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설] 이라크 공습과 클린턴 탄핵
미국이 이라크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91년 `사막의 폭풍작 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군사행동인 이번 공격은 앞으로도 며칠 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미사일 공격은 바그다드의 대통령궁을 포함한 안보·군사 목표물에 집중된 것으로 보이나 상당수의 민간인 피해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태 파급으로 원유값은 물론 달러값도 올라가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동요하는 양상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고 줄기차게 미국과 신경전을 벌여오면서 공격 빌미를 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클린턴 대통령이 하필 이 시점을 잡아 공격을 감행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클린턴 대통령은 사찰을 거부하다 군사공격이 임박하면 후퇴하는 후세인의 술수에 더 이상 놀아날 수 없다며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엄연한 정치정세를 고려할 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섹스추문으로 빚어진 클린턴 탄핵안이 이라크 공격 하루 뒤면 하원에서 심의·표결될 예정이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클린턴이 공격을 개시한 절차에도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사찰단이 바그다드를 철수하자마자 공습을 즉각 결정한 점, 유엔 안보리의 논의를 생략해버린 채 무력응징에 나선 점이 우선 설명되지 않는다. 이라크의 대량 파괴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여러 장치가 유엔 안보리를 통해 마련되었다는 연유에서도 미국의 무력행사는 반드시 안보리에서 미리 논의돼야 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등의 강력한 반발에서도 클린턴 대통령이 이번 일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인상이 짙다. 안보리 회원국들이 사찰단원을 철수시킨 유엔 특별위의 결정 근거에 의문을 표시했다는 친화쑨 중국 대사의 발언은 그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어쨌든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겨냥했다면 일단은 성공을 거두었다. 공화당이 위기상황을 맞아 탄핵안 심의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후세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고통 감수와 단속 강화의 명분으로 유엔의 경제제재를 악용하면서, 한편에서는 생화학무기를 개발하려고 시도함으로써 공격을 자초했다. 그는 서투른 방식으로 걸프만의 세력균형을 깨뜨리려는 강수를 두다가 또한번 응징당한 셈이다. 후세인 대통령은 더이상 무고한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무조건적 무기사찰 재개를 받아들여야 한다. 클린턴 대통령도 이라크 공격으로 탄핵안을 궁극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당장 안보리를 통해 후세인 대통령과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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