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대공황과 노동운동의 대응
지금 즉각 총파업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제공 :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1998년 2월 2일 발표)
7. 5. 네번째 질문 : 어떻게 투쟁을 준비할 것인가?
<1> 논의의 전제
이제 총파업 투쟁은 일정에 올랐다. 민주노총은 1월 30일 ‘고용안정, 경제민
주화 쟁취 투쟁본부 제13차 투본 대표자회의’를 열고 총파업 투쟁 방침을 확정
했다. 2월 3일 중앙위원회, 2월 4일 산하 전 단위노조의 총회 투쟁, 2월 7일 전
국동시다발 대규모 집회, 2월 9일 비상대의원대회를 긴급 소집키로 했다.
한편 정부에서는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제 유보 조항을 삭제하기로 하고 근로
자파견제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제화하기로 노동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해 놓았
으며(1월 26일) 오늘 날자로 임시국회가 소집될 것이다. 정권(차기와 현)은 이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방침을 굳혀 놓고 있다. 아니 이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
해져 있는 사항들이다. IMF-미국-초국적 자본이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최우선 순
위로,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이에 대해 지배세력이 완전하게 합의
해 놓은 것이다. 다만 그 동안 차기 정권 측에서 일방적으로 해치웠다는 비난,
민주주의와 친노동을 표방해 온 정파로서 꼴사납기 그지없게 반노동자적인 내용
을 비민주적 절차로써 해치웠다는 비난을 모면해 보고자 노.사.정 합의를 추진
해 옴으로써 이 명명백백한 사실이 다소간 흐릿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분명히 해 두자. 왜 지배세력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막무
가내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가? 자본측이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을 유연화함으
로써 착취율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
장기적 목표라면 꼭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가 성립할 수 있다. 좀더 시간을 두고 모양새(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했다
는)를 갖추어서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소한 김대중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
임하고 나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수 받으면서 취임해야 하는데 노동법을 개
악해 놓고서는 그 직후에 박수 받으며 취임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차기 정권, 예비정권은 지금 노동법 개악을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될 절대절명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는 계속되고 있으며 외국자본은
충분하게(?) 들어오지 않고 있다. 증권시장에 조금 들어왔을 뿐이다. 단기외채
를 장기외채로 바꾸기로 했다고 해도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 이 협약도 구체적
인 진행 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개개 은행들과 채무를 전환하는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이다.*주) 그러므로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외환시장
은 또다시 붕괴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 문제는 바로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다.
*주) {{현재 약속된 240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 정도는 협약대로 될 것으
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부분 관련해서는 보론을 참조하시오.}}
그런데 이 투기성 자금이란 도대체 어떤 자금인가? 투기에는 증권투기도 있고
외환투기도 있다. 그러나 가장 이익이 남는 것은 기업사냥이다. 지난 10여 년
간 투기성 국제 금융자본들은 기업 매수.합병 투기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어 왔
다. 이 과정에서 주가를 부풀렸으며 증권투자의 기회가 많이 생겨났다.*주) 투
자회사와 투기꾼들은 이 과정에서 떼돈을 벌었다. 그리고 이렇게 기업사냥을 해
서 주가가 올라가게 하려면 인원삭감이 실제로 기업의 생산성을 제고시키든 아니든, 투자가들은 인원이 대
규모로 삭감되면 비용이 절감되어 기업의 이익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고(심리적
으로!), 그러므로 주가가 올라갈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기업
사냥은 반드시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
려 금융 투기자본들이 투기이득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기업 매수.합병 투기를
그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주) {{프레드릭 끌레르몽, “세계를 좌우하는 200대 기업”, 『신자유주의와
세계민중의 저항』,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참조.}}
