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란이라는 무시무시한 ‘파국’으로 치닫던 9개 은행 연대파업이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타결을 보았다. 참여연대 김민영 정책실장이 은행 업무의 정상화를 두고 “우려하던 파국을 막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 이 날의 ‘성숙한’ 타
결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은행 경영자측은 그동안 40∼50%의 감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고집했다. 그들 말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노조측의 강공도 만만치 않았다.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금융노련)의 추원서 위원장은 9월 22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9월 29일 오전 “최선을 다했지만 은행이 요구하는 감원폭이 너무 커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 집행부의 총파업 선언이 발표되었다. 명동성당에는 은행원 3만여 명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철의 노동자’ 등 투쟁가가 울려 퍼
지는 점심께 추원서 금융노련 위원장은 최종협상문에 도장을 찍고 있었다.
이것을 두고 금융노련은 “이번 투쟁의 과정에서 가장 큰 승리는 금융인 자존심 회복에 큰 의의가 있다. 은행원이 단결하면 얼마나 무섭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생생히 보여주어 이를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우리 조직의 위상을
제고시켰다.”고 자평하였다.
반면 금융노련의 타결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며칠 만에 50억 원이 넘는 파업기금을 조성하고 전체 노조원의 절반이 넘는 3만여 명이 명동에서 밤샘 농성을 벌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던가”며 정리해고 자체에
끝까지 맞서야 했다고 비판한다.
결국 ‘32% 감원’ 합의로 인해 올해 안에 9천명 정도의 은행원이 정리해고 당한다. 추 위원장은 정리해고가 ‘애국심의 발로’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타결의 결과물이다. 또 김대중 정부는 민주노총의 주력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한국노총의 주력 사업장인 은행에서 모두 정리해고안을 받아냄으로써 더욱 확신에 찬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한 은행원은 이번 타결에 대해서 “많은 은행원들이 실망하고 있다”며 “또 생존경쟁이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혔듯이, 은행원들의 분노와 패배주의로 가득 찬 제2, 제3의 ‘눈물의 비디오’를 감상해야 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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