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의 동향]

노·사·정 위원회, 정리해고제 도입 기정사실화

노·사·정 위원회는 1월 19일 기초원회원회를 열어 ‘기업의 경영투명성 확보

및 구조조정 촉진방안’ 등 이후 위원회에서 논의할 10개 항의 의제를 확정 발표

했다. 그런데 ‘경제위기 극복과 노·사·정 간의 공정한 고통분담 의지에 관한

합의문’은 노·사·정 3자 간의 이견 조정 문제로 발표가 뒤로 미루어지고 있

다. 또 부당노동행위 중지 등 이른바 현장노동자의 신뢰 제고를 위한 선행 조치

는 별도로 발표하지 않고, 지난 17일 노동부가 공문을 통해 각 기업들에게 촉구

한 내용에 대한 관리감독 현황을 노동부차관이 매일 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하였

다.

이날 확정 발표된 10대 의제는 ▲기업의 경영투명성 확보와 구조조정 촉진방

안 ▲물가안정 ▲종합적 고용안정 및 실업대책 ▲사회보장제도 확충과 저소득노

동자 생활보장대책 ▲임금안정과 노사협력 증진방안 ▲노동기본권 보장 등 민주

적 노사관계 확립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방안 ▲국민적 통합을 위한 조치 ▲수

출증대 및 국제수지 개선을 위한 국민운동 전개 ▲기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국민의 역할관련 사항 등이다. 노동계에서 요구한 대기업 총수 퇴

진, 국제통화기금(IMF) 재협상, 경제청문회, 경제파탄 책임자 규명과 처벌은 의

제에서 아예 제외됐다. 반면 의제의 하나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방안이 분명하

게 확정됨에 따라 정리해고제 도입은 이제 기정사실화되었다.

아직 미합의되었으나 1월 18일 전문위원회에 제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간의 공정한 고통분담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5개 항의 합의문 초안이

제출됐다.

그 내용으로는 [첫째로 정부가 ▲1월 말까지 실업대책, 물가안정, 근로자 생

활안정 대책 수립, 2월 중순까지 ’98년 예산삭감, 조직통폐합 축소 등에 대한

대책 수립 ▲기업의 상호지급보증 금지, 결합재무제표 작성 등 경영투명성 제고

를 위한 종합대책을 2월 말까지 마련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

보장제도 확충을 통한 저소득자의 생활보호 대책마련에 나선다. 둘째로 기업은

▲과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분별한 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경영정보 공개,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경영정상화에 노력한

다. 세째로 ▲노조는 생산성 및 품질향상에 적극 협조하며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있을 경우 실업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근로시간 조정에 노력한

다. 넷째로 ▲노사는 모든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고 ▲노조는 쟁의행위

를 자제하여 산업평화를 유지하고 ▲정부는 경제위기에 편승한 사업장의 각종

불법행위를 근절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상 4가지 항에 대해 대체로 문안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아 합의문은 거의 확정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다섯번째 항에서 재계와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고제 및 근로자

파견제 법제화를 명문화할 것을 것이다. 재계에서는 해외자본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IMF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에 필요한 고용조정 및 근로자파견법 제·개정 등 제도 정비 방안을 조속히

강구, 추진한다고 선언할 것을 제안하고 있고, 정부측에서는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 구체적 법안을 빼고 ‘IMF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에 필요한 관련법 제·

개정 등 제도정비 방안을 강구·추진한다’는 내용으로 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와 정부측은 “정리해고 도입을 명문화하지 않으려면 어렵게 노사정위원회를

만든 이유조차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미국에 파견된 외채협상단에 힘을 실어준다는 명분하에 준비 중인

고통분담 합의문과 노사정위 의제 선정과정은 이번 노사정위의 본색을 적나라하

게 드러내주었다. 바로 노동자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면서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는

수순 밟기라는 것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국민회의는 지

난 15일 임시국회를 소집하면서 금융기관 우선 정리해고 도입을 강행처리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캉드쉬 IMF 총재가 방한해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한국노

총, 민주노총 지도부를 연쇄 회동한 이후 이 방침은 철회되었다. 노사정위의 합

의를 거쳐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4일 새벽 전격적으로 민주노총과 한국

노총은 노사정위에 참여하였고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 계획은 유보되었다.

15일 노사정위가 공식적으로 발족되었고 기초위원회 구성과 의제선정 등을 속전

속결식으로 진행해 오늘에 이르렀다. 자본과 정권은 탈법적인 고용조정 등 부당

노동행위를 근절하고 구속노동자에 대한 사면복권, 해고노동자 복직에 대한 전

향적 검토 등 이른바 현장노동자 신뢰제고를 위한 선행조치와 노동자 단결권 및

정치활동의 부분적 확대 등으로 생색을 내면서 노동자 밥줄을 확실하게 틀어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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