그 밖에 산업자본 분파들도 한국의 부도난 기업을 매수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재벌기업이 자신의 경쟁 상대로 나서지 못하게 하면서 값
싸고 근면한 한국의 노동력을 탐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고학
력의 근면한 노동력”이다. 그리고 이들 또한 기업을 인수하면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리스트럭쳐링’과 ‘리엔지니어링’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반드시 대량해고
를 수반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해고 비용이 없어야만 또는 최소화되어야만
활발하게 매수.합병 투자를 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해외 초국적 자본은 기업사냥이 가능해야 대규모로 들어오게 되어 있
고, 기업사냥은 해고가 완전히 자유로워야만 이익이 남는 장사가 되게 되어 있
다. 전후 이치가 이러하므로 초국적 자본에 완전 항복하여 생명만이라도 살려달
라고 두 손을 싹싹 빌고 있는 국내 지배세력으로서 이 요구를 거절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법 개악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
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노총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국민회의 측
에서! 한국노총 출신의 조성준 의원이 정리해고제 관철에 총대를 매고 있는 것
을 보면 이런 절박한 사정을 잘 알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어떠한 환상을 갖는 것도 금물이다. 이 세상에 절대란 없으므로
그들이 처리하지 않을 1%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의
제반 상황으로 보면 감나무 밑에 누워 감이 입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만큼이
나 비현실적이다. 감이 입 안에 떨어지게 하려면 우리가 감나무를 흔들어야 한
다. 감나무의 감이 모조리 떨어질 정도로 세차게 흔들어야 한다. 그런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한 정리해고제는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다.
* *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쪽집게 같이 집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사.정 합의가 안 된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합의가 안 되더라도 반발의 강도를 누그러뜨리기만 하면 성공했
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총자본측
의 고민의 지점일 것이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전교조 합법화” “공무원의 노조결성의 자유” 등을 당근
으로 제공함으로써 “절대 반대”를 “비절대 반대”로 만들고자 할 것이다. 한국노
총에 대해서는 노조 전임자 임금 부지급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성의를 기울였다
는 표시를 내고, 그럼으로써 “적극적” 반대가 “소극적” 반대로 되게 할 것이다.
요컨대 노동조합 관료층의 이해를 보살펴 주거나 노조 관료의 영향력 유지를 가
능케 해 줌으로써 (조합원 숫자가 정리해고로 인해 축소되는 만큼 공무원을 조
합원으로 조직하여 숫자를 보충할 수 있게) 노조 관료층을 달래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해고되는 노동자들을 달래는 것이다. 정부의 고용보험 출연금
을 확대하고 적용대상(5인 이상 사업장까지)과 급여수준(최저임금의 70%) 및 급
여 기간(30∼60일 확대)을 늘려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조합원 대중들에게 또
한 이 만큼 성의를 표했으니 절대적인 반대를 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려는 것이
다.
지배세력은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는 데에 대하여 노동자 대중은 물론이고 이른
바 중산층 속에서까지 광범위한 불만과 저항 기운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초국적 자본의 요구를 받아안고 총대를 맬 수밖에 없다. 이러할
때 취할 수 있는 선택은 그 반대.저항을 가능하면 줄이는 것뿐이다. 적당하게
성의를 표시함으로써 반대.저항하더라도 절대적 또는 적극적 반대나 저항이 아
닌 수준에서 반대.저항하게 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총파업 투쟁은 불가능
하게 되거나 하더라도 미약한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지금 이
것 이외에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세세한 모습까지 예측할 수는 없다. 어쨌건 노.사.정 협의 테이블이 깨지
지만 않는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깨지지 않을 가
능성이 많다. 노동조합의 상층 관료층은 앞으로 거기에서 얻을 것이 많다고 생
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얻어내는 것에 의해 하부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
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것을 깨지 않으려 할 것이다. 노.사.정 협의
테이블에 참여했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양보조치들을 얻어낼 수 있었지 않느냐
는 매우 설득력 있는(?) 근거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도의 수준에서
노.사.정 협의회는 표면상 긴장을 가지면서 이 국면을 헤치고 넘어갈 것이다.
