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5시간 노동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 리샤르드 베를리(Richard Werly) 삶(La Vie)기자와의 인터뷰 –
리샤르드 베를리는 [삶(La Vie)]이라는 프랑스 주간지의 국제부 기자이다.
[삶]은 프랑스에서 주당 30만부 정도를 발간하는 카톨릭 주간지이며, 문제를 사
회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참여적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베트남의
개발계획(특히 농업)과 한국의 경제위기의 사회적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 방한했
다. 또한 그는 제네바국제카톨릭센터의 위원이며 3월 23-24일간 “지구화의 사회
적 결과”라는 심포지엄에서 아시아의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의
상황에 관한 인터뷰 이후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가 그를 인터뷰하였다. 연초의
대규모 실업자 시위를 둘러싼 프랑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도발
적인 듯한 그의 견해가 한국에서도 하나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구체적인 지점
까지 나아가도록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하 ‘센터’는 국제연대정책
정보센터, ‘리’는 리샤르드 베를리임) – 편집자 주 –
센터 : 올해초의 실업자들의 대규모 시위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리 : 1995년에 거대한 투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이었습
니다. 하지만 올해는 실업자들의 투쟁입니다. 여기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습니
다. 그들이 거리로 나온 하나의 이유는 수당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영원한 실업 상태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것은 돈만을 위한 것
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규칙(rule)에 대한 항의였습니다. 문제는 많은 프랑스 실
업자들이 노동 시장으로부터 배제되었다는 것이고 그들이 영원히 편입될 수 없
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들은 대부분 45세 이상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일자리 구
하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면을보자면 그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정당합
니다. 이는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항의였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그들에
대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동전의 측면은
나에게는 하나의 역설로 들립니다. 실업자들이 거리로 나와 싸우며 실업사무소
를 점거했을 때, 그들은 특히 정부로부터 더많은 돈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나
에게는 경제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이 문제의 한 부분입니다. 그건 마치 악순
환과 같습니다. 정부가 실업자들에게 돈을 더 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
니다. 한국의 상황과 프랑스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프랑
스의 사회복지 체계는 아마 세계 최고일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좋다고 생각하
지만 이제까지 정부에 너무 많은 복지부담을 지워왔습니다. 복지체계를 유지하
기 위해서 정부는 기업에게 엄청난 세금을 부과해 왔고 기업들은 세금이 너무
많아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어느 노동자가
1000달러의 임금을 받는다면 기업은 정부에 800달러를 세금으로 냅니다. 결국
기업은 1800달러를 지불하는 것입니다.(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수치에 신경 쓰
지 마십시오.) 정부가 수당을 인상하려면 세금을 인상하는 수밖에 없고, 세금을
인상하면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실업자들의 사회
운동에 대해서 두 가지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견해로는 그 항의가 정
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견해로는 정부가 돈을 준다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실업자나 고용된 노동자나 거의
비슷한 돈을 받습니다.
한 공장노동자를 예를 들어봅시다. 40살 먹은 공장노동자가 있다고 합시다.
그는 해고당합니다. 그는 임금의 70-80%의 실업수당을 받습니다. 점차 줄기는
하지만 3년간 기본적으로 그 정도를 받습니다. 새 일자리를 구한다면 그 새 일
자리의 임금은 그 정도가 되기 힘듭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 수많은 실업 당한
사람은 실업자로 남아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은 공식적인 일자리가 아니
라 비공식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해서, 정부에서도 수당을 받고 파트타임 임금도
받습니다. 이것을 은밀한 일자리(black job)라고 합니다(그들은 세금도 안내는
임금과 수당을 받습니다). 내 생각에 이는 큰 문제입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
지만 경제적으로는 큰 문제입니다. 그들이 거리로 나온 사정을 이해한다 하더라
도, 그들의 요구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항상 돈을 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50세 이상의 사람들을 위해서만 정
책을 펼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20-25세 사람들을 위해서도 노력
해야 합니다. 4-50세 실업자들에게 수당을 주려고 세금을 더 많이 걷으면 20-25
세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센터 : 학생들도 그들과 연대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같은 견해를 가진 것이
아니었습니까?
