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록]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를!
<편집자 주>
지난 1996년 11월 카이로에서 사미르 아민(Samir Amin)이 전 세계의
진보적인 조직들과 개인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창설하자는
새로운 발의를 내놓았습니다. 이 발의에 따라 1997년 5월 “대안적인
삶을 위한 세계 포럼”(World Forum for Alternatives)이 만들어졌습
니다. 아래의 글은 그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대안적인 삶을 위한 세
계 포럼”의 창립 선언문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사회진보 운동의 동향을 이해하는 데, 그리고 이를
통하여 오늘날 세계의 현실을 이해하고 우리 운동의 방향을 정립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하여 번역.전재합니다.
<선언문>
지금은 역사의 진전을 재(再)가동시켜야 할 때이다.
(It is time to reclaim the march of history)
인류의 미래가 지금 중대한 위험에 처해 있다. [인간의] 지식이 이룩한 최고
의 업적인, 과학의 진보와 기술의 향상이 [역설적으로] 소수 지배자들의 특권과
안락을 요새화하고 있다. 이 위업들(과학의 진보와 기술의 향상)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대신에 이루 셀 수조차 없이 수많은 인간
존재들을 짓눌러뭉개고, 한계인간으로 만들고, 배제시키는 데 이용되고 있다.
자연자원(토지와 지하자원 등 : 역주)에 대한 접근은ㅡ남반구에서 특히ㅡ한줌밖
에 안 되는 극소수의 인간들에게 독점되어 있으며, 정치 공갈 및 전쟁 위협을
받고 있다.
지금은 경제로 하여금 전 세계 민중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때이
다.
[오늘날] 경제는 주로 소수의 특권층들에게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지
금과 같은 형태의 경제 아래에서는, 경제는 인류의 대다수로 하여금 죽어라고
발버둥치는 생존경쟁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게 내몰고 있다. 오늘날 경
제는 수천만의 민중들에게 심지어 단지 목숨을 부지하는 수준의 권리조차도 보
장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경제논리ㅡ이것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산물인데
ㅡ는 괴기스러운 불평등을 정착시키고 나아가 그것을 심화시키고 있다.
시장의 자기조절 능력에 대한 믿음에 의해 추동되고 있는 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제는 부자들의 경제력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의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지금은 남과 북 사이에 가로놓인 장벽을 허물어뜨려야 할 때이다.
지식, 과학 연구, 선진적인 생산, 신용대부 및 정보 등에 대한 독점ㅡ이 모든
독점들은 국제기구들(IMF와 같은 : 역주)에 의해 확고하게 보장되고 있는데ㅡ이
전 지구적인 수준 및 일국 내적인 수준 양자에서 공히 혹독한 양극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나라의 민중들은 문화적으로 파괴적이며, 물리
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며, 경제적으로 예속적인 사회발전 유형의 덫에 빠져 있는
데, 이로 인하여 이 민중들은 자신의 사회발전 단계를 자주적으로 설정할 수도,
자기자신의 경제성장의 기초를 구축할 수도, 자신들의 자녀 세대들을 위해 교육
을 제공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지금은 우리 문명의 위기에 대해 정면으로 대결해야 할 때이다.
개인주의의 한계성, 폐쇄된(타인에 대해 열려 있지 않은 : 역주) 소비의 세
계, 생산성 제일주의의 절대 지상권ㅡ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단지 하루
하루 살아남기 위한,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는 생존투쟁이 인간의 보다 원대한
목표들 즉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된 삶을 살 권리와 기회균등, 사회정의, 평
화, 정신적 충족 및 연대 등에 관한 권리를 덮어버리고 있다.
지금은 돈의 독재를 거부해야 할 때이다.
오늘날 초국적 기업들의 손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추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은 민족국가들의 주권을 약화시키고, 심지어 그것을 부숴버리고 있다. 초국
적 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전 지
구적 범위에서 뿐 아니라 각각의 나라들 내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는 세계의 화폐적 균형을 위태롭게 하는 데 머무르
지 않고 있다. 그것은 국가들을 마피아 조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그것은 마약
밀매, 무기 거래, 아동 노예제 같은 자본축적의 비밀(비공개 또는 비공식) 원천
들을 급격히 확산시키고 있다.
지금은 냉소주의를 버리고 그 대신 희망으로 무장해야 할 때이다.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될 때 주가는 치솟아 오른다. 일반대중의 소비가 엘
리트 층의 틈새 시장(niche markets : 수익성이 가장 높은 특수한 시장)으로 대
체될 때에 경쟁의 우위가 확보된다. 빈곤층의 숫자가 배가될수록 그에 상응하여
거시경제 지표는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국제경제기구들은 각 나라의 정부들로 하여금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꼬드기
고 또 강요한다. 그것들은 또 계급들 사이의 간극을 더욱 넓히며, 사회적 갈등
이 급증하도록 충동질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여 절망의 늪에 빠진 사람들에
게 국제구호단체의 원조가 감질나게 한두방울쯤 떨구어진다.