만약 비상한 대응이, 대중주체의 과감한 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
고자 한다. 올바른 대응자세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다고 간주되는 조건에서
전술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공허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불충분한 조건에서 단위노조 지도부가, 현장 간부들이,
조합원 대중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2> 결의의 준비가 일차적이다 : 결의는 신념의 결의로!
첫째의 준비는 결의의 준비이다. 어떤 결의인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의가
아니라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결의이다. 사실 앞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정리해
고제, 노동시장 유연화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지렁
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데 꿈틀거리기라도 하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것
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노동자의 권익이 이처럼 극심하게 침해되고 있는데 최
선은 다해 보아야 할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생각들도 모두 의
미가 있다. 아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아니 매우 귀중
하다. 노동운동 상층부가 그 동안 보여온 모습에 비추어 보면 하층에서 자발적
으로 그러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실로 대견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싸움은 그같은 수준 이상의 결의를 하층과 대중에게 요구하고 있
다. 정리해고제나 근로자파견제를 반대하는 싸움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싸움은
노동자와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이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를 계급으로서 아예 존
재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념, 노선, 전략, 패러다임이다. 부즈.앨런 & 해밀턴의
한국보고서는 “생계는 개인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확실하게 못박고 있다.
계급적으로 단결.투쟁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지 못하게끔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렇게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개개 노동자를 상대로―이렇게 되면 아무런 힘도 없
게 되는―마음대로 쓰다 버리고, 마음대로 값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런 패러
다임의 교체로서 도입되고 있는 것이 노동시장의 유연화이다. 이처럼 정리해고
라는 말보다 “유연화”라는 말이 더 무서운 말인 것이다.(그런데 “협력적 유연
화”라니!)
이렇게 된다는 것은 노동자대중에게 실감되는 것으로는 “항구적인 고통”이
다.(신자유주의는 지속가능한 것, 항구적인 것 따위를 좋아한다) 항구적으로 고
통을 강요하는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임금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동
자의 착취.억압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修辭)로서의 임금노예가 아니라 실질적으
로 노예적인 임금노동자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일자리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10∼20%대의 실업이 정상적인 상태로 되는 가운데서만 그런 질서가
유지되므로, 실업의 위협이 항상적으로 존재하는 속에서의 노예적 노동인 것이
다.(그것을 20%의 고통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투쟁에 임하는 결의의 수준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관철시키겠다고 하는 정권측(차기 및 현)의 결의가 특별한 것 이상으로 특별해
야 한다. 정권측이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 이상으로 확고한 신념으
로 무장해야 한다. 그렇다. 이것을 저지하는 것은 전략적 결의가 아니라 신념적
결의여야 한다!*주)
*주) {{신념의 정치 : 국민일보 1월 30일자, 전문가가 보는 새정부 개혁(특별
기고)에서 명지대 정세욱 교수는 “뚜렷한 통치철학을 가지고 신념의 정치를
펼쳐주기 바란다….. 신념의 정치를 구현하여 중병에 걸려 해매던 영국을 다
시 재건한 철의 총리 대처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신념은 주변을 보지 않는 맹목적 신념이 아니다. 매우 현실적인 신
념이다. 성공할 수 있고,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는 신념이다. 이 작은 지면에
서 왜 성공할 수 있고,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는 신념인지를 충분히 이야기하
기는 어렵다. 그러나 몇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첫째 아시아 금융위기는 세계화의 역사, 신자유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레이건, 대처가 시작한 보수주의 혁명 이래
20년이 경과하면서 그 허구성을 충분히 드러냈다. 착취는 유연화-착취로 강화되
고, 빈부의 격차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실업은 구조화하고, 투기가 범람하고, 탈
세 등 불법이 만연하고, 마피아 등 조직범죄가 활개치고, 마약이 늘어나고, 가
정이 파괴되는 등 사회를 파괴하고 인간을 파괴하는 과정이었다. 나아가 지하수
와 산림을 파괴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는 부국과 빈국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자연파괴가 여러 나라에 한꺼번에 재앙을 불러오는 과정이었다.