리 :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연대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그들에게 돈을 더 줘야 한다고 물으면, 아니라고 말
합니다. 뭔가를 주면 뭔가를 받아야 합니다(Donnant, donnant). 정부는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했습니다. 수당을 늘려야 합니다. 40-45세 사람들은 새 직장을
못 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늙었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그러니까
훈련을 시키고 돈을 더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가족이 없는 젊은이들
의 수당은 줄어듭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고 또 한편으로 기업이 일자
리를 만들 수 있도록 세금을 줄여야 합니다.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센터 : 그러면 35시간 주노동일의 입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리 : 프랑스인 누구도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센터 : 왜 그렇습니까?
리 : 여러 방안중의 하나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주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줄인다고 고용이 창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실업속도를 저하시키는 것뿐입
니다. 나는 35시간 노동일이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35시간을 채
택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아닙니다. 주
당 35시간을 채택하는 기업에서는 정리해고는 없을 것이지만, 신규 고용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여러 다른 방안 들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센터 : 다른 방법은 무엇입니까?
리 : 하나의 해결책은 없습니다.
센터 : 얼마 전에 독일실업자운동조직들과 프랑스의 실업자운동 간에 적극적
인 연대에 관한 결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동맹(coalition)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습니까?
리 : 유럽의 노동조합이나 실업자들은 자신들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는 사실을 인식해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공동의 노력을 하게 되겠지만, 아직 동
맹이라 말 할 단계는 아닙니다.
센터 : 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리 : 유럽자체가 통합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노조가 연대를 자각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마 내일의 행동, 미래의…
센터 : 이민노동자들은 어떻습니까? 한국에서는 대량실업 이후 이민노동자의
역할을 둘러싼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리 : 나라마다 다릅니다. 프랑스의 경우 알제리, 모로코 등의 북아프리카와
터키 출신 이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히 합시다. 이민자 문제와 노동
자 문제는 다른 것입니다. 이민노동자의 문제를 말해야만 한다면, 이민에 관한
문제, 즉 인종, 문화적 문제, 그리고 노동문제, 일자리 창출의 문제 등을 구분
해야 합니다. 내 생각에는 유럽경제가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후자의 문제는 풀릴
것입니다. 유럽에 이민노동자 문제라는 말은 없습니다. 우리가 만약 이민노동자
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노동자들 내에서 이민노동자들을 분리시키는 것입니
다. 알제리나 모로코 출신 노동자들은 프랑스 노동자들과 똑같이 세금도 내고
프랑스 노동자가 하는 모든 일을 동등하게 합니다. 이민노동자를 특화 시켜서는
안됩니다.
센터 : 이민노동자가 대부분 비공식부문에서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리 : 그건 다른 프랑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이민 자체가 불법
이고 그것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 부분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정
부의 이민 정책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가 쟁
점이 되어야 합니다. 법으로 이민을 제한하기 때문에 불법노동자가 증가하는 것
입니다. 법을 완화시켜 일정수가 들어올 수 있다면 불법노동이 줄 것입니다.
센터 : 좌파연정에 참여하는 공산당과 녹색당은 이번 실업자시위를 둘러싸고
애매하고 때로는 카멜레온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
시다.
리 :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공산당은 임금저하없는 35시간 노동일을
원합니다. 녹색당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녹색당은 심지어 32시간을 주장하기
도 했는데 경제적으로만 보자면 이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센터 : 시간이 얼마 없군요. 실자운동의 전망에 대해 정리해 주십시오.
리 : 어쨌든 계속될 것입니다. 유럽이 통합되므로 실업문제도 전 유럽적인 성
격을 갖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몇몇 나라에만 실업대처방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직업창출 문제
에 있어서는 앵글로색슨-미국적인 유연한 경제가 성공한 것을 인정해야만 합니
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영국 등 말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들에서는 엄청난 빈
부격차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반면에 프랑스, 독일, 이태리 등에서는 빈부격차
를 줄이는데 성공했습니다. 내 생각에 해결책은 가운데에 있습니다. 우리는 경
제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기업을 만들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젊은 남자나 여자들
이 기업을 만들기 위해 영국으로 가서는 안되며 경제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합니
다. 물론 다른 한편 너무 유연하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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