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경제 신탁통치>와 노동운동의 대응

지금 즉각 총파업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제공 :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1998년 1월 12일 발표)

7. 4. 세 번째 질문 : 무엇을 요구하고 주장할 것인가

(3) 민주대개혁에 관하여

<4> “IMF 신탁통치 반대”를 ‘국수주의’라고 말하는 자들은 ‘신(新)사대주의’

자들이다!

연초부터 제도언론에서는 일제히 IMF 신탁통치에 반대하는 해 시대착오적인 ‘국수주의'(國粹主義)라고 매도하고 있다.*주1) 그러면서 IMF

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현실이니까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이고 감내하라고 노동

자.민중을 윽박지르고 있다.

과연 IMF 신탁통치 반대는 시대착오적인가? 노동자.민중이 IMF 신탁통치에 대

해 반대하고 협약 무효화를 요구.주장하는 것은 이조 말 일제 침략에 맞선 수구

파(개화파와 대립한) 양반계급의 국수주의와 같은 것인가? 아니면 IMF 신탁통치

에 찬성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들 자신이 오히려 초(超)사대주의인가? 어느

편이 진실인가? 답은 뻔하다. IMF 신탁통치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은 민족적이

지 수구적이 아니다. 반면 저들 지배세력은 사대적일 뿐 아니라 초사대적이다.

이를 좀더 밝히기 위해서 IMF 신탁통치에 반대.저항하는 노동자.민중을 국수주

의자라고 매도하고 깎아내리고 있는 그들의 논거들을 비판해 보도록 하자.

1. 세계화를 피할 수 없는 숙명적 현실이라고 강변하는 국내 지배세력은 ‘신

(新)사대주의’, 초(超)사대주의 세력이다.

국내 지배세력과 그들의 표현기관인 제도언론은 IMF 신탁통치와, 신탁통치가

강요하는 이른바 경제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세계화 시대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숙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화는 “90년대의 새로운 여

건이요 하나의 객관적(필연적 : 필자) 현상인 것이며 우리의 정책적 혹은 전략

적 선택일 수 없는 것”*주2)으로 강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세계화

를 필연적 현실로서 인정하고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그것에 반대하고

저항.투쟁하는 것을 국수주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주3) 세계화는 과연 필연적

인가? 우리는 과연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들의 말대로 세계화 즉 “자유시장 경제와 개방화는 세계적 추세요 조류”*주

4)의 하나임은 사실이다. 작년 하반기에 동남아 나라들에 밀어닥친 외환위기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또 그것이 전 세계적

으로 파장을 미치는 것을 보면 경제는 세계화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경제 가운

데서도 특히 금융부문이 아주 세계화되어 있음을 동남아 외환위기는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는 이러한 세계화 추세.경향, 현실만이 있는 것

이 아니라 세계화에 반대하는 추세.경향, 현실도 엄연히 하나의 커다란 흐름으

로 존재하고 있다.

우선 세계화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지역화(블럭화)가 하나의 큰 추세.경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EU(유럽연합)의 정치적.경제적 통합이 그것이

다. EU국가들은 미국의 패권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을 만들었고 저 유명

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추진은 99

년 1월부터 유럽단일통화(유로)의 사용을 예정하고 있을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

고 있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도 지역블럭화의 또하나의 사례이다.

또 아직 경제적인 결속은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유력한 정치적인 흐름으로서

이슬람권이 서구에 대항하여 독자적인 블럭화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50여

이슬람국가들이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이슬람권의 단합을 전 세계에 과시하였

고 이러한 정치블럭화를 본격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개별국가 차원에서도 인도, 말레이시아 등은 세계화에 굴복하기를 거부

하는 경제정책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화에 반대하는 추세.경향 역

시–지배적이지는 못하지만–세계화 추세.경향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뚜렷한 추

세.경향으로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지배적 추세.경향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

만 유일한 추세.경향이 아니다. 또 필연적으로 관철되는 추세도 아니다. 또 완

성되어 있는 현실도 아니다. 그러므로 세계화는 소여(所與)되어 있는, 숙명적

현실이 아닌 것이다. 세계화는 오히려 초국적 자본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실현하