그러한 파괴가 마침내 각 나라의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나아가 세계 경제시
스템을 위험에 빠뜨리는 데로까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이번 동아시아 공황이었
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흐름이 반
격을 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의 밀물이 도도하게 밀어닥쳤다
면 이제 썰물이 시작되고 있다. 대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이 고양되
고 있는 시기가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혁명 전야의 상황이다. 초국적
자본은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 이런 썰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그나마 단기외
채를 중장기 외채로 바꾸는 교섭이 성공리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그런 줄도
모르고 협상 결과가 괜찮다는 둥, “백마고지 전투하듯 치열했다”는 둥 어이없는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지금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밀물인 것이다. 세계적 범위에서 볼 때 그러하
다. 다만 한국의 지도층은 지배세력, 운동권, 재야세력, 노동계 할 것 없이 너
무나 신자유주의에 깊이 함몰되어 왔기에 지금 그들이 썰물을 맞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저들이 조금 탄력적으로 나오니까 감지덕지하거나 마음
을 푹 놓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김대중 당선자
의 말은 백번 옳다. 그러나 초국적 자본을 절대시하고 두려워하여 그런 말을 하
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면서 방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 하나를 상기시키고자 한다. 지난 1월 25일
쿠바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하나 있었다. 로마 교황이 신자유주의를 강력히 바판
한 것이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 걸개그림이 걸린 아바나 혁명광장
에서! 8십만 군중 앞에서! 부자 나라들이 빈자 나라들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
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좋지 못한 것이라고!*주) 이 사건 만큼 신자유주
의가 썰물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겠는가? 지극히 보수
적이고, 중남미의 해방신학을 견제해 온 그가 사회주의 나라 쿠바에서, 혁명 광
장에서, 체 게바라의 얼굴이 내걸린 곳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신
자유주의―그것의 핵심인 노동의 유연화, 그 중심축인 노동시장의 유연화(그 다
음이 노동력 사용의 유연화이다!)를 거부하는 것은 이제 시대의 대세인 것이다.
*주) {{한국일보 1월 27일자 참조.}}
그러므로 이것을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신념은 주변을 돌보지 않는 무조건적인
신념이 아니다. 먼 훗날을 기약하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신념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는 결의를
가질 수 있는 신념이다. 그러므로 적극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념이
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정리해고제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화까지, 노동시장의 유연화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까지 거부하
러 떨쳐나서는 진취적인 신념이다. 우리 노동자계급에게는 지금 이러한 진취적
인 신념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급히 그러한 신념으로 무장하고 그러한 신념으로
써 투쟁을
<3> 정치적 준비가 결정적이다
둘째는 정치의 준비이다. 투쟁은 행동이다. 행동 가운데서도 매우 격렬한 행
동이다. 총파업은 물리적 충돌을 예상해야 하고,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사상
자까지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총파업은 공장과 회사 안에서 그냥 일
손을 놓는 것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은 지난 총파업에서 충분히 경험
했으므로 긴 설명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물리력을 준비하자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는 물
리력으로 지배세력을 이기지 못한다.(이것은 패배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힘은
다른 데 있다. 멕시코 사파티스타의 힘이 ‘야! 바스타’에 있듯이 우리의 힘은
민중들의 가슴 속에 있다. 1천만 노동자 대중과 4천만 민중의 가슴으로부터 나
오는 공감과 동참이 우리의 힘이다. 지난 번 총파업에서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영삼 정권이 기습적으로 법안을 처리했듯이 민주노총도
긴급하게 물리력으로 대처했다. 물론 일반 대중의 지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단한 지지가 있었고 민중항쟁으로 발전할 조짐까지 있었다. 그러나 지난 번
투쟁은 민중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할 만큼 깊은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내지는 못
했다. 그 결과가 대선에 후보로 나선 민주노총 위원장이 1.1%밖에 득표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파업 과정에서 보인 대중의 지지를 과신했던 것이다.
