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실직으로 무료급식을 받는 아이들의 가슴이 멍든다. 학교에서 ‘거지’ ‘해골’ 등의 놀림을 받으면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많은 탓이다. 이 때문에 무료급식을 받지 않고 배고픔의 고통을 감수하는 아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ㅎ초등학교 6학년 영호(12.가명)는 엏마 전 어머니에게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졸랐다. 친구들이 ‘거지밥’을 먹는다고 놀리는 것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따돌림은 무료급식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담임교사는 영호 등 5명의 이름을 부르며 무료급식을 받으라고 말해 반 친구들이 다 알게 됐다. 그 뒤로 아이들은 영호를 집단 따돌림의 대상인 ‘왕따’로 정한 듯 심심하면 괴롭혔다. 영호는 “왕따로 찍혀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굶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반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한 여학생은 더 심한 일을 당했다. 남자 아이가 점심시간에 “거지밥을 먹으니 이것도 먹으라”며 밥을 만 국을 여학생의 밥에 부었다.
이런 사례는 학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허다하다. 서울 ㄱ초등학교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4학년 민혜(10.여.가명)도 지난 학기 동안 따돌림을 당했다. 민혜는 “아이들이 생일에 모여 화풀이 대상으로 왕따를 정하는데 대개 가난한 아이들을 꼽는다”며 “나도 왕따로 뽑혔지만 힘이 세 곧 풀려났다”고 말했다.
실직가정 아이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서울 봉천동의 ‘희망 신나는 집’ 전춘우(41) 목사는 “부모의 실지으로 가뜩이나 찌들어 있는 아이들이 친구들 한테 따돌림을 받다 보니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는 한 초등학생은 수업시간에 혼자 노래를 부르거나 교실 바닥에 드러눕는 엉뚱한 행동을 해 전 목사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시 ㅇ초등학교 6학년 지희(12.가명)는 같은 반 친구들한테 ‘거지’ ‘애벌레’로 놀림을 받는 등 따돌림을 당하지만 실직한 아버지가 걱정할까봐 내색을 않는다. 친구들은 지희가 2학기부터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무료급식소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것을 알고난 뒤 “너 밥 얻어먹으로 가지”라며 따돌리기 시작했다. 지희는 “정말 학교 가기가 싫다”고 말했다.
“오늘도 하루종일/ 나홀로 교실에 외로이 앉아 있네/ 많은 아이들 중에/ 어느 누가 나와 친구할 사람 없는걸까/ 하느님이 도와준다면…/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지희가 따돌림을 당할 때 쓴 시 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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