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9월까지 방송3사의 대표적인 시사고발프로그램인 KBS ‘추적 60분’, MBC ‘PD 수첩’, SBS ‘뉴스추적’ 아이템 분석.

고발기능 미흡한 시사고발프로그램

먼저 아이템 성격을 분석해 보면 시사·사회비리 관련 고발과 사회적 현상을 다룬 세태문제가 동등한 비율(각 46.5%)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 세태반영이 시사·사회고발과 같은 비율로 나타난다는 것은 사회의 부정·부패·비리를 고발해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시사고발프로그램의 이념에 걸맞지 않는 것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사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다.

고발의 경우 KBS ‘추적 60분’은 ‘휘발유 속고 사고 있다'(6월7일), ‘아파트 관리 당신도 손해본다'(9월3일)같은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인 생활경제(20%)의 문제점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KBS가 사회구조적인 문제점보다는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MBC는 ‘대도 조세형-15년만의 진실'(5월12일), ‘영아원 임상실험 이후'(5월26일), ‘노예의 섬-양지마을'(7월28일)등 인권유린문제(55.5%)를 주요 고발대상으로 삼고 있다. 인권, 생활경제, 교육, 언론의 문제점은 주요하게 다루고 있으나 기타 다른 분야의 문제점은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아 주제의 편향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SBS는 KBS와 MBC에 비해 고발보도(57.8%)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주제도 비교적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집단의 모습을 대중화시켜 보도하거나, 생동감 있는 화면을 얻기 위해 폭력을 방조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해 진정한 고발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아이템의 연성화

시사고발 전체 아이템 86건 중에서 경제분야는 6건(6.9%), 정치 2건(2.3%), 언론 2건(2.3%)에 그쳐 부정부패 집단에 대한 비리 고발에는 태만했다. 그 대신 인권문제, 일상생활과 관련된 생활경제와 보건/복지, 교육, 사건/사고, 스포츠 등이 주요 아이템으로 다뤄지고 있다. 방송 3사 모두 시청률이 보장되는 손쉬운 연성 아이템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성 아이템 중에서도 상업적인 보도태도로 눈에 띄는 것은 스포츠다.

지난 여름 우리 사회는 박세리 골프, 박찬호 야구, 프랑스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스포츠열풍에 빠졌었다. 이 시기 방송 3사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는 스포츠 이상열풍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밀착취재-붉은악마의 고행길'(6월18일, KBS 2건), ‘차범근파문 그 진실은'(8월4일, MBC), ‘박세리 신화의 비밀'(8월4일, SBS) 과 같은 ‘스포츠 스타 만들기’ 내용을 6건이나 보도했다.

자극적인 제목 선정적인 화면으로 시선끌기

MBC ‘PD수첩’의 ‘원조교제 – 10대 신종 아르바이트'(6월9일), SBS 뇌물 노트'(5월 19일), ‘대학폭력이 춤춘다'(5월 26일), ‘만화침공'(7월 28일), ‘정리해고 폭력이 춤춘다'(8월 18일), ‘불황시대의 마지막 식량'(8월 25일)등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과 제목을 사용해 문제가 된 프로그램들이다. IMF시대에 보험금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서민과 채권자가 생명보험에 가입한 채무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처절한 현실을 고발한 SBS ‘뉴스추적’의 ‘불황시대의 마지막 식량'(8월 25일)은 자극적이다 못해 잔인한 제목으로 문제가 됐다.

후속보도 없는 일회성 폭로

‘시사고발프로그램은 일회성 고발에 그치기보다 방송 이후의 상황까지 추적보도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본 취지를 생각할 때 후속보도는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 빠져서는 안될 부분이다. 그러나 분석기간동안 고발대상으로 분류된 40건의 아이템 중 후속보도가 이루어진 것은 MBC ‘PD수첩’ (7월 23일 ‘노예의 섬-양지마을’, 8월 25일 ‘양지마을-끝나지 않는 이야기’) 단 1건 뿐이었다. 우리나라 시사고발프로그램이 탐사저널리즘에 이르지 못하고 무책임한 폭로저널리즘에 그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고발 프로그램은 고발된 내용을 사회적 문제로 확산시키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후속보도를 통해 문제제기의 결과를 점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일회성 폭로에만 머물고 있어 진정한 시사고발프로그램으로서 기능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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