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세계인권선언 채택 50돌을 맞아 각국의 인권운동 지도자 등 1천명이 7일부터 4일간 파리에서 모여 인권선언 반세기를 되돌아보고 21세기 인권보호의 확대와 심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각) 개막되는 회의는 첫날 `21세기 여명에서의 인권’이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등 세계화 시대의 인권운동의 방향을 토론한다. 인권운동가들은 이 회의에서 현장운동을 통해 인권보호가 생활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 방법을 토론하고, 환경과 생명공학 및 정보화 사회 속에서 인권의 의미를 재정의해 21세기의 새로운 인권개념을 모색한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미국의 엘리너 루스벨트 등의 발의로 48년 12월10일 파리에서 제정된, `인류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라고 불리는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간은 존엄과 권리를 지니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선포했다. 이는 두 차례의 참혹한 세계대전을 겪은 인류의 뼈저린 반성의 결과였다. 그러나 인권선언 발표 뒤에도 인류의 역사는 전쟁, 고문, 인종차별, 기아 등으로 얼룩져왔다. 캄보디아 대학살, 르완다 내전, 보스니아 전쟁의 대량학살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인권유린의 대표적 사례다. 전쟁뿐 아니라 제3세계의 경제상황은 `모든 인간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복지에 적합한 표준적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라는 유엔인권선언 25조를 무색하게 한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15억명의 인류가 하루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연명하고 남아시아 지역의 5살 미만 어린이 절반은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인구의 3분의 2가 40살 이전에 죽는다. 아시아경제위기도 인권유린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계인권선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건인 동시에 가장 무시되고 있는 문건”이라는 한 평자의 발언은 현재의 인권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메리 로빈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인권선언 50주년은 축하할 기념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인권보호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퍼부었지만 그 효과는 별로 없었다면서 “우리 모두는 이를 부끄러워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국의 정부나 유엔 등 국제기구 차원의 인권보호에서 진전이 미약했다 하더라도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등 민간 비정부기구들이 해낸 인권감시역할은 인권진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세계전역의 `민중의 힘’이 인권문제를 중요한 정치적 사안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것이다.
이런 `민중의 힘’이 인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권문제를 더이상 특정국가의 내부문제가 아니라 국제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영국 경찰에 체포되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부총리의 감금에 대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정부가 비난하는 것은 이런 추세의 반영이다. 피터 토마스 번스 유엔 고문위원회 위원장은 “20년전 독재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안락한 생활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인권법은 그들을 따라잡았다”라고 평가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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