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네다섯 집에 한집 꼴로 수입원이 끊기는 실업대란의 시대이다. 정부는 2003년 국민소득 1만 달러라는 장밋빛 구호를 부르짖고 있지만, IMF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경제가 성장을 해도 ‘일자리 없는 성장’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적이다. 저금도 다 털어먹고 호주머니가 바닥난 실업자들은 은행으로부터 빚을 내어 생활하기에 이른 상태이다. 이들의 생계사정을 보여주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실적은 두 달 연속 1천억 원을 넘어섰다.
그런데다 올 들어 100인 이상 사업장 중 약 85%가 임금이 동결되거나 하향 조정됐으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실제로 지급 받은 임금은 12%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50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 감소율이 -4.3%로 감소 폭이 가장 커 상반기 고용안정투쟁의 취약함을 반증하다
이렇게 경제적 빈곤이 깊어 가는 뒷면에는 김대중 정부의 권위주의로의 회귀와 생존권 사수를 위한 노동운동과의 첨예한 대립이 있다. 최근 민주노총 소속 구속·수배자가 총 411명으로 8월 집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구속 수배된 411명은 김영삼 정부의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숫자이며 지난해(35명)에 비해 12배 가까이 된다”며 “김대중 정부의 노동탄압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밝혀 그 심각함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명백하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기 위해서는 자주적 권리와 행동마저 억압해야 하는 자본의 이윤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제2의 환란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과 함께 내년도 경기 역시 밑바닥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 가운데 자본은 고혈착취와 정리해고를 통한 이윤 증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고용안정투쟁은 자본의 욕심에 방해만 될 뿐이다. 방해물을 철저하게 제거하라! 이것이 현 시기 자본의 지상명령이다.
모든 노동자·근로민중의 단결과 투쟁만이 빈곤의 악화와 야만적 탄압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자본은 이미 총단결한 상태이다. 노동자의 무기는 단결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98 민중대회가 전면적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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