대중의 지지를 표면상으로만 보았지 대중의 가슴 속을 들여다 보지 못한 것이
다. 민주노총은 대중의 가슴을 움직여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에 또 지난 총파업의 경험을 단순히 되풀이한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
이다. 공황이라는 불리한 조건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신자유주의가 썰물
을 맞이하고 있다는 유리한 조건도 공황이라는 불리한 조건의 표면 아래에서 작
동한다. 따라서 표면상으로는 불리할 뿐 결코 유리하지 않다.(이 지점을 냉철히
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 가슴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갈 때에만 신자유
주의가 썰물이 되고 있는 지점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리하여 표면적인 불리
함을 깨뜨릴 수 있다. 이것이 아마도 이번 싸움에서 핵심적인 지점일 것이다.
지배측은 이러저러한 양보들을 성의표시로서 내놓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강경일변도로만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고립된다!는 시나리오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지점을 극복하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 지점
을 결정적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그러자면 협소하고 단기적인 이해관계만을 주
장하는 것으로는 되지 않는다. 협소하게 현재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정규직 노
동자들의 밥줄 지키기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처럼 자기 이익만을
주장하는 집단에게 사람들은 깊은 공명을 하지 않는다. 설사 그러한 주장이 정
당성이 있더라도 기껏해야 여론조사표에 지지하는 쪽에 동그라미를 쳐 줄 뿐이
다. 그리고 그런 수준의 지지를 믿고―그 동안 민주노총도 지배언론을 본받아
여론조사를 절대시해 온 경향이 있는데―행동하면 쉽게 고립될 것이다. 정리해
고를 반대하는 것이 지니는 정당성 못지 않게 공황이라는, IMF 신탁통치라는 현
실을 제3자들은 동시에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단기적으로, 어떠한 시간 개념도
없이 정리해고, 노동시장 유연화 반대만 외칠 경우, 이른바 대안적인 전망을 제
시하지 못할 경우 대중은, 투쟁하는 대중조차도 큰 힘이 나지 않을 것이다. 사
람은 무엇에 대해 단지 을 하자는 긍정적 대안이 있어야만 힘이 솟게 되어 있다. 인간은 창조하는 존재
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만 쓰는 것으로는 사람들을 온몸으로 떨쳐나서게 하지
못한다. 신명이 나야 하는 것이다.
이 지점을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 이 글의 앞 부분에서 이야기했듯이 노동자
계급 안에서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그 선봉대이다. 이 선봉대는 전투 선봉대이기
만 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정치 선봉대로까지 되어야 한다. 민주노조 조합원은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를 합시다!”라는 노동가요의 가사처럼! 그러나 기성의
정치처럼 권력자 정치가 아니라 참다운 정치, 해방의 정치를 해야 한다. 참다운
정치란 다른 사람들에게 대화를 통해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고 그럼으로써 하나
가 되게 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민주노조 조합원 전체가 전체 노동자계급, 나아
가 전체 민중을 향해 “정치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사업은 활동가의 전
유물이 아니다. 상층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러한 정치사업은 어려운 개념들을 동원해서 하기로 하면 아주 어렵다. 그러
나 민중의 언어로써 하면 아주 쉽다. IMF 신탁통치에 대해서, 경제 대공황에 대
해서,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서, 정리해고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이 어렵단 말인가? 지난 구정 때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집이 없지 않은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그 동안 나와 있는 교육자료들만해도 많다. 다만 IMF
신탁통치에 대해서, 경제 대공황에 대해서, 시장경제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에서
는 분명한 이렇다할 입장 표시가 부족했다. 대안 제시도 없었다. 그저 재벌개혁
에만 매달려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밖에는
많은 교육자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야기하면 이렇다. 경제 대공황에 대한 대
책은 한마디로 긴축이 아니라 반(反)긴축이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 공공사업
을 벌이고,돈을 적절하게 풀어서 기업의 숨통을 터 주는 것이다.*주) 특히 중소
기업에 대해서! 따라서 IMF에 대해서는 무효화를 요구하며 전면적으로 재협상하
여 구조조정 프로그램 강요(그 중에는 핵심 내용으로 긴축, 노동시장 유연화가
들어 있고 금융부문 장악과 시장(자본.상품.금융)의 전면적 개방이 들어 있다!)
