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약품 저가낙찰 실태 조사를 통해 실거래값을 파악했으면서도 의약값 인하조처에서 약값을 내려야 할 상당수 품목을 뺀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공동대표 김중배)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복지부가 지난 10월말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의약품의 실거래값이 기록돼 있었다”며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약값 인하조처를 발표하면서 실거래값을 공표하지 않고 갑절 넘게 약값이 부풀려져 있는 상당수 품목을 인하조처에서 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의약품 3270개 가운데 실거래값보다 보험약가가 2배 이상 부풀려진 약품이 198개로 나타났다. 이번 약값 인하조처에서는 이 가운데 동신제약 감마글로불린(주사약) 등 139개 품목이 빠졌다. 특히 실거래값과 보험약값이 16배 이상 차이나는 영일제약의 파모티딘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또 이번에 값을 내린 465개 의약품 가운데 278개 약품은 인하된 가격이 여전히 실거래값보다 턱없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촌의료원에 납품된 한독약품의 로푸록스네일라카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보험약가를 2만3305원에서 2만3207원으로 내렸으나, 실거래값은 2070원에 불과해 보험약가가 무려 11배나 높았다. 또 강남시립병원에 납품된 참제약의 캅틸정25㎎도 복지부가 393원에서 275원으로 내렸으나, 실거래값이 62원에 불과했다.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은 “이는 사실상 보건복지부가 실거래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을 은폐한 것”이라며 “기존 제약회사와 보건복지부의 유착 의혹이 드러난 만큼 보건복지부 장관은 관련 공무원을 문책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한독약품 로푸록스네일라카 등 일부 품목은 의약품 도매상들이 낙찰을 위해 출혈가격으로 거래한 것이어서 불가피하게 약값 인하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실련 참여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14개 시민·보건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의약분업을 실시하면 과다책정된 보험약가로 1조원이 넘는 보험재정이 낭비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며 “의약정책의 핵심인 의약분업을 애초 예정대로 내년 7월부터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의약분업은 의약품 오·남용을 막고 의료인력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의료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중요한 보건의료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창곤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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