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극우의 실체 파헤친 진중권씨… 풍자적 문체로 광신적 이데올로기 분석
히틀러, 무솔리니, 프랑코, 피노체트, 박정희, 이인화, 조갑제, 박홍,….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극우 파시스트라는 것이다. 히틀러는 자살했고 무솔리니는 처형됐으며, 프랑코는 죽었고 피노체트는 영국의 병원에 구금됐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이들 모두가 반역사적, 반민주적 인물로 소수자의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살아 있어도 더이상 생명력이 없다. 그러나 박정희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인화, 조갑제, 박홍은 시퍼렇게 눈을 뜨고 “박정희는 고독과 우수의 마키아벨리스트”,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주사파(또는 레드 바이러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은 <조선일보>와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고,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과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인화·조갑제·박홍…, 그들의 공통점은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에 ‘극우 멘탈리티 연구’를 쓴 진중권씨가 극우 파시스트 연구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개마고원)를 내놨다. 그 동안 <문학동네> <인물과 사상> <시사저널> 등에 실렸던 글과 새 글을 모아 2권으로 묶어낸 것이다. 전체 10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보수우익을 가장한 극우 파시스트들이 얼마나 우리 사회와 시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지를 명쾌하고 치밀하게 논증한다. 지은이는 극우 파시스트들이 국가주의, 군국주의, 몽골인종주의, 유교자본주의 등을 통해 박정희를 부활시키고 대한민국을 전체주의 국가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박정희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에 끼친 폐해가 여전히 지속됨을 알리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최장집 교수에 대한 사상 검증으로 매카시즘과 마녀사냥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 바로 이들 극우 파시스트들의 본질임을 밝힌다. 지은이는 어둡고 무거운 소재를 발랄하고 풍자적인 문체에 실어 신랄하게 고발한다.
박정희 우상화와 미화의 극치인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거꾸로 읽는 것으로 머리말을 대신한 지은이가 첫 장으로 삼은 것은 ‘이인화의 <인간의 길>’이다. 지은이는 <인간의 길>에 나타나는 이인화의 이데올로기가 나치의 이데올로기와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지도자에게 무시로 헌정을 파괴할 권리를 주는 것,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우기는 것, 국가적 목적 앞에 개인주의를 무시하는 것, 그리고 특히 지도자 숭배” 같은 것이다. 또 박정희 악마주의의 본질이 “‘천재=영웅=악마 대 범인=속물=대중’이라는 낭만주의적 엘리트주의 미학을 정치에 외삽하는” 나치의 변태적 낭만주의에 있음도 밝힌다. 지은이는 이인화가 되살리는 나치즘적 ‘죽은 독재자의 사회’를 영웅주의, 반동혁명, 반지식인적 성격, 군인적 인간형, 반지성주의, 주의론(主意論), 생의 철학, 귀족주의적 인식론, 금욕주의, 정치신학, 세속적 천년왕국, 신화적 세계관, 전쟁의 문화이념, 생물학적 정의론, 반인간주의, 가부장주의, 광신적 반공주의, 팽창적 민족주의, 허구적 민족공동체, 인종주의로 특징짓는다.
둘째 장의 텍스트는 ‘조갑제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다. 여기에서 지은이는 ‘박정희 철학’이 일본의 군국주의 파시스트들의 이데올로기와 이란성쌍둥이임을 밝힌다. 레닌의 책 제목을 뒤집은 ‘우익 소아병 연구-“정희 소년”의 케이스’는 <내 무덤에…>에 묘사된 소년 박정희에게서 뒷날 파시스트가 돼 극우 멘탈리티의 칼을 휘두르게 했던 특성들을 밝혀낸다. 폭력성과 기리(의리), 부시도(무사도), 정치군인, 군대·정치수단, 이성의 파괴 등이다. 박정희처럼 “불행한 군인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하기 위해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인다.
