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인간

▲ 도그 필름/1999/38분/다큐/독일

▲ 상영일정: 5월 26일 2시 서울아트시네마

(산티아고 알바레즈 감독의 작품들과 같이 상영됩니다.)

<그림자 인간>은 독일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낙인찍혀 살아가는 한 여성의 우울한 초상, 이와 비견되는 고도화된 물질 세계를 포개어 놓으며 제3세계에서 이주한 이주 노동자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전한다. 작품은 ‘나’를 부정당하고 이주 노동자로서의 ‘우리’를 거부당한 채 불법의 껍데기에 갇혀 스스로의 목소리를 잃은 한 이주 여성 노동자가 -얼굴을 드러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카메라 앞에 서서 스스로의 존재를 공언하는 의의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그녀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도서관이나 병원 등의 ‘공적’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차단 당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에도 끊임없이 긴장감을 느껴야 하는 심정을 토로한다. 감독은 주인공의 우울함이 배어있는 나레이션으로 영화의 흐름을 이끌어 가되, 중간 중간에 ‘나’가 아니라 ‘우리’를 주어로 삼아, 이주 노동자 문제의 실체에 접근하면서 이를 극복해 나가려고 애쓰는, 집단화 된 의지를 표출하는 ‘입’을 등장시킨다. ‘나’에서 ‘우리’로 탈바꿈한, 사회적으로 발언권을 갖지 못했던 이주 노동자 집단의 목소리를 실음으로서 작품은 개별 이주 노동자가 겪는 부당함의 실체가, 주인공이 내뱉는 울부짖음이 그저 주관화된 경험이 아님을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이주 노동자의 시각을 반영하여 독일의 현란한 물질 문명을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하는 등 이주 노동자의 입장에서 영상 언어를 재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 중에도 이주 노동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결국 ‘이주 노동자’의 정체성을 작품의 미학적 스타일로 적극 구현해 낸 작품이다.

산티아고 알바레즈 감독의 중단편

▲ 상영일정: 5월 26일 2시 서울아트시네마


<하노이, 13일의 화요일>

산티아고 알바레즈/1967/40분/쿠바

<하노이, 13일의 화요일>은 미국의 무차별 공습이 있던 1966년 12월 13일 하노이의 하루를 산티아고 알바레즈 감독 특유의 전위적인 스타일로 표현해 낸 작품이다. 베트남 민중의 건강한 일상을 짧은 이미지들의 나열과 충돌로 제시하고, 일상의 평온함 뒤에 자리잡은 미국의 가공할만한 폭격과 이로 인한 민간인들의 피해를 빠른 편집으로 표현하였다. 더불어 스틸 사진과 TV 화면 등을 사용하여 베트남 전쟁의 주범을 위트를 섞어 비판하고 있다. 베트남 민속 음악을 토대로 쿠바의 음악가 레오 브루어가 작곡했다는 인상적인 음악은 극적 전개가 없는 영화의 호흡을 이끌면서, 시각과 청각의 묘한 조화로 인한 상승 효과를 창출한다. 스틸 사진과 동영상, 각종 TV, 애니메이션 등을 조합하고 다양한 사운드를 활용하여 ‘긴급영화’라는 혁신적인 미학을 창조했던 산티아고 알바레즈 감독의 주요작 중의 하나로, 단기간에 제작된 중편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전쟁의 참상과 본질을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호치민의 봄들>

산티아고 알바레즈/1969/25분/쿠바

베트남 공화국의 혁명 영웅이라고 평가받는 호치민의 스틸 사진, 뉴스릴, 시 등을 엮어 정치가이자 게릴라, 시인으로 살았던 한 인물에 대하여 노래하는 다큐멘터리이다. 학생 시절부터 혁명적 독립 운동의 지도자로서 성장해 나가는 호치민의 외양을 강렬한 사운드 트랙에 실어 보여준다. 더불어 호치민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베트남 민중들의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당대의 민중들과 호흡하며 소박한 삶을 꾸려왔던 호치민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긴급 제언’의 역할을 수행하는 영화로서, 두 장의 사진, 음악, 간단한 편집용 기계만 있다면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낸다는 알바레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진영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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