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DB 토론회는 노회찬 의원실 주최였지만, 사실상 우리와 함께 준비한 것이어서, 오전부터 토론회 준비로 분주했다. (강연회, 토론회, 행사를 준비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육체적으로 힘들다기 보다는 잘 진행될까하는 우려, 예상치못한 변수에 대한 대응 때문에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항상 긴장상태가 된다. 이것으로 올해 주최하는 행사는 끝이었으면 좋겠는데…)
2~300석 규모의 헌정기념관 강당이 민망하게 10여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토론회 자체는 예상했던 그림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어차피 유전자 DB에 대한 찬성측과 반대측이 한두번 겨뤘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차 서로의 논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물론 알고 있다는 것과 이해/공감한다는 것은 다르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그 간극은 좁혀지기 힘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론회에서 개인적으로 유익했던 것은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의 토론이었다. 범죄자 유전자 DB 구축과 관련해서 특히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많이 드는데,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그들과 우리의 환경이 얼마나 다른가 잘 짚어주었다.
예를 들어, 검경은 유전자 DB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유영철 사건과 같은 강력범죄를 많이 얘기한다. 이에 대해 오 국장님은 우리 사회는 영국이나 미국보다 훨씬 안전한 사회임을 통계로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2003년 현재 미국은 한국보다 살인사건이 2.7배나 더 발생한다. 2003년 현재 영국은 한국보다 강도사건이 12.6배나 더 발생한다. 2003년 현재 영국은 한국보다 강간사건이 4.3배나 더 발생한다. 그러나 한국의 통계는 추행까지 포함한 것으로 실제로 격차는 이것보다 훨씬 현저하다. 등등.
또한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문제나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 문제를 제기하며, 영국같은 경우는 경찰에 대한 감시기구(?)에만 수백명(?)이 고용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검경에 대한 민주적 통제 시스템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DB와 같은 기술 시스템은 단지 그 자체로 필요성을 논의하기 힘들며, 그 기술이 위치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창익 국장의 토론은 매우 설득력있는 것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확인한 또 하나의 사실은 유전자 DB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유전자 채취와 데이터베이스 등록 자체가 개인에 대한 국가 감시이며, 그 순간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에 대해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며 (같은 얘기를 ‘범죄자들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면 반드시 검거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 사회적 여건만 된다면 전 국민에 대한 유전자 DB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그들은 더 큰 공익(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감수할 수 있는 약간의 부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걱정이다. 설사 이번에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범죄자 유전자 DB 구축을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회 모순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그로 인해 터져나오는 사회 문제를 강화된 통제로 해결하려는 체제가 계속되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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