‘보수우익’이라고? 가면을 벗긴다
극우 파시스트에 대한 힐난은 이문열과 황장엽, 박홍으로 이어진다. 이문열의 <선택>에 대한 비판은 바로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다. 지은이는 여성을 다른 가치와 등치하는 이문열의 가치관이 어떻게 히틀러(나치)와 닮아 있는지 살핀다. 이 둘은 여성을 어머니, 출산과 등치한다. “모든 여성은 곧 어머니가 된다는 끊임없이 근원적으로 신성한 본능적인 규범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나치), “부녀의 길에서 가장 큰 것은 어머니의 길이고… 어머니는 여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이름이다” 이런 방식으로 여성은 자식, 남편과 등치되고 여성의 다른 신체는 성차별, 여성의 일생은 희생, 여성의 개별적 존재는 무의미와 같은 말이 된다. 심지어 이문열의 여성이 죽음으로써 정절을 지키는 것을 미화한다. “내게는 순절이 그릇된 이념화의 희생이라 해도 감동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지은이는 이문열이 이야기하는 봉건적 여인상은 단지 여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파시스트들이 바라는 이상적 대중의 상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또 이런 가부장독재가 전 아시아적인 문제며, 아시아 우익들의 새 대동아공영권 구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고발한다.
제5장에서는 황장엽의 주체사상과 남한 극우 파시스트의 이데올로기를 비교하고 이들이 왜 가까울 수밖에 없는지를 밝힌다. 지은이는 민주적 질서를 반대하고 권위주의적 통치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주사파와 남한의 극우파는 한 형제며, 김일성 주체사상과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는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한다. “경제발전이 낮은 나라에서 약간의 결함이 있다 하여 반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든 사회주의를 표방하든 다 반동적이기 때문에 철저히 탄압해야 한다”(황장엽), “그의 이 시각은 박정희가 5·16 직후 쓴 두 권의 책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와 <국가와 혁명과 나>에서 선명히 주장했던 역사관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조갑제) 지은이는 이런 좌우익 전체주의자들의 상징적 만남으로 황장엽과 오제도 변호사가 의형제를 맺은 일을 든다.
지은이는 박홍 신부와 남용우 목사가 편집한 책 <레드 바이러스>에 대해 ‘블랙 바이러스’의 위험성으로 되받아 친다. 진정으로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인 블랙 바이러스는 바로 박홍과 같은 우익 파시스트를 말한다. “시위와 파업은 인민에게 큰 손실을 줄 뿐 아니라… 폭력을 쓰는 자에 대하여는 폭력을 적용해야 하며 총살까지 해야 한다.”(황장엽) “(황장엽의 주체사상은) 실로 종교적 신념의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어 정치신학적 논문이 아닌가 하는 인상도 주는 대목이며, 남한 사회 내에 자생적으로 발전한 생명사상과의 창조적인 결합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박홍)
불안한 극우의 도발을 어떻게 막을 건가
지은이는 최근에 논란이 된 최장집 교수에 대한 <월간조선>과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일침을 놓는다. “<조선일보>의 사냥 논리가 학술용어를 주관적 가치평가어로 해석하는 범주오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며, 이 웃지 못할 소동이 실은 파시스트 특유의 괴상한 사회방언에 그 뿌리를 둔 것으로 드러난다.” 지은이는 <조선일보>가 학술용어를 주관적 가치평가어로 해석하는 오류에 대한 반격의 예로써 조갑제와 박정희의 말을 인용한다. “박정희가 사회주의에 관심을 일정하게 가졌다고 해도 그것은 당시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족해방문제’와 관련해서였을 것이다.”(조갑제), “역사의 창조자인 한국 ‘민중’(농민들)은 집권적 관인적 토지 소유제 하에서 반농노적 지위에 처해 있었고 봉건제 신분제의 장벽은 ‘민중의 해방’을 불가능케 해온 것이다.”(박정희)
덧붙여 지은이는 사상검증이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나아가 남의 사상을 검증할 권리가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을 주장한다. “좌파도 수상(슈뢰더)이 되죠? 장관이 되죠? 심지어 공산당 후신도 의회에 의석이 있죠?” 그리고 오히려 이번 기회에 공직자 검증, 헌법 수호를 철저히 하자고 주장한다. 프랑스나 독일에서 나치에 협력한 파시스트들을 처벌하는 것처럼 만주군 장교였던 박정희 등 친일세력, 전두환·노태우 등 헌법 파괴세력들을 철저하게 척결하자는 것이다.
끝으로 지은이는 <조선일보>의 마녀사냥에 대한 방책으로 <조선일보> 논설위원인 류근일의 말을 인용한다. “신문사 내부의 세대교체나 자정운동이… 중요합니다. … 오보로 인한 명예훼손을 용감한 시민들이 고소를 해서 재정적인 망신을 시키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싶습니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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