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차 유엔인권위원회 개막식

이번 54차 유엔인권위는 세계인권선언 제정 50주년을 맞는 해일 뿐 아니

라, 93년 채택된 비엔나선언과 행동강령의 이행여부를 5년만에 점검하는

해에 열린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인권선언과 그 원칙들

은 전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이었고, 오늘날 사회발전의 척도로 인

정받고 있다.

사람들은 세계인권선언이 48년 12월 10일 채택되었다는 것은 알지 못할지

라도, 인간의 존엄성이 권리의 존중을 요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 인류는 폭력과 굶주림, 질병, 고문, 차별의 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재능을 개발하며, 자신과 사회의

열망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가 선택된

소수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임을 알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인류 공동의 선언이 되어야 하나, 불행하게도 아직 ‘선

언’은 행동을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예로 아프리카를 들어보자. 지난 50년간 아프리카는 일련의 변화를 겪

어왔다. 처음엔 식민지배로부터의 해방과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을, 이후엔

내전과 군부통치의 경험을, 이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바탕으로 한 평화

의 물결을 겪고 있다. 이러한 세 번째 물결은 간단한 명제와 함께 시작된

다. 바로 인민의 의지다. 그러나 몇몇 아프리카인들이 인권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부자들의 사치로 바라보는 것은 인권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인권은 어느 정부에만 속한 것도, 어느 대륙에만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인권은 인류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인권 피해자들을 위한 대응은 너무 늦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고 희생자들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인권피해는 발생한 후

에 다음 세기는 예방의 시대가 되야만 한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때에 행동할 수 없노라고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다. 오늘의 인권침해는

미래의 갈등을 불러온다. 이같은 인권침해와 갈등의 악순환은 중단될수

있으며, 중단되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민주주의와 개발, 인권 사이의 관계

를 융화시켜야 한다. 각국의 경험은 지속가능한 개발이 인민의 완전한 참

여나 인권의 완전한 보장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는 이 지구상에 대량학살과 전쟁, 공포를 불러오지 않기 위해 세계인

권선언은 제정되었다. 마틴 니믈러의 경고에서처럼, 우리의 양심이 반인권

적 도전을 받을 때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자신과 후손에

대한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이제는 세계인권선언이 어떻게 우리의 권리를 보호해줄 것인가를 물을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선언을 올바로 지킬 것인가를 물어야 할 때다. 세

계인권선언 50주년을 맞아 5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전 인류를 위한 공동

의 인권기준으로 세계인권선언을 바라보며, 향후 50년을 위한 인권의 새

로운 단계를 설계해야 할 때이다.

1998년 3월 18일 수요일 제10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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