기 위해 추구하고 있는 전략이다. 이처럼 세계화는 초국적 자본의 이러한 전략

적 동기에 의하여 제3세계에 강요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과학적 인식이다. 그것

이 이미 완성된 현실이거나 필연적으로 완성될 추세라고 하면 “이것이 필연적

추세다”라고 목청을 돋울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매

우 목청을 돋우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화 추세 자체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매우 제

한적이다. 금융자본의 세계화는 크게 진전되어 있는 반면에 생산자본의 세계화

는 그 내용과 범위가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생산자본의 세계화가 매우 제

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용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 보자.

“우선 첫째로 현재까지 거대한 초국적 기업 중에서 진정으로 ‘세계적’인 기업

은 없다는 사실이다. 포츈(Fortune)지에 수록된 100 개의 초국적 기업 중에서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기업은 대략 40개밖에 안된다.

또 생산시설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설치하고 있는 기업은 20개 미만에 불과하

다. 그리고 극히 드문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구개발(R&D)은 본국의 통

제 하에 두고 있다….. 둘째로 국가간 투자 흐름의 거의 대부분은 미국-유럽-

일본의 삼각지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국제간 자본이동의 4/5가 이 지역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개발도

상국에서 외국인 투자의 연간 성장률이 최근 거의 두배로 늘어났지만, 개발도상

국에서 이루어진 외국인 투자자본의 양은 세계 전체의 25%(1980-1984년)에서

19%(1985-1989년)로 줄어들었다.”*주5)

그러므로 세계화를 주어진 숙명적 현실로서 받아들이고 우리 삶의 전제로 삼

는 것은 과학적 태도가 아니라 미신 신봉이다. 세계화는 IMF-미국-초국적 자본

의 신제국주의.신자유주의 전략을 정당화하는 거짓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세계

화가 비록 현실의 지배적 추세.경향이기는 하지만 그에 맞서고 있는 만큼 세계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우

리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체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양수길의 이야기는 100% 틀린 것이다. 숙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 혹은 “모든 규제를 철폐한 완전 개방화의 시장경제 체제”*주

6)를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 숙명적 현실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과학적 인식

에 근거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체적 태도도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는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신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 무조건적으로 수용

한 ‘사대주의’적 태도이다. 그것도 그냥 사대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초사대주의

이다. 왜냐하면 글자 한 자 틀리지 않게 베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김부식의

사대주의나 이조의 사대주의는 외교전략상의 실리라는 고려라도 있었으나, 지금

의 사대주의에는 그것도 없기 때문이다. 주권이 박탈당하고 있는데, 실리가 남

아 있을 수 있는가? 그러므로 이 신종 사대주의는 달리 말하면 매판(買辦)이다.

그러면 세계화에 반대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대안을 추구하며 IMF 신탁

통치를 반대하는 것은 국수주의인가? 국수(國粹)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자기

나라의 장점을 살려나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국수주의는 정치사적 의미로는 봉

건적인 질서의 개혁을 거부하면서 외세의 침략에는 단호히 반대하는 경향.노선.

세력 등을 말한다. 오늘날 봉건적인 것이라면 족벌 소유의 재벌이 대표적일 것

이다. 그러면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신탁통치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이 재벌

의 존립을 지지.옹호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가? 이처럼 노

동자.민중이 친 봉건적이 아니라는 것, 국수주의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 중의 상

식이다.

정작 지배세력이야말로 재벌의 유지.온존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재

벌의 해체가 아니라, 그것을 온존한 “개혁”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이와 관련

하여 수구분파는 소극적이고 개혁분파는 적극적이라는 차이밖에는 없다!) 저들

은 국가주권을 내어주고 나라를 팔아먹어도 좋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우리를 국

수주의라고 매도하고 있다. 매판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에게 봉건적이라고 덮

어씌우고 있다. 그러나 봉건적인 것은 오히려 그들 자신이며 나아가 그들은 매

판적이다. 이처럼 IMF 신탁통치를 찬성하고 인정하는 것은 최소한의 민족주체적

입장조차 없는 매판이며, 초사대주의, ‘신(新)사대주의’인 것이다. 국내 지배세

력은 IMF-미국-초국적 자본에 투항하여(양보가 아니다!) 그 신제국주의 질서 속

에서 쥐꼬리만한 입지 유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2. 국내 지배세력은 국수주의 세력도 못되는 수구.매판세력이다.

