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상점(Science Shop)이 많이 생겨야 한다」. 과학상점이란 지난 73년 네덜란드 위트레히트 대학에서 시작돼 전세계에 퍼진 과학과 대중의 만남의 장소. 과학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과학의 힘으로 지역주민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과학사랑방이다.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의 「물리상점」은 겨울이면 호수가 얼어붙어 「비턴스」라는 희귀새가 굶어죽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지역주민들의 호소를 듣고 트럭에 사용하는 배터리와 작은 펌프로 호수가 얼지 않게 했다. 우리나라의 과학상점은 지난 4월 서울대학생 10여명으로 구성된 「과학상점운동관악학생특별위원회」가 유일하다. 현재 「도림천」(관악산에서 서울대 앞을 흐르는 도시하천) 살리기운동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도림천에 뭐가 살겠나』라고 반신반의하며 지역 초등학생들과 「도림천 생태기행」을 벌였더니 버들치·가재 등이 채집돼 『살고 있었네』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들의 첫 프로그램은 겨울이면 거의 말라붙는 도림천의 유량을 풍부히 해 수중생물계를 안정시키자는 것. 이를 위해 서울대의 생활하수를 정화해 도림천으로 흘려보내자는 방안이 나왔다. 마침 서울대·관악구청·구의회에서도 이같은 아이디어를 적극 검토하던 관계자가 있어서 한국의 과학상점운

동의 데뷔작은 「오비이락」격으로 성공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 위한 모임의 회원 김병윤씨(24·서울대 기술정책협동과정 졸)는 격월간 환경잡지 「녹색평론」 최근호에 기고한 「과학상점운동의 현황」에서 전세계 과학상점운동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경우 대학 전체의 연구예산 중 15%를 과학상점에 할당하고 있다. 지금껏 네덜란드 과학상점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분야는 환경부문(27%). 공중보건·의약학(17%)과 노동·산업안전(15%)이 뒤를 잇고 있다. 또 프랑스의 공동주택 세입자들은 난방비를 둘러싸고 주택공사와 벌인 분쟁과정에서 과학상점에 연구를 의뢰, 복잡한 과학·기술적 문제의 간단한 해결방법을 얻어내고 추가비용 없이 에너지 절약 및 효율적 난방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과학상점은 이같은 성공사례에 힘입어 유럽·미국은 물론 90년대 중반에 이르러 동유럽·캐나다와 개발도상국들에서도 「개점」했다. 정부와 기업이 도외시하는 과학분야를 대학이 맡아 과학을 인간과 사회를 위한 학문으로 키우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과학상점은 지역주민이나 사회단체로부터 의뢰받은 과학기술문제를 대학이 해결해주는 제도로서 대안적 대학을 만드는 운동이자 시민들의 자치능력을 돕는 적극적인 기회일 수 있다』면서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중인 여러 대학에서 후보들이 「과학상점」 개점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확산조짐이 있다』고 밝혔다.

<김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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