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민간인 사찰을 재개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민간인사찰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공안기관이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기위해 자행한 것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국 군보안사(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린 지 5개월 만에 다시 사찰 문제가 터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경찰은 지난 10월부터 각계 인사와 단체를 대상으로 ‘인물존안자료’와 ‘단체자료’를 작성해 관리해 왔다고 한다. 경찰은 이를 두고 일상적인 정보 활동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인물의 경우 성격이나 소행, 취미는 물론 배경인물과 교제인물까지 기재하도록 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사 생활의 침해에 해당된다.

특히 정책에 대한 선호도나 정치적 성향까지 사찰을 한 것은 정치적 의혹 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한 후원단체나 기업인들을 사찰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자칫 이들 단체나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우려가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자료의 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한영사건 이나 지존파 사건은 개인의 정보 유출이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 준것이었다.

정보 수집 기술의 발달로 개인 사생활의 비밀이 노출될 위험성은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시계나 서류가방, 공중전화기, 액자 등어디에든 설치할 수 있는 몰래카메라가 그러한 대표적 예일 것이다. 어느 백화점의 은밀한 장소가 몰래 촬영된 것은 그러한 문제의심각성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누 군가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면 인간다운 삶이 크게 제약 받을수밖에 없다. 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이다.

사생활을보호해 주어야 할 국가기관이 이를 침해해서 될 일인가.

인권법을 제정해 ‘인권선진국’을 지향하겠다는 마당에 ‘프락치’를 연상케 하는 민간인 사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문제가더 이상 파문을 일으키 지 않도록 하려면 경찰은 정확한 경위와 진상을 스스로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에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 야 마땅하다. 그리고 다른 정보기관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지 모른다는 우려를 유념해 또다른 사찰의 문제가 터져 나오지 말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보기관으로서는 사찰의 이유로 범죄의 예방과 행정의 효율 따위를 들지 모르지만 더이상 국가기관이 일반 국민을 감시하는 일이 벌어져 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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