를 철회시키는 것이다. 이런 방향 하에서 보면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입장을 올
바로 세울 내용들은 허다하게 널려 있다. 다만 민주노조운동은 협소한 조합주의
의 시야에서 벗어나 민주노총 바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을 뿐이
다. 이런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야만 노동운동과 노동자 계급은 살 수 있다.
*주) {{미국의 공화당 더그 비파이터 의원은 “국가재정이 튼튼한데 실업고통
줄여줄 공공사업을 줄이라니 납득할 수 없다”고 IMF의 한국처방을 비판했다.
경향신문 2월 1일자 참조.}}
이러한 정치적 내용들을 가지고 현장토의를 해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입장을
“대중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상층부에서 발표하는 입장만으로 계급적 입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적 토의를 거쳐 대중 자신의 입장이 되어야 참되게 계급
적인 입장이다. 이것을 지금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준비되어야 민주노총 조합
원은 파업과 더불어 거리로 나서서 혼자서 외치지 못하는 구호를 군중의 세에
힘입어 크게 외치는 데 머무르지 않게 된다. 조합원 대중부터 가슴에서 우러나
오는 구호를 외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큰 함성이 된다. 나아가 전 조합원이
정치선전 대원이 된다. 전 조합원이 홍보물을 시민에게 나누어 주면서 우리의
입장을 일반대중에게 설명해 줄 수 있게 된다.
보다 중요하게는 이런 준비가 되어야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닌 1천2백만 노동
형제들―구체적으로 우리의 친구, 친지, 친족들인 노동형제들에게 우리의 투쟁
에 동참하자고 설득할 수 있게 된다. 지지.성원해 달라고 설득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될 때에야 우리의 투쟁본부로 성금이 답지할 것이고 투쟁의 열기가 끓어
오를 것이다. 우리는 지금 미국 화물트럭(UPS)노조의 총파업 경험을 귀중한 교
훈으로 삼아야 할 때이다. 전체 조합원이 요구의 내용과 투쟁의 의미를 충분히
알게 되었을 때, 그 요구의 내용이 협소한 자기이익의 차원을 넘어나는 것일 때
비로소 광범한 대중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투쟁하는 대중
도 더욱 힘이 나는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 감동이다! 민주노총은 지금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협소한 이해관계
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미 실업자가 된 사람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
해가 보다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들은 지금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열
배를 더 고통받고 있다! 하라! 고용보험이 아니라 세금으로 운영하는 실업보험제 실시하라!는 요구가 전
면에 내걸려야 한다. 정리해고가 아니더라도 기업의 부도로 도산으로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수백만 명이다. 이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보다도 훨씬 많
다. 아울러 정리해고제만이 아니라 노동력의 임시직화를 확산시키는 파견근로제
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 불안정 고용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해 ‘불
안정 고용 규제법’ 제정을 요구해야 한다. 농산물 수입개방에 반대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요구해야 한다. 빈민에 대한 의료보험 국가부담을 요구해야 한
다. 시장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민주적 혼합경제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주간
정세동향 12/12일자 참조)
이런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조합원들부터 신명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노동자계급의 동참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4천만
민중의 뜨거운 지지.성원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연대기구를 만
들어서 모양새만 갖추는 것으로는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서둘러 이러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이다. 이런
정치세력화 과정으로서 총파업이 실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이번 총파업은 자족적인 승리가 아니라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다는 내용의)
객관적으로 승리한 투쟁(정리해고제를 법제화하지 못하게 하는)이 될 것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결코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4> 조직적으로 입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세번째 준비는 조직상의 준비이다. 노동자의 투쟁은 개인의 투쟁이거나 개인
들의 투쟁이 아니다. 개인들이 모여서 조직을 이루어 수행하는 투쟁이다. 물론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적인 준비는 특별할 것
이 없을 수도 있다. 또 조직상의 준비라고 하해면 어떤 기구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조직적인 준
비를 해야 한다. 몇 가지 핵심적인 점만 짚어보자.