그러면 우리가 국수주의가 아니고 지배세력이 국수주의인가? IMF 사태의 진행

과정에서 국내 지배세력의 일부가 국수주의적 태도를 보였다고 말하는 신자유주

의 논리가 있다. 이러한 논리를 “우리는 이번 국제통화기금의 구조조정 작업을 민족주의적 감정으로 바라보고

폄하하거나 거부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누구도 IMF의 도움을 받은 것을 우리에

게 강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급한 처지에 몰렸고 스스로 도움을 요청한 것이

다…… 줄곧 외침으로 시달려 온 역사와 근세엔 식민지가 되었던 참담한 경험

까지 가진 터라, 우리 사회엔 민족주의적 정서가 특히 거세다. 그래서 국민들이

요즈음의 상황에 대해 민족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를 분노

와 걱정으로 행위의 해악이 무척 크다는 사실이다.”*주7)

“이번에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몰려 온 것은 경제의 유엔군격인 국제통화기금

이다. 이들은 과거 유엔군을 통솔했던 미군처럼 한국으로부터 지휘권을 건네받

았다. 안보에 이어 경제주권마저 넘긴 우리의 상실감은 크다. 자만의 허를 찌른

위급사태 앞에서 국내의 기득권 세력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더니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아냈다. 미국이 이 틈을 타 한국경제를 완전히 지배하려

한다는 ‘미국 음모론’이 그것이다. 이같은 국수주의나 반미주의의 팽배는 우려

수준을 넘어 위태로운 지경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즉각 엄청난 역효과를 자아내

고 있다. IMF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외환사정이 악화되는 큰 이유가 바로 여기

에 있다.”*주8)

이러한 논리는 무엇보다 먼저 사실에 대한 왜곡이다. 반미주의 때문에 외환사

정이 더 악화되었는가? 지배세력의 거짓말, 신뢰 상실 때문에 이른바 신인도가

저하해서 외환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자신들 스스로 말해 오지 않았던가?

우리가 보았듯이 기득권 세력은 금새 IMF 반대에서 IMF 억누르는 쪽으로 돌아서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IMF 반대 여론은 계속 끓어오르

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이러한 논리는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식민지적 재편

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반대감정과 올바른 여론을 억누르기 위해 조작해 낸 것

이다. 국내 지배세력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그렇게 사실을 왜곡시킨 이론을 만

들어서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 사실, 진실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우선 국내 지배세력이 국수주의

세력이라는 것부터가 사실과 다르다. 국내 지배세력은 초기 협상과정에서 약간 저항의 몸짓을 했으나 무력하게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요구와 압력에 굴복하

고 투항했다. 현 지배질서의 전면적 붕괴와 그에 따른 민주변혁을 두려워한 국

내 지배세력은 투항함으로써 자신들의 몫은 크게 줄어들지라도 지배세력의 일원

으로서 입지를 어떻게 유지해 볼 수 있을까 해서 그렇게 선택한 것이다.

이렇게 투항한 뒤의 국내 지배세력의 모습은 12월 16일 청와대 경제대책회의

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반IMF와 반미국 감정을 억제시

키고 언론의 국수주의적 논조를 자제시켜야 한다”는 ‘홍보전략’이 보고되었다.*

주9) 당시의 정황을 기자의 말로 직접 들어보자.

