ 주 ———-

1) 이와 관련하여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지는 “IMF 가 ‘한국 주식회사’의 개

조를 요구했다”고 표현하며, 앞으로 한국경제는 시장 원칙을 보다 충실하게

따르게 될 것이며 경제에 대한 국가의 관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12월 5일자 참조.

2) 한겨레신문 12월 4일자 참조.

3) 데이비드 립튼 미국 재무부 차관보가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힐튼 호텔 10층

에 묵으면서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이 기자들에게 발각되었다. 협상은 그 호텔

19층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 일본도 대장성 고위 관리를 파견하여 미국과

조율하며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도록 배후조종을 했다.

4) 중앙일보 12월 5일자 참조.

5) 이와 관련, 러시아의 금융 관계자는 “한국이 실물경제 지표는 괜찮은 데도

이런 사태를 맞은 것은 외국인들의 급속한 자금이탈에 따른 환율대란 때문”이

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앙일보 12월 5일자 참조.

6) IMF 총재 캉드쉬는 12월 5일 르몽드와의 회견에서 “멕시코와 다른 것은 한국

의 경우 ‘변화의 위기’ 차원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곧 재벌에 바탕을 둔 경제체제, 국가-

은행-기업간의 유착, 시장폐쇄성 등을 부수는 것”이라며 “IMF의 계획이 무엇

보다 투명성과 자유화의 원칙을 지키면서 기존 경제체제를 재편, 성숙단계에

접어든 한국 경제를 세계화에 적응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캉드쉬의

발언은 한국경제의 구조와 체제를 멕시코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초국적 자본

의 식민지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선일보 12월

7일자 참조.

7) 동아일보 12월 4일자 참조.

8) 12월 4일자로 주가는 반등하고 환율은 크게 내렸다. 주가는 379.31에서

405.81로, 환율은 1,196원에서 1,170원으로 되었다. 이로써 이 나라의 화폐

자본가들은 한국경제가 초국적 자본의 경제 식민지가 되는 것이 자신들의 이

해관계에 득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런데서 보듯

이 이들에게서 민족적 양심을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우리는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9)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보도들이 있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4일

일본에 도착한 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3당 대통령 후보로부터 당선된 후에

도 IMF와의 약속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한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하면서 ‘한국

이 스스로 약속한 프로그램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지원을 즉각 중단해

야만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2월 .5일자 참조. 또한 내년 1월에 IMF 협의

단이라는 이름으로 감독관들이 다시 쳐들어 와서 재경원은 물론이고 통상산업

부, 노동부, 농림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우리 정부가 이행해야 할 이행 조건

의 구체적인 일정과 이행 목표들을 철저하게 지시를 할 예정이다. 한국일보

12월 6일자 참조.

10) 동아일보 12월 4일자 “제약 당하는 국가 주권”을 참조하시오.

11) 4일자 이 신문은 사설에서 또 한국이 태국이나 95년의 멕시코와는 달리 큰

재정적자나 무역 불균형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으며, 그런데도 불구하

고 IMF가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대가로 너무 무리한 조건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도 사태의 진실에 대해 완전하게 은폐할 수는 없

었던지 그 일단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12) 멕시코에서도 초국적 자본의 경제적 지배가 민족과 민중의 운명에 어떤 작

용을 미치는지를 노동자.민중들이 처음에는 잘 몰랐으나 머지않아 그것을 경

험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3년이 채 가니 않아서 마침내 70년 일당독재

통치의 제도혁명당의 정치적 붕괴로 치닫고 있다.

13) 필립 암스트롱 외, 두산동아, 1945년 이후의 전”을 참조하시오.

14) 필립 암스트롱 외, 위에서 인용한 책 제 16장 “국제관계” p.421, “라틴 아

메리카 나라들은 상환 조건 협정의 일환으로 안정화 및 조정 계획을 통해 경

제를 긴축시키고 개방하며 민영화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15) 노동운동 1995년 신년호를 참조하시오.

16) 캉드쉬는 지난 12월 1일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재무장관 회의

에서 말레이시아 수상 마하티르가 초국적 금융자본을 신랄하게 비판하자 이에

대한 반격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낡은 경제 모

델을 과감히 포기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제 모델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들이 유용한 시기가 있는 반면 시대에 뒤떨어져 포기해야

할 시점도 있다” “신발을 닳도록 신고 나서 그것을 버리듯이 낡은 생각도 과

감히 버려야 한다” 운운. 이처럼 이번 동아시아 경제공황은 초국적 자본이 동

아시아 경제 모델을 깨뜨리기 위한 전략으로서 획책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깨뜨려야 할 모델의 전범이 한국이다. 이날 캉드쉬는

낡은 경제 모델의 예로서 한국의 재벌 지배구조의 폐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했

다. 국민일보 12월 2일자 참조.

17) “미국 JP모건 은행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국내 은행과의 적대적인 인수.합병

을 통해 한국 재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뉴욕 금융 관계자들이 3일 밝혔다.”