지금은 국가를 재건하고 민주화해야 할 때이다.
국가를 해체시키고,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며,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좀도둑질하고, 싹쓸이 식으로 사유화(민영화)를 단행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
정] 프로그램은 공공부문을 황폐화하고, 교육 및 보건 체계를 약화시키고, 종내
에 가서는 민간 경제의 실력자들이 국가를 찬탈하는 데로 이끌어 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가를 [그 주인인] 주민으로부터 분리시키고, 미증유
의 규모로 부패 및 조직적인 부정을 조장하고 있다. [그리하여] 국가는 지금 극
소수 특권층을 경호하는 민중 억압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지금은 시민(citizenry)을 재창조해야 할 때이다.
수백만의 민중이 외국에서 들어온 이민이라는 것을 이유로 하여 투표권을 박
탈당하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은 수백만의 사람들은 사실상 투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분노가 턱에 차거나 낙심에 젖어 있기 때문에, 정당들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또는 사람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고 정치생활에서 배제
되고 있기 때문에, 그처럼 투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는 왕왕 지위를 이용하는 오직(汚職)(influence-mongering)과 사기협잡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선거보다는 더 넓고 깊은 내용을 지니
고 있다. 민주주의는 경제, 정치, 문화 생활의 모든 층위에서 참여가 이루어지
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집단적 가치(개인적 가치에 대비되는 의미에서 : 역주)를 지켜내야 할
때이다.
자본주의가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신자유주의에 의해 이데올로기화되고 있는
근대성(또는 현대성)은 현존하고 있는 제 문화들을 파괴했거나 크게 부패시켜
버렸다. 이 근대성은 [사람들간의] 연대를 내파(內破)시켰으며, 갖가지의 신념
들을 해체시켜 버렸다. 이 근대성은 그 대신에 경제적인 성공을 기준으로 평가
할 때 신기록(high-performance)을 성취한 개인(빌 게이츠 같은 : 역주)을 격찬
하고 있다.
근대성은 전 세계 민중들에게 해방(emancipation)을 가져다 주기는커녕 교육
문제에 위기를 야기하고 있고, 사회 폭력이 타오르도록 장작을 지피고 있으며,
나아가 민족주의적, 인종주의적 또는 종교적인 정체성의 정치에서 [민중의 삶에
대한] 구조와 보호를 구하는 편협한 운동들의 폭증을 촉발시키고 있다.
지금은 사회적인 투쟁들을 세계화해야 할 때이다.
이 모든 암울한 상황들과 관련해서 원흉으로 지목되어야 할 것은 ‘경제의 국
제화'(international -ization of the economy) 그 자체가 아니다. 경제의 국제
화는 인간 존재들 사이에 물질적, 사회적, 문화적인 교환이 획기적으로 한단계
더 전진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 수가 있다. 그러나 ‘경제의 국제화’가 신자유
주의적인 형태(즉 이른바 세계화 또는 globalization : 역주)를 취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것은 실업의 희생자들, 장래 문제로 인해 심적으로 충격을 입은 젊
은이들, 생산 시스템으로부터 내쫓긴 노동자들, 구조조정에 굴종해야 하는 민족
들 등이 나날이 겪어야 하는 악몽으로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형태의 ‘경제의 국제화’ 즉 세계화는 노동에 대한 탈(脫)규제,
사회보장 체계의 침식,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상호부조] 네트워크들의
제거로 되고 있다. 세계화는 자신이 사람들을 상호 연결짓고 단결시키고자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그것은 사람들을 상호 분리시키고 나
아가 감옥에 잡아넣고 있다.
지금은 세계 민중들의 저항에다 희망을 걸어야 할 때이다.
전 세계에 걸쳐서 민중들은 저항을 조직하고 있고, 사회적 투쟁들에 착수하고
있으며, 대안적인 삶의 방식들을 창조하고 있다.
여성, 남성, 어린이, 실업자들, 배제되고 억압받는 사람들, 노동자들, 토지
없는 농민들, 인종주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소수 민족] 공동체들, 도시 빈민
들, 원주민들, 학생들, 지식인들, 이주민들, 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추방당
한 사람들, 축소되고 있는 중산층ㅡ시민ㅡ들이 자기자신의 존엄성을 옹호 주장
하고 있으며,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권리들과 천부적 천성을 존중하라고 요구하
고 있으며, 연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이러한 목적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었는가 하면 또다른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생활에
서 영웅적 행위를 실행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기초로 하는 지식을 재건하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경제관계의 새로운 형태들을 실제로 시험해 보고 있으며, 또 어떤 사
람들은 새로운 종류의 정치의 기초를 창조하고 있으며,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예술적으로 창작해 내고 있다.
