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록]
실업자의 원인*
* 이 글은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프레데릭 레바론(Frederic
Lebaron), 그리고 제라르 모제(Gerard Mauge) 등 세 사람의 사회학자들에 의해
<르 몽드>지 1998년 1월 17일자에 발표되었고, 이들에 의해 현재 하나의 격문
(petition)으로서 돌려지고 있다(유럽의 모든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돌려지고 서
명되고 있다고 한다 : 역주).
‘배제된 사람들'(the excluded)―잠정적으로, 일시적으로, 장기적으로 혹은
영원히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로서 알려져 온 사람들은 대체로 항상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집단행동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지난 몇 년 간 소수의 활동가들이 고립된 그리고 외관상으로는 희망 없는 노력
을 기울여 왔을 뿐인데, 집단행동이 마침내 매스컴과 정치적 무관심의 높은 벽
을 뚫고 터져나온 것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처음에는, 일군의 매스컴 전문가들, 언론인들, 노동조합주의자들, 그리고 정
치집단들은 실업자 시위들에 대해 아주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여겼고, 혐오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들은 실업자들의 이러한 시위들이 자신들의 주인의 이해
관계와 ‘배제’ 및 ‘실업이라는 국가적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그들만의 전
적인 독점권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이러한 불쾌한 대중동원에 직면하여, 이들 직업적 조작가들, 텔레비젼 고위직
을 영원히 차지하고 있는 자들은 이 대중동원에 대해 하나의 ‘고통의 조작’, 즉
매스컴에 보도되기 위해 짜맞춰진 하나의 조작이라고만 보았다. 그리고 소수의
불법행위 혹은 평화적 행동의 위법성만을 보았다.
그리고 나서 ‘실업자 운동’이 확산되었고, 일군의 조직된 실업자들이 매스컴
과 정치무대로 뚫고 들어갔다. 즉 ‘실업자 운동’의 첫 번째 승리는 운동 그 자
체이다(‘실업자 운동’은 국민전선{Nationl Front : 프랑스의 극우정당. 95년 대
통령선거 및 97년 총선의 1차투표에서 각각 15%의 득표율을 기록해서 대약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득표율로는 프랑스 제3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 역
주}에 현혹된 사람들을 국민전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실업자 운동’은 동시에 집단적 조직화의 청사진이다. 그리고 ‘실업자 운동’
은 하나의 연쇄반응의 산물이면서 ‘실업자 운동’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연쇄반응
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즉 고립, 의기소침, 수치심, 개인적 분개, 희생
양들에 대한 복수심 등으로부터 집단 동원으로. 그리고 체념, 복종, 개별화, 침
묵 등으로부터 말할 권리를 획득하는 것으로. 그리고 의기소침으로부터 반란으
로, 개별 실업자로부터 실업자 집단으로, 비참함으로부터 분노로. 실제로 시위
자들의 슬로건은 “비참함을 뿌린 자는 분노를 거둔다”로 끝나고 있다.
그러나 또한, ‘실업자 운동’은 신자유주의 사회의 본질적인 진실의 일부―
1995년 11∼12월 운동(프랑스 알랭 쥐페 총리가 공무원 연금제의 후퇴, 의료복
지제도의 축소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발표하자, 이에 항의하여
공무원 및 공공부문 노조를 중심으로 95년 11월부터 12월까지 총파업 등 노동자
투쟁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11월 24일 공무원 및 공공부문 노조 총파업, 28
일 전국 총파업, 12월 12일 전국 총파업 등을 집중점으로 투쟁이 두달 동안 계
속되었다. 성탄절 직전에 쥐페 총리가 사회보장제도 개혁안의 일부 수정을 양보
안으로 제시하여 총파업이 끝났다. 한편, 대학생들도 이 시기에 학교재원 부족
에 항의하여 학교시설 증축, 교원 확충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
역주)의 원인이 되었고, “티트메이어(Tietmeyer) 사상”(티트메이어는 독일중앙
은행 총재이다 : 역주)의 유력한 주창자들이 그렇게 열심히 은폐하려고 한―를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우선 첫째로, 실업률과 이윤율 사이의 부인할 수
없는 관계이다. 두 현상―일부 사람들의 과도한 소비와 여타 나머지 사람들의
궁핍한 상태―은 양립할 뿐만 아니라―일부 사람들은 잠자면서 부유해지는 반면
에 여타 나머지 사람들은 하루종일 일하고도 더 가난해진다―두 현상은 또한 상
호의존적이다. 즉 증권거래소가 기뻐하면 실업자들은 고통을 느낀다. 또 일부
사람들의 부유함은 여타 나머지 사람들의 궁핍화와 연결되어 있다.
