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문 The Gate Of Truth/ 김희철/ 2004/ DV/ Color/ 105min
2004 인디다큐페스티벌 개막작
차라리 영화 같은…이야기 하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기 하루 전이었던 1998년 2월 24일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한 지하 벙커에서 대낮에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군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출입이 통제된 이 최전방 전선에서 발생한 의문의 죽음. 그러나 군 당국은 사건 발생 2시간 여 만에 이 사건을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심취했던 한 군인의 군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자살로 발표, 서둘러 수사를 종결한다.
하지만 유가족의 진상규명 노력으로 하나하나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 그리고 거짓이 ‘진실’은 될 수 없을지언정 ‘현실’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냉혹한 세계의 배후에는 언제나 그렇듯 권력을 대변하는 정권과 주한미군, 그리고 철옹성 같은 군 당국의 침묵이 버티고 있다.
카메라, 침묵당하는 진실을 되살리다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훈 중위 사망 사건. 군의문사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특별조사단까지 꾸려질 정도로 세상의 이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기억의 무기력함을 질책이라도 하듯 잊혀지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힘이 발휘되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6년여에 걸쳐 김훈 중위 사건을 담은 카메라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기억의 잔상으로만 남아있는 사건의 전말을 책장을 넘기듯 꼼꼼하게 짚어주며, 다시금 기억을 되살려 진실을 보라고 당부한다.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야만 성립될 수 있는 자살 판정과 권력의 침묵. 그 거대한 장벽 앞에 카메라는 필연적인 논리와 진심어린 증언, 외면할 수 없는 증거로 무장한 채 망치를 들이댄다. 그리고 우리에게 조용히 들려준다. 겹겹의 철옹성을 울리는 소리 없는 외침의 메아리를..
망각의 게으름을 경계하라
군비리와 파병, 주한미군 문제로 연일 떠들썩한 신문 지상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군의문사 문제. 그러나 우리는 전쟁 없이도 매년 수백명이 군대에서 소리소문 없이 죽어가고, 그 죽음을 고스란히 죽은 자가 책임져야 하는 사회를 무심히 살고 있다. 권력이 조제한 거짓을 현실로 강요당하는 사회, 그리하여 권력의 바램대로 강요된 거짓을 받아들이고, 결국은 그 마저 망각해버리는 사회…
이제 그 망각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물어본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진실인가? 그리고 카메라의 목소리에 내 목소리를 보태본다. “나도 그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
김희정(ACT! 편집위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