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제 현행 유지 발표는 정부가 영상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일정한 시각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곧 영화가 상품이기 이전에 문화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통상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문화적 예외’를 이해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이번 사태의 전환점은 지난 14일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 대표단과 한덕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의 면담에서 마련됐다. 한 본부장은 여기서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이 문제는 최종적으로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 장관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공을 문화부로 넘겼다. 이에 따라 16일 신낙균 문화부 장관이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 입장을 밝힘으로써 그간의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스크린쿼터 논란은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정부 부처간 인식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음을 노출시켰다. 우르과이라운드협상 때부터 드러난 경제부처의 문화인식 부재가 새 정부 들어서도 보완되지 않은 것이다. 스크린쿼터를 경제논리로 접근한 외교부의 시각도 문제지만 영상산업 보호 차원에서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의 필요성을 설득하지 못한 것은 문화부의 책임이다. 미국과의 한-미투자협정 3차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겨 끌려가듯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 그 예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일단 정부차원에서 큰 이견 없이 현행유지로 가닥을 잡았지만, 앞으로 열릴 실무협상과정에서 미국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우리 쪽에서 3차 실무협상 때 `92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여서 이를 철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고위당국자는 이날 “비공식이기는 해도 당시 내놓은 안이 있는데, 다시 후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곤혹스런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외교부쪽은 향후 스크린쿼터 협상대책과 관련해 “현행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인 146일을 줄일 수도 있고, 현재 40일인 감경일수를 늘리는 방안도 있다”면서 “미국으로서는 앞의 방안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현행 유지’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쿼터논란이 재연될 소지도 없지 않다. 고명섭 이태희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