“지난 12월 16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3차 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는 국

제신인도 하락 원인으로 언론의 국수주의적 보도 태도를 꼽았다. 아예 정부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이 문제를 명시했다. 언론이 쓸데없이 미국과

IMF를 자극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무분별한 언론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고(이 정도면 적반하장도 분수를 넘는다!) 극언을 서슴지 않았

다…… 일부 언론은 IMF와의 합의문 서명일인 지난 3일 국치일로 표현하기도

했고,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요구를 너무 많이 받아들였다고 질책도 했

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의 감정과 사실을 그대로 보도한 것이었다. 또 협상과정

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배후 역할이 있었다면 당연히 지적하는 게 진실을 찾는

언론의 기본자세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위험한 국수주의로 몰고 있다”*주10)

이 사례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김영삼 정권과 특권관료들은 IMF의 강요에

대해 무조건 굴복한 협상내용을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자신들의 무책임과 무능을

호도하기 위해 언론을 국수주의로 매도했던 것이다.

국내 지배세력의 또하나의 축인 재벌 역시 IMF에 대해 정부와 비슷한 태도를

표명했다. 예컨대 선경그룹 관계자는 12월 9일 “최근 IMF 협상결과를 둘러싼 국

내 여론이 지나치게 흥분되고 감정적 대응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며 “애국

심에만 호소하는 감정적 대응은 일을 더욱 그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주11)

서로가 서로를 국수주의라고 욕한 것이다! 특권관료가 언론을! 신자유주의 개

혁파가 수구적 기득권 세력을! 재벌이 언론을! 과연 누가 국수주의자인지 종잡

을 수 없다. 이와 같이 국수주의는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유령이다!

이처럼 국내 지배세력은 존재하지도 않는 국수주의 세력을 창작해 냈다. 단지

IMF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죽이기 위해서! 관료도 자신은 국수주의가

아니라고 한다. 재벌도 자신은 국수주의가 아니라고 한다. 개혁파는 물론이고

수구파도 국수주의를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지배세력 안에는 국수주

의는 없다. 있는 것은 단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수구세력 뿐이다. 이들은 국

수주의 세력도 못된다. 이조 말 국수주의 세력은 수구적이었지만 외세에 맞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바쳐 싸웠다. 그들은 한일합방 이후까지 의병전쟁을

통해 끝까지 일제에 저항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 국내 지배세력은 IMF-미국-

초국적 자본에 초기에 힘없이 굴복했을 뿐 아니라 저항할 의지도 없다. 저항은

커녕 IMF협상 타결 후 유공자 포상을 검토할 정도이다. 국가주권을 내어주고 상

을 주다니! 이조 말기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에게 상을 주자고 한 국수주의

자가 있었던가?*주12)

사실이 이러한데 국내 지배세력을 국수주의 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양

(羊)을 말(馬)이라고 하는 것처럼 엉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기득권세

력, 수구세력을 국수주의 세력으로 둔갑시킴으로써 노동자.민중의 정당한 민족

자주적 감정과 태도를 수구적인 것으로 도매금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

게 함으로써 이 논리는 노동자.민중이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식민지적 재편에

복종할 것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적 폭력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말, 윽박지르는 말, 바른 말 하는 아이를 호로자식이라고 윽박지

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국수주의는 한계가 있는 태도라고 보지만 민족적 주체성으로서의 “국

수”(國粹 : 우리나라 고유의 물질상.정신상의 장점)는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한

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낡은 것의 “수구”가 아니라 “변혁”만이 “국수”를 잘 보

존.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 시기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낡은 천민자

본주의 체제를 변혁해서 외세 즉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참다

운 “국수”를 보존.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수를 옹호하지만 국수주의자는 아니다. 우리는 차라리 변

혁주의자이다. 반면에 지배세력은 국수도 못하는 매판이면서 낡은 것을 유지하

려는 수구세력이다. 그렇다! 지배세력은 수구.매판이거나 개혁.매판이다!

3. 민족주체적 입장을 국수주의라고 비판하는 기회주의적 진보주의자들도 ‘신

(新)사대주의’자들이다.

