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김대중 예비정권의 등장과 노동자계급의 태도 중에서 보론

최근 상황과 관련한 보충

지난 25일 밤 임창렬 부총리는 밤 12시에 긴급 심야 기자회견을 갖고 IMF와

서방선진 7개국(G7)들로부터 1월초까지 1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앞당겨 지원받

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IMF가 30일까지 20억 달러를 지원하고, 그리고 G7국가들

이 애초에 분담했던 금액의 1/3을 조기집행하는 방식으로 80억 달러 달러를 연

초에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우리나라는 미국 등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①임금동결과 노동시장 유연화(정리해고제 즉각 실시, 근로자파견

제 도입 등) 및 이를 위한 노`사`정 사회적 합의 ②자본시장의 추가(완전) 자유

화 : 12월 30일부터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50%에서 55%로 추가 확대, 국`공채를

비롯한 모든 채권 시장 완전 개방, 외국 은행.증권사의 국내 현지법인 설립 내

년 3월 허용, 이자제한법 철폐, 외환관리 폐지 등 ③금융산업 구조조정 가속화:

부실 종금사.은행의 배당중지, 감자, 정리시한 설정 등 ④수입다변화제도 조기

폐지 등이다.

미국.일본 등의 초국적 자본이 어떠한 제약도 없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은행

과 알짜 기업들을 마음껏 사냥하고 최대의 초과이윤을 뽑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이다. 이는 지난번 IMF와의 합의내용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IMF

와의 합의가 대문을 열어주는 것을 넘어 울타리를 부수어버린 것이라면 이번 조

치는 대문에 오는 길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집안에 밥상까지 차려준 것에 비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 정부는 조기 지원과 함께 초국적 금융

자본들(이른바 월가)도 설득해 보겠노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조치로 대통령 선거 직후에 벼랑끝까지 이르렀던 국가부도 위기는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되었다. 그리고 정부(특히 김대중 당선자측)와 제도언론은

이제 적어도 국가부도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그

런 국가부도로 내몰리는 상황은 이제 끝났는가?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의 국가부도 위기는 한국 지배세력(국가기

구와 자본)으로부터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미국.초국적 자본의 압박.공

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선 이후 당선자가 IMF협약 이행만 약속하면 상황이 호

전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무디스나 S&P에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완

벽한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 그리고 바로 그 시각에 미국의 립튼 재무

차관 등이 직접 한국으로 날아와서 김대중 당선자에게 압박을 가한 것 등이 이

를 잘 말해준다.(물론 확인되는 외채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한 배

경을 이루고 있지만) 결국 한국의 지배세력(김대중 당선자로 대표되는)은 미국

과 초국적 자본에게 완전 항복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부터 이틀만에 100

억 달러 조기 지원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미국`초국적 자본은 한국의 지배세력을 완전히 굴복시켰다고 해서 노

동자.민중까지 완전히 굴복시킨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 개방 등의 조치는 정부

가 즉각 실시하면 되지만, 임금동결,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 등을 내용으로 하

는 ‘사회적 합의’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자계급이 이런 것들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따라서 노동

자계급을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노`사`정 합의를 실제로 실행해 나가는 정권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것(사실 이것이 김대중 정권이 들어설 수 있게 된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이다)과 더불어 더 극단적인 위기상황의 조성

과 이를 매개로 한 대대적인 이데올로기 공세가 필요하다. 요컨대 김대중 정권

이 취임하기 전에 이번보다 더 심각한 위기상황이 예견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과 초국적 자본이 취하고 있는 단계적인 전략으로 볼 때 그러하다.

한편 이러한 미국과 초국적 자본의 전략적 공격에 위한 위기상황과는 또다른

차원의 국가부도 사태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세계경제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미국과 IMF는 한편으로 초국적 자본의 이해와 요구를 100% 관철하기 위한 전략

으로 위기상황을 조성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계적 파장에 대한 우려 때

문에 우리나라가 실제로 국가부도를 내는 상황에 이르는 것은 막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들 또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그

러나 이러한 미국과 초국적 자본의 대응과 전략이 그대로 다 관철되지 않을 수

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외채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국내기업

의 현지법인이나 지사 차입금까지 합치면 무려 2,500-3,000억 달러에 이르는 엄

청난 규모임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외채에 비하면 이번에 지원하기

로 한 100억 달러는 껌값에 불과하다. 지원하기로 약속한 550억 달러를 다 지원

하더라도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초국적 금융자본들이 미국 정부나 IMF의 통제에 순순히 따르지 않

고 투자를 기피함은 물론 기존에 빌려준 돈(단기외채뿐 아니라 장기외채까지)도

서둘러 회수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IMF 등의 구제금융이 제

공되고 한국이 구조조정 개혁, 정리해고제 도입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한국은

이미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외환보유고 1-2백억 달러는 별 의미가 없다. IMF나

G7 국가들이 지원을 하더라도 개별 금융자본들이 자금을 회수함으로 인해 국가

부도가 올 수도 있다. 또 국가부도에 앞서 기업이나 은행들이 외화 부도로 줄줄

이 무너져 나가면 결국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IMF나 미국

의 전략 내지 통제와 무관하게 현재의 경제대공황은 전면적인 파국으로 이어지

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심대한 충격파를 불러일으키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상황을 이렇게 전망할 때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고

용안정과 정리해고 반대 수준에서만 대응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런 조합

주의적 대응을 가지고는 전혀 사회.역사의 주인으로서 책임있는 대응이 되지 못

할 뿐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유지.개선하는 데 있어서도 전혀 효과적인 대응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은 현 사태와 관련하여 외채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하는 것을 중심에 놓고 우리의 입장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투쟁에 들어가야 한

다. IMF.미국.초국적 자본에 맞서는 우리 입장의 기본 방향은 ①외채 문제 전반

(자본철수, 자금회수, 상환조건 등)에 대한 재조정 ②경제 신탁통치 무효화와

철회 ③시장개방과 구조조정 권고에 대한 재협상이다. 그리고 국내 지배세력에

대해서는 재벌의 완전해체와 30대 재벌총수의 처벌(국가파산죄 처벌 특별법 제

정), 김영삼 정권의 즉각 퇴진 및 처벌, 노동자.민중세력과 김대중 당선자측과

의 거국정부 수립을 통한 사태 수습 등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의 과정에서 단기 외채가 1,000 달러 이상 추가로 밝혀지는 등 그간

의 과정에서 새빨간 거짓말과 무책임으로 일관해 온 패권세력(재벌, 정권과 특

권 관료)은 어깨를 맞대고 이 대공황과 신탁통치 상황을 함께 극복해 나갈 세력

이 될 수 없음이 너무나 분명하게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존의 패권세

력은 즉각, 그리고 철저하게 해체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국민의 신뢰를 얻

을 수 없음은 물론 저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대외적인 신뢰도 회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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