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란 의사는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며, 약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하여 의사와 약사의 전문성과 책임을 극대화함으로 약품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가지는 의료제도이다.
즉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이슈를 현실화하는 방안인 것이다.
이러한 의약분업의 필요성은 약품의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증가 및 약화사고 등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의약품의 오·남용은 내성증가로 이어지는데 한국의 페니실린 내성률 (약은 투여하였으나 균이 소멸되지 않을 확률)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10%대의 몇배에 달하는 70%대라는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의약품 남용실태는 한국의 약제비 비중에서 잘 나타나는데, 한국의 총 의료비 중 약제비 비율은 30%를 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의약분업이 실시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10%대보다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언급한 것과 같이 약품의 오·남용으로 인한 폐해는 명백하게 심각한 수준이며, 이제 오랫동안의 의료서비스 관행(어찌보면 소비자들에게 너무도 자유롭게 구입 가능했던 의약품 구입등의 시장관습)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의약분업의 정당성을 어떠한 다른 명분(예컨데 소비자의 불편감수 등)과도 대치가능하지 않다는 절대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63년 부터 약사법에 분업명시
이러한 의약분업의 명분은 이미 1963년 약사법에 명시되어 온 이래 지난 35년동안의 유예기간을 경과한 것으로 더 이상 시행연기의 근거주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판단된다.
1966년 ‘의약분업추진위원회’가 구성되기로 하였고 의약분업 시범사업도 1984년에 실시된 바 있으며 한약분쟁이후 1994년 1월 개정된 약사법에 ‘이법 시행 후 3∼5년의 범위내에 대통령이 정한 날로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도록 명시함으로써 어떠한 의료관련제도보다 긴 준비기를 이미 거친 셈이라 할 수 있다. 즉 약사법 시행유예기간 6개월을 합쳐 5년6개월째가 되는 내년 7월부터의 의약분업 실시는 마땅히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다책정된 보험약가로 1조원이 넘는 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보도는 지난 의약분업에 관한 소비자의 관심을 의사와 약사들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부도덕성 등의 문제로 의약분업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미 올해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등의 보건의료단체, 시민,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의약분업추진 협의회’(이하 분추협)를 구성하여 의약분업실시방안을 논의하였고 그 결과 의약분업의 실시방안을 현행법의 기초에 따라 99년 7월 1일에 실시하고 의사, 약사간 전문직능의 참여를 전제로 국민부담과 불편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적 합의를 돌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사·약사 연기주장 이해안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의협과 약사회의 개별적인 반응은 의사신문 등의 언론을 빌어 스스로 ‘분추협’이라는 협의체를 통해 합의한 내용에 대해, 서구식 의료전달체계 마련, 의약분류 철저, 재원확보 등의 과제 선결되기까지 의약분업 연기가 타당하다는 공식, 비공식의 반응을 통해 의약분업 의지가 없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일련의 진행되는 이러한 논의들에 대해 실질적으로 의약분업의 의사가 있는 단체로서 의협과 약사회라면 그동안의 길고 긴 유예기간에 어떠한 노력과, 시도와, 공론화 근거없이 의약분업 실시예정 직전에 연기론을 언급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면 소비자 입장으로 돌아가서 명백히 의약분업은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인가?
해답은 분명히 소비자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것이 의약분업이며, 이는 선진화된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서구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선택이 아닌 필수라 언급할 만큼 시급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의약분업의 실시를 합의한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해결해야할 수많은 과제들이 있다.
우선은 병원의 외래를 포함하는 완전의약분업이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의약품 분류의 문제, 보험약가의 적정수준 문제 또한 주사제의 오·남용 문제, 끝으로 의약분업과 공동으로 추진되어야할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 등 후속조처가 필요한 여러 부분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개선과 합의 노력이 이루어져야하며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더불어 ‘소비자들의 불편’을 명분으로 일부 소비자들이 반대하는 의사표현이 있음에도 의약분업은 이번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물론 제도 실시 과정의 소비자 불편은 가능한 발생시키지 않고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이루어져야하나, 현행 제도 속에 최대 피해자인 소비자들은 약품의 오·남용에서 벗어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의약품의 수요자로서 스스로 소비자 주권을 행사할 권리 주체임을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
소비자 주체 ‘의료개혁’ 적기
끝으로 녹색소비자연대와 같은 단체는 향후 의약분업의 실시 과정에 있어 자칫 내용 면에서 소비자가 소외되는 구조가 아닌 소비자를 주체로 만드는 역할에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의약분업의 내용 및 변화의 패러다임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마땅히 홍보 노력을 기울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홍보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의 여론조사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의약분업 예정대로 실시하는 것은 결코 이르지 않은 과제이며, 또한 국민의 건강이라는 명분으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현안임을 다시금 언급하고자한다.
‘의약분업’이라는 보건의료계의 오랫동안의 묵은 과제를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함으로 한국 의료계 개혁의 획을 긋고, 약가의 거품을 제거하고, 의사와 약사가 대형병원과 제약회사의 자본 논리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스스로의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공정한 틀을 다시 마련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허윤정(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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