무엇보다 첫째로, 현장의 각 부서를 조직화해야 한다. 열명 단위가 되었건 백
명 단위가 되었건 작업부서를 단위로 하여 투쟁체제로 재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투쟁의 지휘자를 선출하게 해야 한다. 종래 대의원이 있건 없건, 일상 상황이
아니라 총파업 투쟁 상황이므로 대중은 이 투쟁 상황에 적합한 일선 지휘자를
가져야 한다. 이러할 때에만 현장의 투쟁의지와 투쟁에 관한 의견이 공식적인
노조 집행부와 원할하게 조율되면서, 대중을 동원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하는 투
쟁이 되게 할 수 있다. 그 방법은 물론 일률적일 수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
법이야 어쨌건 실제로 투쟁을 담당할 대중이 자신이 믿고 따를 일선 지휘자를
가지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이 일선 지휘자들이 노조 집행부와
일선 조합원을 연결시킬 때에만 개개인의 힘이 하나로 똘똘 뭉쳐지는 “강고한
조직력”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전문활동 부서들을 조직해야 한다. 이것은 대사업장의 경우 단위노조
별로, 중소 사업장의 경우 지역단위로 하는 것이 역량 조건상 적절할 것이다.
전문활동 가운데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까? 아마도 선전활동일 것이다. 민
주노조 이외의 사업장의 노동자들, 일반 시민들을 향하여 우리의 투쟁이 무엇을
요구.주장하고 있는지를 조리있게 설명하고 동참과 지지를 설득할 수 있는 활동
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런 활동을 이 전문활동 부서에서 혼자 한다
는 것은 아니다. 일반 조합원들 모두가 함께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중에
서도 반드시 준비된 선전요원이 배치되어 즉석 연설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까다로운 질문을 받을 경우 설득력있게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와 더불어 꼭 필요한 것이 연대활동 부서이다. 농민.빈민.학생 및 기타 시
민단체들과의 연대활동을 간부 한사람에게 맡겨서 족한 상황이 아니다. 이번에
야말로 상층에서가 아니라 하층에서 대중적 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예컨대 학
생들과의 연대는 대학들의 연대기구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각 학교마다를 대상으
로 연대활동을 해야 한다. 농민들과의 연대는 각 군 농민회와 연대해야 한다.