지금은 힘들을 하나로 묶어세울 때이다.
정의와 평등, 예술적 창조와 물질적 진보, 낙관주의와 정신적 발달 등이 이루
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들의 수렴, 지식들의 수렴, 저항들의 수렴, 혁
신들의 수렴, 마음과 가슴의 수렴이 절실한 때이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및 일방
통행식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실행가능한 대안적 삶의 방식ㅡ민중의 이해관계에
기초하고, 또 민족적, 문화적 및 종교적 차이들을 인정하는 것에 기초하는 대안
적 삶의 방식ㅡ을 모색하고 발견해 냄으로써 이러한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
창조적인 ‘보편적인 사고’의 시기가 이미 도래하였다.
현행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조직과 그 경제 조직의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정치적 및 문화적 귀결들에 대해 거짓없이, 면밀하게 검사해 보면 이 놀라운 현
상ㅡ이것이 진보의 귀감이라면서 전 세계에 거창하게 과시되고 있는데ㅡ이 실은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는 사실이 아주 분명하게 밝혀질 것이다.
개인(그러나 사적이 아닌 : 역주)의 주도성 발휘와 집단적 목적의 추구 사이
에 중용의 도(道)를 추구해 나가게 되면ㅡ인간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찬양하는
것을 기초로 해서ㅡ필시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창조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팽창하는 비(非)시장 부문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복지를 존중하는 생
산기술들, 그리고 노동의 조직 및 본성 등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통해서 보다
인간적인 [경제] 조직 형태를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연구들은 그것
을 창조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확장해야 할 바로 그 때이다.
민주주의는 더 이상 단지 사회들의 조직화를 위한 최종 목적(goal)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최종 목적임과 동시에 공동체, 사회운동, 정당, 기업,
공공기관들, 민족들 및 국제기구들 등이 구실을 다하는 데 있어서 그 열쇠이기
도 하다. 민주주의는 대중의 이해관계를 존중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민족적 및
국제적 안전을 보존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 기여요소라는 것이 경험을 통해 점
차 확인되고 있다.
모든 문화들에 대해 개방된 지면을 비집어 열어제치는 것ㅡ[신자유주의자들처
럼] 생색을 내는 식으로가 아니라, 그 다양한 문화들이 인간의 천부적 재능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ㅡ에 의해서 우리는 사람들이 협소한 자기이익의 고립된
영지(領地)로 퇴각하는 것과 정체성의 정치로 은둔하는 경향을 역전시킬 수 있
다.
민주적이고, 유능하며, 투명한 국가의 존재는 국가가 규제를 할 수 있는 권능
을 회복하는 데 있어서 그 기초라고 간주되고 있다. [아울러] 내적인 상호보완
성에 기초하는 지역적인(한 나라 안의 지역들이 아니라 몇몇 나라들로 구성되는
지역을 뜻한다. 예컨대 동아시아 지역 : 역주) 정치.경제적 그룹화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진정한 필요들에 대한 실행가능한 응답이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필수적인 대안이다. 지역적 및 국제적 기구들을 강화하고 민주화하는 것은
참말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렇게 지역적 및 국제적 기구들을 강화하고 민주
화하는 일은 국제법을 진보시키고 전 지구적 수준에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관계들을 규제하는 데ㅡ이것은 오늘날 필요불가결한데ㅡ있어서 하나의 전제조건
이다. 금융자본, 세금, 이민, 정보 및 군비축소 등의 분야에서 특히 그러하다.
행동해야 할 시기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선언문의 서명자들이 “대안적인 삶을 위한 세계 포럼”의 창설을 지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의식을 가진 개인들, 대중조직들, 사회운동들 및 연
구 센터들의 네트워크를 창설할 필요가 있다. 포럼들의 포럼을 설립할 때가, 전
세계에 걸쳐 현재 존재하고 있는 조직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 낼 때가 된 것이
다. 함께 생각하고 일하며, 미래의 희망을 체현하고 있는 사회적 투쟁들을 지지
지원하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실행가능한 대안의 길을 장려하고, 연
구와 경험의 결과들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
이같은 과제들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긴요하고도 절박하다. 우리는 모든 인간
들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대안들, 실행가능하면서 민주적인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이 선언문에 서명하고, 이 포럼에 동참하며, 나아가 이같
은 이상(理想)들을 공유하고 있는, 그리고 마땅히 이 이상들의 울타리 안에 소
속되어 있어야 할 운동들과 연구기관들을 이 포럼으로 데려오라고 권유하는 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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