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실업의 위기에 내몰린 20대 후반의 젊은층을 뭐라고 불러야할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ation)이다. 본래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등장한 젊은 작가군을 가리키는 이 말은 전쟁에서 끔찍한 참상을 목격한 뒤 신성, 영광, 희생 등 기존 가치관에 환멸과 허무를 느끼게 된 세대를 의미한다.
지금의 청년 실업자들이 느끼는 심정도 이런 것이다. 이들은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80년대 대학생들이 학생운동이라는 ‘시대의 열병’ 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이들은 서서히 그 영향권을 벗어나기 시작한 세대다. 대신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며 대학생활을 ‘즐겁게’ 지냈다. 해외 배낭여행과 어학연수가 필수처럼 여겨질 정도였고, 볼링이나 포켓볼 등이 대중적 오락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이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IMF 시대를 맞았다. 그리고 그 최대의 희생자가 됐다. 누구보다 더 풍요를 누리다 누구보다 더 빈궁한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들이 믿었던 장밋빛 미래는 갑작스레 사라져 버렸다.
최근 PC통신에는 이들을 표현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른바 ‘H세대’. 인생의 중간(Half)에 사회 초년의 어려움 또는 시대의 어려움(Hard)을 겪고 있으며, 삶의 책임에 무게(Heavy)를 느끼는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졸업자=실업자’ 임을 뼈저리게 느끼며 실업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세대가 됐다.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일할 수 없는 젊은 실업자들인 것이다. 우리사회가 H세대의 또다른 의미인 인간다움(Humanity)을 포기한다면 그들은 아마도 ‘버려진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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