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 7. 22 새벽. 부산경찰청 보안수사대원들의 느닷없는 급습으로 잠도 덜깬 상태에서 울부짖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부산, 울산지역의 민주인사들이 강제 연행되었다.

울산시 동구청장 김창현씨는 그 다음날인 7.23 오후 4시경 집무실에서 체포, 연행 되었다. 이들에게 씌워진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체제전복 및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조직된 반국가단체의 결성 및 가입이었다.

이들은 각기 속해 있던 민주노총 및 울산연합 등 각 단체들은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조직이며, 이들이 조직의 일원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해 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굶주림에 죽어가는 어린이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범적인 북녘동포돕기운동을 벌인 바 있고,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위협하는 노동법개악 및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힘있게 다그쳐 왔다.

또한 시민운동 차원에서 시내버스 요금 인상반대 운동을 전개하였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모임을 통해 활발한 지역주민운동을 벌여왔다.

이런 활동의 결과 울산, 부산의 시민들과 노동자들에게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아 지난 6.4 지방선거에선 민주노총 후보로 수많은 후보가 출마하여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을 대거 당선시킨바 있다. 그러나 경찰조사과정에서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속해 있는 노동 및 재야단체들의 합법적 활동은 반국가적 행위로 규정되었고 주민사업은 주민 의식화, 선동불순행위로, 진보적 합법정당 건설 사업은 지하혁명당 구축 사업으로 둔갑되었고 심지어 북녘동포돕기 운동은 김정일 보위투쟁으로 매도되었다.

공안경찰 불법 도청자료 내세워

이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안경찰들에 의하여 꿰맞추기식 수사로 일관된 흔적이 짙다.

처음 경찰 발표때는 반제청년동맹으로 불리웠다가 다시 한민전 영남위원회로 바뀌었다가 경찰조사과정에선 줄곧 조선노동당 영남지역당으로 불리웠다. 그러나 반제청년동맹은 80년대말 잠깐 활동하다가 90년대초에 사라진 조직이며, 한민전은 실체가 없는 대남방송조직이며 조선노동당으로 끌고가기엔 지나친 점을 깨달은 경찰들은 이 모든 명칭을 포기하였다.

그 흔한 강령, 규약, 수칙, 하부조직, 외곽단체 하나 없이 단파라디오, 난수표, 달러화 한 장없이 이들은 반국가단체가 되었다. 증거로 제출한 것은 모두 불법 도.감청한 녹음 테이프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져 나와 사회문제가 된 불법 도·감청 문제는 실로 빙산의 일각이었다. 이들은 자그만치 4 ~ 5년씩 부부가 생활하는 방을 감청, 도청 당했다.

전화감청과 미행은 일상생활화 되어 있었으며 수사관들은 수시로 집을 몰래 드나들며 책자와 자료집, 디스켓 따위를 훔쳐 간 것으로 보인다.

법정에서 이것이 문제되자 “조직 내부 협력자가 있어 얻었다”고 발뺌 하고 있다.

“국보법 이젠 폐지할 때”

공안경찰들은 혐의 사실과 수사기록문들을 월간조선 등의 잡지에 공개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자행하였고 월간조선은 기자의 상상력까지 동원, 이들을 천하의 빨갱이로, 재판 시작도 하기전에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도하였다.

인권유린의 비참한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두 가정의 부부를 동시에 체포, 감금하여 졸지에 부모를 잃은 어린 고아들이 발생하였다. 살인, 테러, 방화를 한 극렬 사범도 아닌 재야단체인사들에게 군사정권에서도 보기드문 폭거를 자행한 것이다.

공안경찰들은 울부짖는 아이들을 강제로 떼어놓고 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부모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아이들은 어린 것이 네 살이요, 큰 아이는 여덟살이었다. 이 아이들은 돌봐 줄 사람도 없는 빈 집에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뿐만아니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민선구청장을 긴급체포 했을 뿐 아니라, 아무도 없는 빈집에 드릴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수색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구금된 사람들 중에는 허리 디스크로 인하여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중환자가 두 명이나 있고 간경화라는 시한부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있지만 여전히 병보석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제대로 치료라도 해 달라고 사건관련자 전원이 단식을 수일간 하며 눈물로 호소하는 차마 두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폭력적으로 정부를 전복하고 체제를 부정하는 과대망상증 환자들이 아니며 북과 연계된 반국가단체를 구성한 사실은 더더욱 없다.

수년간 감시하며 짜놓은 조직틀은 언제든지 반국가단체로 터뜨릴 수 있었다. 총선, 대선전, 혹은 노동법 개악 반대투쟁 때, 지자체 선거 수차례 기회를 엿보다가 결국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의 시기를 맞추었다. 파업 열기를 가라앉히고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순수한 본의를 호소하기 위해 조작되어진 공안사건의 희생물이 바로 이사건이었다.

노동자와 민중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정의롭게 살아가려는 이들의 뜻은 결코 꺾지 못할 것이다. 공안기구는 이들을 포승과 수갑으로 묶었지만 자유롭고 순결한 이들의 진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즉각적인 무죄석방과 인권유린중단, 그리고 불법과 조작을 일삼은 공안당국 책임자의 처벌을 위해 요구한다.

총선, 대선철마다, 사회의 큰일이 있을 때마다 여론호도용 조작사건의 법률적 근거가 되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것만이 두 번다시 이들과 같은 희생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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