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에 관한 한 우리 교육현장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인권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불온시해온 독재정권의 영향이 워낙 뿌리깊은 탓이다.

교육현장에서 엉뚱한 일도 벌어진다. 서울 ㄱ중학교 이아무개(3 4)교사는 89년 유엔이 제정한 `아동청소년권리조약’을

수업교재로 삼았다가 교감에게 불려가 호된 질책을 들었다. 교감은 “불온문서의 출처가 어디냐”고 다그쳤다.

도덕을 가르치는 이 교사는 “ 이 권리조약은 유엔이 제정한 것이고 정부가 나서서 홍보할 의무도 있다”고 설명했으나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유엔이 각 나라 교과과정에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을 반영하라고 결의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인권교육 실정은 이런 형편이다.

현행 중·고 교과서의 도덕, 사회과 교과에는 인권관련 내용이 언급돼 있다. 그러나 헌법내용 가운데 하나로 나열되

고 있는데다 법질서 준수와 권리규제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용교 광주대 교수는 “국민기본권 부분은 5쪽에 불과하고 기본권 제한과 통치기구 부분은 21쪽에 걸쳐 다루는 등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비판 했다. 더욱이 세계인권선언

이나 정부가 이행을 약속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내용도 교과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도덕교과연구회 등 평교사모임과 인권단체들은 최근 부교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인권문제에 대한 토

론식 수업 등 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인권교육실 이 9일 교재용으로 펴낸 <청소년 인권

교육을 위한 길잡이>(사람생 각)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인권교육의 불모지에 싹을 틔우는 작업인 것이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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