놀랍게도 진보세력 내의 일부 기회주의적 진보주의자들도 민족자주적 관점에

서 IMF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국수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배세력

이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이! 이러한 시각은 선진자본주의의 개량주의적 진보주

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유럽의 기회주의적이고 개량적인 진보주의자들은 유

럽 등 선진자본주의 나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여성운동 등 신사회운동과 정보화, 지구촌화 등의 기술주의적.문화주의적 담론

에 근거하여 세계화.지구촌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민족경제, 민족

국가 등 민족적 자주성을 옹호하는 민족주체적 입장과 관점에 대해 시기에 뒤진

낡은 것이라고, 국수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개량주의적 진보세력의 잘못이 반동세력으로 하여금 국수를 표방하며 활개

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반동세력으로는 미국

의 류캐넌, 프랑스의 르팽, 러시아의 주가노프 등의 ‘우익권위주의 대중운동’이

대표적이다.*주13) 유럽의 개량주의적 진보세력이 좌파와 함께 세계화에 정면으

로 반대한다면 국수를 표방하는 이러한 반동세력은 발붙이기 어려워질 것이다.

유럽의 개량주의적 진보주의자들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통

합에 찬성하고 이를 옹호한다. 그리고 유럽통합에 반대하고 민족국가를 유지하

려고 하는 입장을 국수주의라고 비판한다. 그러면 유럽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덴

마크, 스웨덴은 국수주의 때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 이들이야말로 유럽 안

에서 가장 진보적인 나라들이 아닌가? 또 약소국이 아닌가? 또 유럽통합에 반대

하는 좌파들은 모두 국수주의자들인가? 또 초국적 자본과 초거대정치체(유럽연

합 같은)에 반대하고 민족국가를 옹호하는 멕시코의 사파티스타도 국수주의인

가?

실제에 있어서 유럽통합은 민족국가의 소멸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응하는 새로운 초거대국가(민족국가연합체)의 탄생에 불과하다.*주14)

개량주의적 진보주의자들은 유럽연합(EU)의 대내적 민주화를 부쩍 강조하지만

초거대국가인 유럽연합은 아무리 민주화되어도 또하나의 패권국가의 등장에 불

과하며, 대외적으로는 신제국주의로 나타날 뿐이다. 아무리 민주화되어도 변혁

되지 않는 한!*주15)

유럽연합의 통합이 진정으로 지구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

주 분명하다. 그렇게 나아가고자 한다면 NATO부터 해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유럽의 개량주의적 진보주의자들이 말하는 세계화.지구촌화론은 엄연한

현실에 눈을 감는, 환상적인 그림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영.미 식의 시장자유주의에 맞서 생명력있고 활기찬 유

럽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요컨대 사회적 안정성과 생태적 건강성, 그리고

국가적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민주화된 유럽연합’을 건설하는

것이다.” “또한 통화통합이 원만하게 잘 이루어져서 모든 유럽시민들이 진정으

로 하나의 시민이라 느끼게 된다면, 모든 정치적 결정이나 입법 과정도 실질적

으로 단일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결국 이것이 현실화되

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민족주의적으로 분열된 사고방식이나 정책들이 긴 겨울

잠에서 깨어나 각기의 좁은 국가적(민족국가적 : 필자) 울타리와 경계선을 뛰어

넘어 개혁의 지평을 유럽 차원으로 시원하게 열어 갈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주16)

참으로 관념적이다. 유럽통합은 초국적 자본의 힘을 강화시키는, 그들의 정치

전략이라는 너무나 분명한 현실을 무시함으로써 이 관념론은 그들에게 봉사하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기타 좌파들이 왜 유럽통화통합을 반대하는지에 대해 철

저히 외면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유럽의 세계화.지구촌화론을 제3세계에 기계적으로 그대로 도

입하는 것은 초국적 자본의 신제국주의에 대해 투항하는 신사대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IMF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기회주의적 진보주의자들

은 세계화를 기성의 현실로서 인정하고 수용한다. 그리고 그 전제 위에서 쥐꼬

리만한 진보와 개혁을 추구한다. 이들은 IMF 사태의 책임이 재벌과 관료에게 있

다고 제기하면서 이 계기를 활용해서 재벌개혁과 행정개혁을 하자는 식으로 주

장하고 있다. 이들은 IMF-미국-초국적 자본이 신탁통치를 통해 한국경제를 식민

지적으로 재편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싸울 생각이 전혀 없다. 싸울 생각이

아예 없을 뿐 아니라 문제로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거꾸로 IMF 신

탁통치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국수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렇게 민족적.계급

