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지금 내가 겪는 이 고통을 알지 못한다.” 적어도 실업자에게만은 사실이다. 생존권의 보루인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 절망은 차라리 과소비에 지나지 않는다. 희망을 상실한 이상 삶은 지옥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옥이 단지 삶의 저편 이승이 아닌 현실에서 살아 숨쉬어야 하는 실업자 500만 명 그 누구에게 존재한다면, 이것은 다른 차원이다. 실업자 운동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IMF 이후 한국에서는 전혀 생소한 개념인 ‘실업자 운동’이 자라나고 있다. 절망이란 토양 속에서 계속 늘어만 가는 신규 실업자에 의해 뒷받침되고, 자생적인 분노라는 역동성을 키워 가는 이 실업자 운동은 길거리의 폭탄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총련보다 실업자 운동이 더 두렵다”는 검찰의 고백은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노리고 있는 것이 결국 무엇인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대단위 정리해고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노동현장 통제, 노동강도 강

화와 야만적 억압을 통한 고혈착취와 야경시대로의 회귀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개시된 한국의 실업자 운동의 내용과 방침, 대안은 무엇인가? 그러나 어느 단체도 구체적인 전망과 전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업자 운동은 막연한 인식의 대상일 뿐이다.

덧붙여서 현재 한국의 실업자 운동은 발달되고 비교적 통일된 민주노동운동의 하위개념이자, 공적부조를 위한 동정의 차원이고, 심지어는 살아남은 노동자의 자주적 권리마저 빼앗는 산업예비군적 수준이다. 이후 정치적 대중동원 조직으

로 왜곡될 소지마저 안고 있어 그 심각함을 더해 주고 있다.

현재 실업자 운동을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국민승리21의 “실업자 조직화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주장과 정부의 “실업자 조직화는 사회불안 요인이다”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실업자 조직화를 이뤄내기 위한 선차적인 작업인 명확한

이론의 생산이 없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실업자를 바라보는 관점은 하늘의 별처럼 다양하다. 공통적인 점은 실업자를 조직화의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화의 선두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이 제시하는 투쟁방침 이외 여타 실업자 단체의 각각의 방침은 부도수표가 될 공산이 어느 때보다 높다.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네트워크의 이용자 게시판인 「권리와 행동을 위한 실업자 모임」(go SIL)은 “한국 실업자 운동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라는 주제로 실업자 운동의 현재 상황, 각 단위의 활동방침 등을 구체적으로 일반화하여 실업자 운동의

위상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 등을 많은 관심있는 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기획연재물은 다음과 같이 총 8개의 소주제로 이어나갈 것이다. ① 연재를 시작하며 ② 건설일용직 실업문제 ③ 여성 실업문제 ④ 장애인 실업문제 ⑤ 미취업 실업문제 ⑥ 노숙자 실태 ⑦ 프랑스 실업자 운동 ⑧ 한국의 실업자 운동의

문제점과 극복방안이다. 실업자 운동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본 기획물을 읽어 주기를 부탁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