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동향] / 국제노동동향
프랑스 실업자 투쟁, 수만 명으로 확산
지난해 12월 11일 마르세이유에서 ‘실업수당 인상’을 요구하며 시작된 프랑스
실업자들의 항의시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 29개 지역의 고용촉진협
회 사무실을 점거해 투쟁하기 시작한 시위대는 연말인 지난달 29일 마르세이유
생 샤를르역의 선로 위에서 시위를 벌여 이날 오후 이 역을 오가는 열차 편의
운행이 한때 중단됐으며, 샤텔로에서도 시위 때문에 브뤼셀과 보르도, 보르도와
파리간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10억 프랑 규모의 긴급지원을
발표함과 동시에 그들을 농성현장에서 밀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들은 물러
나기는커녕 오히려 수백명에 불과했던 시위대가 수천, 수만 명으로 확대되고 있
다.
이들은 이달 14일에 증권거래소를 잠시 점거하기도 하였으며 지난주 수요일
윌름거리의 고등사범학교를 점거 한데 이어 16일 오후 3시쯤엔 파리 중심부에
있는 시앙스 포로 알려져 있는 파리정치학교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17일에
는 파리를 비롯해 툴루즈, 몽펠리에, 루앙, 마르세이유, 리모주 등 프랑스 전역
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에 최저생계보조비 월1천5백 프랑(2백50달
러) 인상 등을 촉구하며 세 번째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
파리에서는 CGT(전국노동총동맹)를 비롯한 주요 노조와 정당, 단체 및 학생들
이 합류한 가운데 2만여 명의 실업자들이 “모두에게 일자리를” 등의 구호를 외
치며 레퓌블릭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 시위에서 실업자들
과 연대한 학생들이 교사를 점거하고 있는 고등사범학교 인근에서 경찰과 충돌
이 벌어졌고, 일부 시위대는 연좌농성대에 합류하기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갔
다. 이와 관련해 일부 대학교수들을 비롯한 지식인들은 고등사범학교 인근에 있
는 경찰의 철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듯 시위대에 대한 연대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이들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지지도 갈수록 높아져 최근 여론조사에서 70%의 응답자들이 실업자들의 요구를
정당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실업자들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2.4%인 310만 명에 달하는데, 이
들은 실업자 뿐아니라 600∼700만 명에 이르는 빈곤층의 생활보장을 요구하면
서, 주식시장의 활황 등으로 부유층은 더 부유해지는 반면 자신들은 생계조차
위협받는 상황을 더이상 감내할 수 없다며 조직적 저항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생계보조비 1,500프랑 일률 인상 △실업자에 대한 복지혜택 증대 △
전기 가스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실업자 가정에 대한 전기 가스 공급중단 조치
유예 △주택임대료 미지불 실업자에 대한 강제 퇴거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스팽 정부는 지난 96년 이후 꾸준히 높아진 수치로 실업문제 해결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다. 노동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고,
5년간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동당 정부의 실업대책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아주 미미했다. 오히려 1년 이상 실업상태인 장기실업자의
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회당 정부의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노
동시간 단축문제는 자본가들의 반발로 1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유보되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실업에 따른 사회불안
요인을 그런대로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자는 정부
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말 프랑스의 누적 국가채무는 무려 3조8천억 프랑 (6천3백50억 달러). 사회보장 부문 결손을 차입으로 메우다
보니 나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생계대책이 전무한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월 2천4백∼3천6백 프
랑의 최저생계수당(RMI)과 1년 이상 장기 실업자들에게 주는 월 최고 2천2백 프
랑의 특별연대수당(ASS) 등을 지급하는데 이같은 생계보조비에 의존해 사는 가
구 수는 약 3백30만 가구로 전체 인구의 10분의1인 6백만 명 정도가 정부 보조
로 꾸려 가고 있다. 그러나 이 돈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으니 이를 일률적으
로 1천5백 프랑 인상해 달라는 것이 시위대의 요구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연
간 2백70억 프랑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고 재정적자는 유럽단일통화 가입기준
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 3.5%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평균실업률이 11.7%로 프랑스의 실업률 12.4%에 육박하는 유럽연합 나라들에
서도 이들의 시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실업은 구조적 실업의 비중이 높아 개선 전망이 낮다. 더군다
나 목전에 다가온 단일통화체제 합류를 위한 재정적자 감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
해 대부분 나라가 복지비 삭감을 중요한 방안으로 삼고 있어 효과적인 실업대책
을 제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조스팽 총리 역시 재정상황을 이유로 99년쯤에야
생계보조비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실업노동자들의 투쟁을 잠재
우는데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