적으로 주체성이 없이 남의 논리를 고스란히 베껴 올 경우 그것은 필연적으로

식민지적 지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신사대주의로 나아가게 된다. 이처럼 참되

게 진보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주체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주체성 없는

진보는 결국 신제국주의에 봉사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안에는 지금 초국적 자본을 인정하고, IMF 신탁통치를

인정하고, 그들이 고맙게도 합법적 진보정당을 허용해 줄 터이므로, 이 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진보정당을 건설하자는 기회주의적 조류들이 범람하

고 있다. 한국판 기회주의가! 친미 기회주의가! 친IMF 기회주의가! 친초국적 자

본 기회주의가!

이 모든 기회주의의 뿌리는 무엇인가? 잔머리이다. 이 모든 기회주의는 현실

에 온몸을 던져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주어

진 여건 속에서 이러저러한 유리한 상황을 활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유리한 상황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기본

으로 삼으면 위험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IMF의 신탁통치가 진보적인 세력의 등장에,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유리한 조

건을 제공하므로 그것에 반대하는 것은 비(非)계급적이라는 “환상”이 등장하게

된다. 그것을 인정하고 진보정당을 건설하자는 “환상”을 품게 된다. 그렇다! 이

들은 투쟁하는 대중을 비계급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용 진보정당

건설이야말로 계급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항이 아니라 굴종을, 투쟁이 아니

라 선거를 그들은 계급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황당무계한 조류는 어디서부터 나오고 있는가? 지식인들로부터, 지식인 출

신 노동관료들로부터, 지식인 출신 운동권으로부터 무엇인가? 현실에 온몸으로 맞서 투쟁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주관적으로는

진보적이다. 그러나 변혁적이지 않다. 이처럼 변혁적이지 못하면서 진보적이고

자 할 때 그 진보는 기회주의로 일탈하게 된다. 그리고 기회주의를 대표하는 단

어가 “환상”이다.

왜냐하면 활용을 기본으로 하여 무엇을 이루는 것은 통상적인 정세 속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혁명적인 정세 속에서는 그 한계가 적나라하

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혁명적인 정세 속에서 각 세력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

하여 온몸을 내던져 투쟁하게 되는데 이같은 상황 속에서는 활용으로 무엇을 이

룰 수 있는 여지는 아주 좁기 때문이다. 이러할 때 기회주의는 “환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어떠한 정세인가? 보통의 정세인가? 혁명적 정세인가? 지금은

혁명적(이 말의 의미를 협소하게 권력을 장악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말라!) 정세

이다. 지금은 겨우 그 초입에 불과하다. 노동자.민중의 삶의 질은 극도로 저하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혁명적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민주변혁을 요구할 것

이다! 지배세력은 기존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 온몸으로 투쟁할 것이다. 그들은 대중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각종 이

데올로기 공세를 퍼부을 것이다. 중간적인 부분들은 이 사이에서 극심하게 동요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대립이 격화되면 외세가 노골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한편 운동세력이 노동자.민중의 민족적.계급적 이해관계를 제대로 받아안고

대변하지 못하면 수구.반동적 세력이 기만적으로 노동자.민중의 계급적.민족적

요구를 옹호하는 척하면서 대중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회주의적 진보

주의 세력이 운동을 그르칠 때 그러한 반동적 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가장 양호

한 토양을 제공해 줄 것이다. 지배세력은 노동자.민중의 계급적.민족적 진출에

대한 방파제를 쌓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러한 반동적(국수주의를 표방하는) 세력

을 양성할 것이다. 이처럼 내외 지배세력은 노동자.민중의 계급적.민족적 진출

에 대한 방파제를 구축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기회주의적 진보주의자들에게 합법

정당 설립을 허용하고 입지를 제공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수주의를 표방

하는 반동세력도 함께 키울 것이다.