노점상도 시.군.구 단위로 하층에서의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단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상의 준비의 셋째는? 이러한 활동조직을 기초로 해서 지역단위의 투쟁기
구를 내와야 할 것이다. 총파업 투쟁은 아무래도 정치투쟁이다. 정치투쟁에서는
업종별 연맹들이 주도성을 가지면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조합주의
적인 이해관계를 대변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노조체계가 기업별 노조의
연맹체계 또는 단일조직 체계이다. 이 체계는 구조적으로 정규적 조합원의 이해
관계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부단위가 지역의 산업별 노조가 아니다. 해
고되면 조합원이 아니다. 앞으로 연금수령자, 보험수령자도 조합원이 되어야 한
다! 이러한 부분들이 참여할 수 있고, 그 부분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단위
는 지역연대조직이다. 이 지역연대 투쟁기구가 단지 중앙의 지침을 받아 전달하
는 관료기구(또는 전달통로)가 아닌 밑으로부터 위로의 대중적 연대틀이 되어야
만 투쟁은 계급적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고 민중연대로 힘차게 그 외연을 확장
할 수 있게 될 것이다.(이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 한 민주노총조차도
조합주의 기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기구는 또한 국가의 지방행정 기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
다. 실제로 대중이 결집할 수 있는 단위로 되어야 한다. 행정기구를 단위로 하
는 것은 지난날의 한국노총이 그러했던 것처럼 국가기구와의 협의를 중심에 놓
는 관행과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이것은 대중의 투쟁동력을 중심에 놓는 기풍
및 사고방식으로 바로잡아져야 한다. 예컨대 양산은 부산시와 같이 하나의 단위
가 되어야지 경상남도 본부 산하로 배치되는 것이 옳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층연대기구의 준비이다. 지금 이미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
나 이러한 연대기구는 그 동안 대중적 동의 없이 상층에서 급조되는 경향이 있
어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추진되는 것 같다. 이른바 전
선질서 개편을 겨냥하면서!(상설적인 연대체 형성이라는) 그러나 그러한 개편은
충분한 조직적 대중적 논의를 거쳐서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시기에 있어
왔던 연대기구들의 실패에 대한 엄정한 평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연합
은 왜 무력화되었는지, 민주연대는 왜 대중 속에 존재가 없는지를 겸허하게 돌
이켜 보고 자기혁신의 과정 위에서 재건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하나의 연
대기구를 상층에서 뚝딱 만들어서 운동의 실패를 자초한 사람들이 운동의 결정
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민중운동은 지금 대
충 땜질해서 넘어갈 상태가 아니라 대혁신을 해야 할 주체적 조건에 있다. 객관
적으로 보기에는 분명 그러하다.
맺음말 : 이 투쟁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세계적 투쟁의 하나이다.
재작년 12월 총파업 이후 이번 총파업은 이미 충분히 예상되고 있던 일이다.
신자유주의의 공세가 국내외적으로 밀어닥치고 있었으며 정리해고제는 단지 일
시적으로 유보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은 이에 대한
대비를 올바로 하지 못했다. 대중투쟁이 아니라 선거에 의한 정치세력화라는 잘
못된 방향으로 치달은 것이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칼날을 휘두르고
있고 선거제도와 관행은 노동자.민중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보수정당들 간의 갈
라먹기로 되어 있는 조건 하에서 선거에 의한 정치세력화는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길이었다. 그것은 선거 결과가 참혹하리만치 무섭게 증명해 주었다.
이것과 긴밀히 결부된 것이지만 우리 운동은 이념상으로 시장경제주의라는 신
자유주의에 깊이 포섭되어 있었다.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앞장서 주장했다. 낡고
부패한 재벌체제, 국가자본주의 구조가 긍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에 대
한 대안을 시장경제로 설정함으로써 도둑 대신 강도를 불러들이는 데 손을 들어
왔던 것이다.(그래서 재벌 문제에 있어서도 기업의 타 기업에 대한 출자의 제
한, 대주주 지분의 제한 등으로 자본의 독점을 통제하는 데로 나아가지 못하고
재벌을 비족벌적인 기업복합체로 개혁하는 데 머물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가 선
진 독점자본주의라도 된 것처럼, 그들 나라의 개량화된 노동운동에 일체감을 느
끼는 반면 제3세계 노동자들을 우습게 아는 좋지 못한 모습마저 보여 왔다. 이
것을 우리는 뒤늦게라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이번 총파업에서는 선진 독점
자본주의 나라의 노동자들과도 연대해야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제3세계 특히 경제
공황을 같이 맞이하여 같이 고통당하고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나라들의 노동자들과 긴밀히 연대해야 한다. 이것 또한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가
운데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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