“특히 한 관계자는 모건측이 준비에 들어간 시점과 국제통화기금이 한국에 대

한 실사에 들어간 시기가 일치하는 점을 들어 한국 금융개방을 둘러싸고 IMF

측과 미 은행들 간에 사전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미 경

제 전문 벌룸버그 뉴스는 지난달 29일 미 네이션 뱅크, 유나이티드 어셋 메니

지먼트 등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한국 금융기관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

혔다.” 한국일보 12월 5일자 참조.

18) IMF 이사회에서 일부 개도국들은 평소 이들 개도국들의 자금지원 요청에 대

해 까다롭게 대하던 IMF가 한국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데

다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안건 승인을 처리하는 데 대해 다소 불만스러운 눈

치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12월 5일자 참조.

19) 이 발언이 있던 기자회견 막판에 한 일본 기자가 “IMF 지원은 보통 출자액

의 3배 가량인데 왜 한국에는 이례적으로 20배나 지원해 주었느냐. IMF 재원

은 바닥날 염려가 없느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캉드쉬 총재는 “재원 걱정은

아직 없다. 그리고 우리는 지원해 준 돈을 반드시 돌려 받는다”고 ‘명쾌’하게

답변했다. 중앙일보 12월 5일자 참조.

20) 하버드 대학교 제프리 삭스 교수는 특히 한국과 관련, “지난 40년 간 세계

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 온 나라의 경제제도를 단 한 달만에 바꾸도

록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들도 미국이 한국경제

를 먹어주고자 속전속결 전술을 구사했음을 눈치채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영국

의 파이낸셜 타임스 지는 IMF의 전략이 미국의 구상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으

며 이와 관련, 미국 의회 등을 중심으로 표면화하기 시작하고 있는 비판론은

아시아권의 금융혼란이 계속될 경우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또 IMF의 대한 지원이 자금지원 액수나 동원된 나라의 범위 면에서

놀라운 규모이며 이 때문에 IMF 전략의 타당성을 검증해 보는 가장 심각한 사

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12월 6일자 참조.

21) 이미 국민일보 사설은 ” IMF 협상 전모 밝혀라”라는 제목을 달고 “정부는

이제라도 협상 내용과 이행 계획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면각서의 내용을 밝히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22) 한국경제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일본의 니혼 게이자이 신문은 “이번 위기

를 이토록 심각화시킨 것은 권력과 결탁한 재벌들이 거액 차입금으로 경쟁적

으로 사업규모 확장에 매달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지도 “정부 지원 아래 타성적으로 방만한 경영을 해 온 재벌 기업들이

23) “세계를 좌우하는 2백대 기업”, 프레데릭 끌레르몽, 르몽드 디쁠로마띠끄

1997년 4월호를 참조하시오.

24) 한겨레신문 12월 7일자 참조.

25) 중국 인민일보는 “한국의 금융위기는 정부.대기업.은행들이 엮어 낸 불가피

한 사태”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12월 5일자 참조.

26) 윤진호.정영태, “한국노총과 전노대의 조합원 의식 비교연구”, 사회경제평

론 8, 1995년 참조.

27) 미국 노동운동에서 독점 대사업장 노조들은 미조직 노동자들과 같은 노동계

급 대중을 조직화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배제했다. 또 투쟁에서

는 ‘패턴 교섭’이라고 하여 힘이 있는 독점 대사업장이 앞장을 서서 싸우고

여타의 힘이 약한 노조들은 추종자로서 따라오게 했다. 그 결과 미국의 노조

운동은 총자본에 의해 ‘바빌론의 포로’와 같이 고립되어 자본의 ‘포위 공격’

앞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것을 뚜렷하게 상징하는 것이 노조 조직률의 저하

와 ‘양보교섭’의 물결이었다. “미국의 노동조합운동은 지금 노동계급 대다수

를 버리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저간의 그런 속에서 “노조관료들로서는 미국의 표준과 생산품을 수호하자는 다분히

인종주의적인 구호가 위기를 벗어나는 가장 손쉽고 선동적인 방법이 될 수 있

었다.” p.196.―「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 제1부 제3장 “노동진영의 몰

락”, 마이크 데이비스, 창작과비평사.를 보시오.

28) 이것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 미국 독점 대사업장 노조들의 슬로건이었다.

그러나 독점 대사업장의, 정규직의, 고참 노동자들의 일자리조차 제대로 지키

지 못했다. 그 결과는 해고 선풍과 임금삭감이었을 뿐이다. 위에서 인용한 책

을 참조하시오.

29) 이처럼 고용보험은 자본의 보험제도이다. 그래서 IMF가 그 확충을 요구했

다! 양해각서에는 ‘고용보험제도의 기능을 강화해 인력 재배치를 촉진하고 노

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한다’고 되어 있다. 한국일보 12월 5일자 참조.

30) 영국에서는 임금노동자가 아닌 노동자가 아주 많다. 노동자주의적 시각에서

는 이들은 배제된다. 그러나 그들은 노동대중이다. “유연화-착취와 노동자의

저항 : 영국의 경우”,「신자유주의와 세계 민중의 저항」,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를 참조하시오.

31) “권력의 새로운 개념과 사파티스타”, 존 홀로웨이,「신자유주의와 세계 민

중의 저항」 p. 168.을 참조하시오.

32) 한겨레신문 12월 6일자 참조.

33) 조선일보 12월 6일자 참조.

34) 동아일보 12월 7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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