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중공업 등에 중장비부품을 제작, 납품하고 있는 경남 김해의 T사 직원 39명은 요즘 신바람이 난다.
지난 3월 회사부도로 실직위기에 처해 한동안 실의에 빠졌던 이들이 “우리 힘으로 해보자” 며 당시 공장장이던 박병석 (박병석. 현 대표) 씨를 중심으로 뭉쳐 직접 공장 가동에 들어가 매월 2억5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 부도 전 70명이 월 3억8천여만원어치를 매출한 것에 비해 총액은 줄었지만 1인당 매출액은 오히려 부도 전 (5백40여만원) 보다 1백만원이나 늘어났다.
회사가 이렇게 멋진 재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 이 된 근로자들의 노력 때문. 근로자들은 너나할 것없이 업체를 찾아다니며 주문을 받아오는가 하면 거래은행에도 “회사를 반드시 살려 인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 며 눈물로 매달려 공장가동을 허락받았다.
가동 한달 만에 정상을 회복한 근로자들은 매달 입. 출금된 자금을 공개, 모두가 서로를 ‘사장님’ 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 대형부품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하정태 (하정태.32) 씨는 “직 원 모두가 사장의 입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즐거움 속에 생산성도 높은 것같다” 고 말했다.
IMF한파 속에 부도난 회사들이 ‘주인의식’ 으로 똘똘 뭉친 근로자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 업계에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지난달 공장. 부지를 경락받은 자동차부품업체인 경남사천의 D산업, 지난달 새로운 회사법인으로 새 출발한 서울의 한양머시너리도 신바람나는’근로자 회사’ . 지난 4월 사주가 부도를 내고 잠적했던 D산업의 경 노동조합원 40여명만의 힘으로 매달 2억5천만원의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정도면 부도를 겪지 않은 같은 업종의 회사들과 어깨를 겨루는 정도. 또 한양머시너리 근로자 1백여명도 대부분 건설업체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예전의 40% 수주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반해 그 2배에 가까운 70%대의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월급도 2백만 3백만원 수준으로 부도나기 전에 비해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이같이 망한 회사를 근로자들이 직접 인수. 경영해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업체는 전국에 줄잡아 70여곳. 대부분 1백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들로 부도를 낸 사주가 잠적한 뒤 생계유지 차원에서 근로자들이 뜻을 모아 인수. 경영하고 있다.
노동자기업인수지원센터 금성오 대표는 “근로자들이 생계유지 차원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는데다 기존 경영자보다 현장을 더 잘 알아 문제해결을 쉽게 할 수 있어 성공하는 것 같다” 고 진단했다.
금대표는 그러나 “이들 기업이 대부분 담보능력 부족 등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이같은 성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제. 금융상의 혜택 등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저 자] 배익준 기자
[출 처] 중앙일보
[발 행 일] 1998.11.20
[발 행 처] 중앙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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