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치밀한 각본’에 의해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선택한 고도의 정치적 작전이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리처드 버틀러 유엔무기특별사찰단장이 16일 무기사찰단원들에 대해 퇴거명령을 내린 뒤 클린턴이 `사막의 여우작전’을 명령하기까지 불과 12시간여에 불과할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은 공격배경을 설명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은 이라크 무기사찰에 대한 버틀러의 새 보고서를 읽고난 뒤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버틀러의 보고서는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무기시설을 비밀리에 광범위하게 해체했다”는 평상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미국이 공격전 버틀러에게 무기사찰단의 철수를 은밀히 요청했다는 `사실’ 또한 사전 각본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은 이날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인용해 “미국이 공격전 버틀러 단장에게 이라크에서 철수하도록 조언했다”고 폭로했다. 이라크는 그간 버틀러 단장을 `미국첩자’라고 지칭하며 그의 친미적인 성향을 거듭 지적해왔다.
중국 등 일부 안보리회원국들은 미국이 유엔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인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국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무기사찰단의 철수결정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안보리와 상의하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물론 클린턴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 직전까지 갔던 지난달 15일, 공격철회를 발표하면서 “이라크가 비협조적일 경우 미국은 `경고없는 군사공격’을 실시할 것”이라며 유엔을 배제한 상태에서 공격할 수 있다는 논리를 기정사실화했다. 클린턴은 지난주 중동 방문에서도 이를 거듭 확인했다.
미국이 이번 공격에 앞서 걸프지역의 군사력을 증강시켰다는 사실도 공격이 미리 준비됐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국은 10일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B-52 폭격기를 각각 걸프인근에 배치했으며, 패트리어트 3개중대와 유럽에 주둔중인 수백명의 미군을 이스라엘로 이동배치했다. 오는 18일 항모 칼빈슨호가 걸프에 도착할 경우 미군전력은 배가된다.
분석가들은 클린턴이 지난주 이스라엘의 철군거부로 `중동카드’가 탄핵문제 해결에 별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아껴둔 `후세인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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