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의 대표적인 한글 문서편집기인 ‘아래아 한글’이 정보산업계 다국적 독점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사라질 뻔한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고질적인 불법 복제사용’을 꼽았다. 가뜩이나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키우려면 불법복제 관행을 고치고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핏 보면 아주 당연해 보이는 정품사용운동은 사실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품사용운동은 저작권보호를 강화하자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어, 그 결과로 나타나게 마련인 ‘정보의 상품화와 독점화’가 일으키는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일반상품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공장에서 만든 컴퓨터를 돈을 주고 사는 것처럼,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도 똑같이 재산권을 인정해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바탕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은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에서 국제적인 저작권 보호 시행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미국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저작권 보호논리를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 법은 인터넷상에서 저작권 침해와 저작권 침해 소프트웨어 등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한다. 미국은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인터넷과 관련된 저작권 표준안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저작권(copyright)보호 논리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운동이 ‘카피레프트’(copyleft)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운동이다. 이 운동의 주창자들은 내가 쓰는 프로그램을 내 친구에게 복사해서 나누어주는 것이 불법이라는 현 저작권법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는 일반 물건과는 달리 공유하기가 무척 쉽고, 또 자유롭게 공유함으로써 그 가치가 증대하고 사회가 발전한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인공지능연구소 컴퓨터학자였던 리처드 스톨맨에 의해 시작된 이 운동은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나누어 줄 수 있는 권리와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사용자가 고칠 수 있는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에 의해 나뉘는 소프트웨어는 ‘자유 프로그램’(free program)이라 불린다. 보통 ‘프리웨어’(freeware)라 불리는 무료 프로그램과 다른 것은 무료 제공 이외에도 소스 코드를 공개해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카피레프트 개념에 입각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대표적인 ‘자유 프로그램’으로 리눅스를 들 수 있다. 리눅스는 최근 500만명 이상의 이용자 기반을 가지고 윈도 엔티의 경쟁상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자유 프로그램’ 언어인 지.엔.유(GNU)를 바탕으로 개발된 문서 편집기, 시 언어 컴파일러, 유닉스 유틸리티 프로그램들도 상업용 프로그램 못지 않은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자유 프로그램’은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가 어떻게 프로그램의 질적 발전과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데 공헌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 세계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은 공개된 소스코드를 바탕으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해 문제점들을 수정 보완하여 짧은 시간에 프로그램의 품질을 높여 왔다.
만약 ‘아래아 한글’이 ‘자유 프로그램’이었다면 어땠을까? 문서편집기와 같이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하고, 한번 익숙해지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꾸기도 어려운 프로그램은 누구라도 부담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개방적인 ‘자유 프로그램’이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는 유닉스환경에서 개발되고 있는 ‘카피레프트’ 프로그램들이 일반 개인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확대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유현오/ 미시간주립대학교 텔레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yoo@tc.ms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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