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50년을 맞아 <한겨레>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절대다수 국민들은 50년 동안 국민들의 사상과 양심을 질곡에 빠뜨려온 국보법을 보다 `따뜻하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국보법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우리 현대사에서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더 많이 했으며, 현 정부 들어서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생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반국민들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더욱 비판적이어서 법학교수와 변호사들은 30% 가까이 국가보안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법학교수들은 조사에 응한 100명 가운데 국가보안법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덜 차가운’ 국가보안법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만장일치의 의견통일을 본 것이다.

국보법의 현행 틀을 깨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긴 하지만 세대간의 생각 차이는 여전히 컸다. 일반국민의 경우 국가보안법을 개정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20·30대에서 각각 80.0%와 84.0%에 이르렀으나, 전쟁경험세대인 50대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48.6%로 뚝 떨어졌다. 50대의 37.0%는 현행 틀을 유지하거나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답해 20~30대와 `정면충돌’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세대간 인식차이가 국보법 개폐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인 교수들과 변호사들조차 전쟁경험 유무로 나뉘어지는 세대차를 극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교수들은 무려 61.5%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40대와 50대는 각각 23.9%와 7.1%만이 폐지를 주장했다.

교수와 변호사들은 `3대 독소조항’으로 악명이 높은 △불고지죄(교수 94.0%, 변호사 86.3%) △이적표현물 소지 처벌(교수 83.0%, 변호사 84.3%)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처벌(교수 80.0%, 변호사 69.3%) 조항을 가장 시급히 폐지하거나 완화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면서도 현 정부의 국가보안법 운용 실태에 대해서는 실망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는 점을 당국자들은 새겨 들어야 할 것 같다. 김 대통령 취임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자가 311명이나 양산됐다는 현실에 대해 교수와 변호사의 절반 이상이 `그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질타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80% 가까운 절대다수 국민들이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이중적 인식도 주목된다. 이번 조사에서 일반 국민들은 고작 7%만이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을 냈다. 당장은 독소조항을 걸러내는 정도로 개정하자는 것이 일반의 여론인 셈이다.

다만 형법이나 민주질서보호법 등을 통한 대체입법이 전제된다면 국가보안법 폐지도 생각할 만하다는 것이 55%의 국민여론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변의 백승헌 변호사는 “국보법 개폐에 대한 세대간의 견해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그동안 국보법을 둘러싼 광범위한 논의가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국보법 개폐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행 국보법 중 절대다수가 공감하는 독소조항의 개정작업은 서둘러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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