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오래 전 자신

을 고문했던 수사관들과 40년 동안 자신을 가두고 있는 교도관들

의 얼굴만 떠오를 뿐이다.

우용각(69, 대전교도소). 그가 세상 사람들을 모르는 것처럼 40

년 세월 동안 세상 사람들의 관심 또한 그를 비껴가고 있다. 현

존하는 세계 최장기수. 1929년 평안북도 정주군 출신으로 김일

성종합대학 재학 중 군대에 입대. 1958년 7월 12일울릉도 서북쪽

해상에서 해경 함정에 의해 체포. 군사재판에서 무기징역 선고받

음. 불과 이 몇 줄이 감옥 밖으로 알려진 그이 신상의 전부다.

매주 목요일마다 오후 2시만 되면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볼 수

있는 보랏빛 손수건 행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들이

들고 있는 보랏빛 피켓 속의 모습 또한 원래 그의얼굴이 아니다.

46년간 옥살이를 했던 김선명씨를염두에 둔 연필 스케치를 우씨

의 사진 대신 쓰는 것이다.

우씨는 감옥 밖 새상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지도, 자유롭게 면

회를 하지도 못한다. 교도소측이 비전향 장기수들에게는 직계가

족 외의 접견, 서신 왕래를 불허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이 모두

북한 땅에 있는 그는 지난 40년간 접견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지난 3월 13일 첫 접견의 기회가 생겼다. 새정부 출

범 기념 특별사면에서 그가 제외되자 먼저 감옥 문을 나선 동료

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특별히 이번에만 시켜 주는 것”이라는

교도소의 생색 속에서 우씨는 40년만에 첫 접견을 했다.

새 정부가 특별사면 대신 면회를 한 번 시켜 준 ‘혜택’말고는

우용각씨의 감옥생활은 예전 그대로다. 여전히 독방에 감금되어

있으며, 장기수이면 누릴 수 있는 여러가지 누진처우 혜택에서도

계속 제외되고 있다. 현형법 시행령 26조의 독거수용 제한 규정

또한 그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사상전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

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상전향제가 ‘공식적으로는’ 폐지된

지금에도 사상전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전향 장기수들은

일반 재소자들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

다.

단지 변한 것이 있다면 그의 건강상태다. 최근 들어 입과 눈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구안와사 병이 겨우 낫는 듯싶더니 간 경화와

당뇨병 증세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뭄무게도 불과 두 달 사

이에 7Kg이나 줄었다. 번듯한 외부 진료 한 번 받아 보지 못한

채 교도소 의무과의 약 처방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우용각씨는

“나보다 더 아픈 분들도 많다”며 동료 장기수들의 건강을 걱정한

다고 전한다.

오는 12월 10일은 김대중 대통령도 지지서명을 한 세계 인권선

언 50주년 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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