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전격 공격은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다.

올해 내내 끌어온 이라크 문제가 지난 11월 15일 대충 봉합된 뒤에도 미국이 배치했던 군사력을 철수하지 않고 “대량 파괴무기 개발 저지를 위한 유엔의 사찰을 이라크가 방해하면 언제라도 공격하겠다” 고 천명해놓은 터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초점은 이라크가 유엔특별사찰단 (UNSCOM) 의 사찰을 얼마나 고분고분 수용하느냐의 문제였던 만큼 최근 이라크가 UNSCOM의 사찰에 잇따라 반발한 것은 미국에 공격 명분을 축적시켜준 셈이었다.

그럼에도 빌 클린턴 대통령의 공격명령은 국내외로부터 심한 역공 (逆攻) 을 받고 있다.

공격 직후 소집된 유엔안보리 긴급 회의에서부터 반발이 거셌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행동이 안보리와 사전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단행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유감을 표시,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 물론 아랍 국가들은 더욱 펄펄 뛰며 미국의 패권주의적 횡포라고 강도높게 규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탄핵을 모면키 위한 술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비록 공화당이 국가적 사태에 대한 초당적 대처라는 명분에 끌려 탄핵안 처리를 뒤로 늦추긴 했지만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공격을 못마땅해하고 있다.

공화당 제럴드 솔로몬 하원의원 (뉴욕주) 은 “이번 폭격의 유일한 이유는 탄핵 절차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으로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도 “타이밍이 적절치 않았고 충분한 근거와 명분도 부족하다” 고 했고, 로렌스 이글버거전 국무장관도 “군사행동은 지지하지만 타이밍에는 ‘냄새’ 가 난다” 고 지적했다.

클린턴에 대한 ‘호전적 (好戰的)’ 분위기 속에서도 공화당 지도부는 어쨌든 전쟁이 났으니 일단 하원에서의 탄핵표결은 며칠 연기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 투표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만일 공화당의 비난대로 탄핵투표 연기를 위해 클린턴이 이라크 공격의 단추를 눌렀다면 기껏 2~3일을 더 벌려고 전쟁을 일으켜 공화당의 반 (反) 클린턴 분위기만 더 키워놓은 셈이다.

그러나 이미 클린턴의 이라크 공격 명분은 크게 훼손됐고, 또 클린턴은 미국의 전쟁 수행 도중 하원에서 탄핵되는 첫번째 군 통수권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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