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예산은 재정적자 시대를 맞아 `칸막이’가 벗겨진 대표적인 분야다. 정부는 교육부 소관 일반회계와 5개 특별회계를 합친 교육예산의 총규모를 올해의 17조5천억원에서 16조6천억원으로 5.1%나 줄였다. 빚을 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할 처지이기에 과거 너나없이 증액에 동의해온 `백년대계’ 예산에도 삭감의 칼을 댄 것이다.
하지만 내년 교육예산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이번삭감은 교육부와 예산당국의 감축 의지보다는 여건상 불가피했던 측면이 커 보인다. 전체 감소액은 8900억원에 이르지만,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액이 1조원이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교부금은 내국세의 11.8%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로 내국세가 적게 걷히면 그만큼 덩달아 줄어든다. 총예산의 삭감 규모가 세입쪽에서의 자연감소분에 못미친다는 얘기다.여기에 전체 공무원 인건비도 총액 기준으로 4.5% 내려갔기 때문에 교육예산 중 사업비는 오히려 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정부가 겉으로는 `성역 예산을 없앤다’며 교육예산을 줄였다고 하지만 실제 예산절감 의지는 별로 없었던 셈이다. 특히 일부 사업은 방만하게 짜여졌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은 대표적으로 예산이 낭비될 수 있는 사 업으로 꼽힌다. 이는 교육부가 2천억원이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세계 수준의 연구중점대학원 중심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하나도 세워지지 않았다.
서울대로 짐작되는 특정 국립대에 대학원 전용시설을 구축해 기초과학과 첨단공학 관련 핵심분야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정도가 계획의 전부다. 일단 예산을 따놓고 계획을 세우겠다는 식이지만 , 2천억원이란 예산은 이렇게 쓰기에는 너무 많다.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먼저 예산을 배정한 사업은 예산만 낭비될 공산이 크다.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 정책에 따라 9개 대학에 해마다 200억원씩 모두 1천억원을 투입한 국제대학원사업은 교육부 스스로 실패를 자인했다. 일부 대학에선 예산을 받고도 쓸 데가 없어 금융회사에 예치한 사례도 있다. 9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종료되는 8개 공과대 육성사업도 결산 때마다 낭비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연구중점대학 육성사업이 이들 사업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개혁위를 대체하게 될 `새교육공동체위원회’의 운영비 9억원 가운데 홍보·연수비가 3억6천만원이나 돼 이른바 ‘먹어 없애는’ 돈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신설된 학부모단체 지원예산 3억원은 학부모들을 교육개혁에 동참시킨다는 좋은 명분 에도 불구하고 선심성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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