대량실업은 실제로 고용주들에 의해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고용주들은 대량실업이라는 수단으로써 임금 정체 혹은 임금 삭감을 부과하고,
작업속도를 빠르게 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고용 불안정을 증대시키고,
유연성을 부과하고, 작업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배를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폐지하고 있다. 기업들이, 매스컴에서 화려하게 발표되는 약
간의 “사회계획”(social scheme)과 함께, “감량 경영”을 할 때, 그들의 투자수
익은 깜짝 놀랄 정도로 크게 증가한다. 미국에서 실업률이 떨어지면 월가(Wall
Street)는 의기소침해진다. 프랑스에서 1997년은 파리 증권거래소의 모든 기록
들이 깨뜨려진 해였다(주가가 폭등했다 : 역주). 그러나 무엇보다도, ‘실업자
운동’은 “선한”(good) 가난과 “나쁜”(bad) 가난 간의, 그리고 “배제된 사람들”
과 “실업자들” 간의, 또 실업자들과 임금노동자들 간에 면밀하게 유지되어 온
분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실업과 범죄를 기계적으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도시폭력”의 원
천이 실업, 일반화된 사회적 불안 그리고 대량빈곤에 있다는 것을 오늘날 아무
도 무시할 수 없다. 쉬트라스보르그(Strasbourg : 유럽 의회가 위치하고 있는
라인강변의 도시이다. 여기서는 유럽연합을 상징하고 있다 : 역주)의 “전형적
인” 신념, 즉 교도소를 다시 연다고 위협하거나, 혹은 부모로서의 의무를 저버
렸다고 추정되는 문제아들의 부모들로부터 가족수당을 박탈하는 것은 신자유주
의 고용정책의 감춰진 면모이다. 젊은 실업자들은 언제 토니 블레어(영국 수상)
가 제안한 것처럼 어떠한 비천한 일자리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될까?(영
국의 토니 블레어 신노동당 정부는 ‘노동을 강요하는 복지’계획을 추진하고 있
다. 이에 따라 실업자들은 저임금, 임시직, 부분시간제 등 열악한 조건의 일자
리라도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실업 급여금을 수혜하는
자격을 박탈당하고 있다 : 역주) 또 복지국가는 언제 미국식의 “안전국
가”(security state : ‘안전국가’는 독일 정치학자 요하임 히르쉬에 의해 사용
된 개념으로, ‘복지국가’로 충분히 표현될 수 없는 사회적 조직화 양식을 표현
한다. ‘안전국가’는 사회구성원을 기능적으로 조정.조절하고, 조사.감시할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물질적 생존을 보장한다는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역주)로 대체될 것인가?
실업 급여금으로부터의 배제는 원조, 사회구호, 구호금을 받도록 운명 지워지
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떤 실업자나 잠재적으로 장기 실업자가 되도록 운
명 지워져 있고, 또 장기실업자들은 잠재적으로 배제당하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업자 운동’은 “배제된 사람들”과 “실업자들” 간의 분할에 대해 이의
를 제기하고 있다. 즉 실업자들이 사회구호기관으로 보내지면, 그들은 실업자로
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되고 퇴짜맞아 배제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일깨워 준다. 즉 임
금노동자는 언제라도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고용 불안정
이 전면화한다는 것을(특히 젊은이들에게서)! “사회적 계획”의 위협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사회적 불안정”이 의도적으로 조직된다는 것을! 그리고 임금노동자들 누구고 잠재적인 실업자로 전락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강력한
방출(노동자를 실업자로)은 결코 “문제”(민중이 저항하는 문제 : 역주)를 방출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업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요인은 또한 배제된
사람들, 그리고 동일한 위협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임시직 노동자들 및 임금노
동자들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업자 및 임시직 노
동자들의 예비군―이 예비군의 존재는 이 예비군의 대오로부터 배제당할 잠정적
인 가능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복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데―에 대해서
매우 심하게 정복된 사람들이므로 잘 복종할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이
에 기초하여 정책을 펴고 있는 사람들(오 사회주의!)(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고
용정책을 말한다 : 역주)에 대해 이들이 거역하게 되는 순간이 올 수 있기 때문
이다.
이 글은 “행동하는 이성”(Raison d”agir) 그룹에 의해 승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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