그러나 이 둘 다 크게 키워주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중이 그 주위로

결집되다 보면 자신들의 지배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그 성격이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므로 IMF 신탁통치를 승인하고 긍정하면 진보정당이 성장.발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한낱 백일몽으로 귀착될 것이다.

□ 주 ———-

1) 신문에 따라서는 신(新)외세론, 배타주의, 배외주의, 민족주의, 감정적 애국

심 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IMF-미국-초

국적 자본의 신탁통치에 대해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을 ‘머리가 굳은, 어리석

은 생각’이라고 매도하고 깎아내리는 데는 일치하고 있다.

2) 양수길, 대외경제연구원 원장, 한국경제신문 1월 5일자 참조.

3) 경총 김영배 상무는 정리해고제를 도입하기 위한 노.사.정 사회적 합의에 대

해 “국수주의로부터 자유주의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사실상의 세계화 선언”이

라고 미화하고 있다. 동아일보 1월 6일자 참조.

4) 동아일보 1월 1일자 사설 참조.

5) 매시모 드 안젤리스의 ‘경제의 정치로부터의 자율성과 세계화’, 「신자유주

의와 세계 민중의 저항」,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1997. 참조.

6) 동아일보 1월 1일자 사설 참조.

7) 작가 복거일의 YS집권 5년 평가, 신동아 98년 1월호 참조.

8) 한국일보 12월 13일자 참조.

9) 한국일보 12월 17일자 참조.

10) 중앙일보 12월 17일자 기자 칼럼 “국수주의 보도 탓만 하는 정부” 참조.

11) 문화일보 12월 9일자 참조. 재벌을 위한 이론 생산기관인 자유기업센터 공

병호 소장은 IMF에 반대하는 국민정서를 “신탁통치, 국치, 경제식민지 등과

같은 용어가 난무하고…. 국수주의적이고 배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감

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문화일보 12월 11일자 참조.

12) 재경원은 환율이 안정을 되찾고 주가가 오르는 등 위기상황이 진정되는 기

미를 보이자 외환위기에 적절히 대처, 국가경제를 위기에서 구출했다는 명분

으로 IMF 유공자 포상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검토는 그러나 내부

적인 반대 여론에 밀려 슬그머니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12월 17

일자 참조.

13) “우익 권위주의는 과도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로서 마치 메마른 벌판에

들불처럼 세계 전체로 번져 나가고 있다. 예컨대 매우 일찍부터 탈(脫)규제화

를 추진했던 뉴질랜드에서는 현재 비합리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 우익운동과

힘겨루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세계화의 덫’, p. 310.

14) 유럽연합의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유럽공통의 화

폐는 대륙의 정치적 통합과 미국의 지배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오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세계화의 덫, p. 379) 지금 유럽이 미국의 지배를 받고 있

어서 해방되어야 할 처지에 있단 말인가! 진보적이라는 론자들의 이야기가 이

런 정도이다. 이 짧은 말 속에서 유럽통합이 유럽의 제국주의적 위상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15) EU 국가들에서 진보적 민주변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유

럽 통합은 범유럽 차원에서 초국적 자본의 정치.경제적 지배체제를 만들어 주

는 것일 뿐이다. 특히 현재 유럽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에서부터

진보적 민주변혁이 먼저 선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의 유럽통합은 독일, 프랑스의 초국적 자본의 지배를 체제화함으로써 더욱 강

화시켜 주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별 민

족국가에서의 진보적 민주변혁이 선차적으로 요구된다. 그런 연후에 연합을

추진해야만 그 연합은 신제국주의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현재의

상태에서 경제통합을 한 이후에 대내적으로 민주화를 추진하면 신제국주의화

를 방지할 수 없다. 잘 해야 유연화-착취를 조금 완화시키면서 유럽 범위에서

생태적 개선–그것을 제3세계에 떠넘기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서

보듯이 개량주의적 진보주의자들은 수순을 거꾸로 잡고 있다. 그런데 바둑에

서 흔히 그렇듯이 수순이 뒤바뀌면 승패의 결과도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16)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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