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의 동향]

제일은행의 해외매각으로

초국적 금융자본의 국내 은행업 장악 본격화

제일은행, 미국 뉴브리지 금융컨소시엄에 매각

제일은행 인수자가 미국 투자기관인 뉴브리지 금융컨소시엄으로 최종 확정됐

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제일은행 인수를 놓고 막판 경합을 벌인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BSC) 과 미국 뉴브리지 금융컨소시엄의 인수조건을 검토한 결

과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뉴브리지 측에 제일은행을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브리지 측은 ▶제일은행 주식 51%를 인수하되 ▶기존의 대출금이 추가로 부

실해질 경우 앞으로 1년간은 정부가 전액 보전해 주고 그 다음 1년간은 일정 한

도 내에서 보전해 주며 ▶제일은행의 점포와 인원을 절반 정도 감축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날 전격적으로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뤄졌다.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쳤던 HBSC 측은 정부안대로 지분인

수 51%에는 동의했으나 인수 후 1년 내에 정부지분을 추가로 넘겨줄 것을 요구

해 최종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아메리카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와 미국 최대의 전기`전자업체인 제너

럴일렉트릭(GE)의 금융자회사인 GE캐피털로 구성된 뉴브리지 컨소시엄은 주로

기업 인수`합병 (M&A) 후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가 오르면 이를 되팔아 투자

수익을 올리되 경영에는 거의 간여하지 않는 투자전문회사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번에 팔리지 않은 서울은행에 대해 정부는 다른 외국인 인수자를 찾아

당초 예정대로 99년 초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알려진 바로는 뉴브

리지측과 경합을 벌이다 탈락한 영국계 HSBC가 유력하다. 올해 내내 거론되던

시티은행도 후보중의 하나다. 또다른 매입선이 나타날 수도 있다. IMF와의 합의

때문에 서울은행도 올 1월말까지 외국자본에게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은행 매각 과도한 양보, 헐값 매각

정부는 제일은행의 매각에 대해 두 인수 경합자로 인해 줄다리기 끝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서 매각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사실은 작년 말 IMF와 맺은

협약 시한에 쫓겨 미국계 초국적 금융자본인 뉴브리지 측에 엄청난 특혜를 준

채 헐값으로 넘겨준 것이다. 초국적 자본들은 이러한 시한을 의식하고 그 동안

에는 매각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다가 막판에 터무니없이 과도하게 제시

한 조건에서 조금 양보하면서 자신들에게 대폭 유리한 조건으로 매입한 것이다.

첫째로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의 인수 대상 자산을 선택할 권리를 가질 것을 요

구했고 정부는 이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브리지는 부채는 전액 인

수하지만 자산은 우량예금과 우량기업여신만 인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

려졌다. 정부는 뉴브리지가 인수하지 않는 자산은 예금보험공사가 페이퍼 컴퍼

니인 배드뱅크를 만들어 인수한 후 정리할 예정이다. 즉 고정 이하 부실채권은

성업공사에 매각하고 나머지 요주의와 정상 여신은 배드뱅크에서 관리, 시간을

두고 회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일은행에 추가로 집어넣어야 할 돈은 약 4조∼5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지난해 1월 정부는 제일은행에 1조 5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

했고 3조 5천6백92억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사줬다. 모두 5조 원의 재정이 투입

된 것이다. 여기에 다시 5조 원 가량을 지원하면 제일은행 하나 파는 데 약 10

조원의 국민세금을 쏟아붓는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93.75%의 제일은행 정부

지분을 51%만 넘기되 나머지 지분은 주가가 오른 뒤 비싼 값에 되팔면 투입자금

중 5조 원 가량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째로 뉴브리지 측이 인원 및 점포 정리 결정권을 갖고 한국정부가 그 비용

을 부담하기로 하고 소액주주의 지분을 소각하기로 한 점이다. 이들은 제일은행

이 그 동안 2차례의 구조조정을 통해 3,000여 명의 인원을 줄인 현재 상태에서

50% 가량의 인원과 점포를 추가로 줄일 방침이어서 제일은행은 올 6월에 다시

대규모 인원정리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과 위로금, 점포 정리시 보증금을 받지 못할 경우 손해금액 등을 모두 한국 정

부가 대신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뉴브리지 측이 부담해

야 할 직원 퇴직금까지 한국정부가 떠안는 것이다. 또 소액주주의 지분유상소각

에 따른 재정부담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셋째로 정부가 제일은행의 자산부채초과분으로 지급하는 예금보험공사채권의

금리도 큰 쟁점이다. 뉴브리지는 채권금리를 은행평균조달금리+2.5% 이하는 곤

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월 중 조달금리가 평균 7.46%인 점을 감안할 때

9.96%에 달하는 매우 높은 금리다. 정부가 지난 9월 5개 퇴출은행의 자산부채초

과분을 변동금리부 예보채권으로 지급할 때 금리가 11.83%였으나 최근에는 시중

금리가 7∼8%까지 내려간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하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외국인 자본의 제일은행 인수의 파급효과

첫째로 정부는 이른바 한국에 대한 국제신인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

가하고 있다. 예컨대 <뉴욕타임스> 지는 1일자 보도에서 한국 정부와 뉴브리지

캐피털 투자 컨소시엄의 제일은행 매각 합의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김대중 대

통령 정부가 외국 투자가로부터 받은 가장 분명한 신임투표”라고 치켜세우고 있

다. 이 신문은 도쿄발 기사를 통해 매각 가격 등 협정의 세부내용이 최종 확정

되면 몇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이번 합의는 또 일본과 인도

네시아,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금융체제개혁의 속도와 청사진을 제시하

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일은행을 외국자본에게 매각한 것이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강요에 의한 것임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둘째로 정부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국내 금융업에 참여함으로써 선진금융기법

의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제일은행을 인수하기로

한 뉴브리지 금융컨소시엄이 장기 영업을 통해 이익을 올리는 정통상업은행이

아니라 주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후 되파는 방식으로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투자기관이라는 점에서 선진금융기법 도입이라는 파급효과는 크게 기

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이번 제일은행의 매각과 올해 초로 예

상되는 서울은행의 매각을 계기로 국내 금융산업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만은 분

명하다. 국내 은행들은 이제 수익성을 철칙으로 삼는 외국은행과 ‘얼굴을 맞대

고’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셋째로 대기업여신의 축소와 기업기밀의 해외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제일은행

을 인수한 뉴브리지 컨소시엄은 5대 재벌 등 대기업에 나간 여신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가 나쁜 일부 재벌그룹의 경우는 자

금사정이 앞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

자는 2일 “뉴브리지-GE캐피털 컨소시엄은 거액여신을 국내 은행보다 훨씬 엄격

하게 제한하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며 “급격한 여신 회수는 없겠지만

상환 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불건전 여신은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대 재벌그룹 중 제일은행과 주거래 관계에 있던 대우, SK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대우 2조 8,000억 원, SK 8,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새로운 외국인 경영진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새로 맺어야 할 가

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64대 계열로는 동국무역, 통일, 신호, 한일시

멘트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기업기밀의 해외유출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통상 주채권은행은

해당기업에 대한 현금흐름을 백만 원 단위까지 파악하고 있다. 금융실명제 등

법적인 보안장치가 있지만 은행이 맘만 먹는다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재무

상태나 경영전략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당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제일은행의 해외매각에 대비해 별도의 보안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넷째로 제일은행 매각에 따라 노동자.민중은 5조 원에 이르는 추가 세금부담

과 대량해고의 부담을 전담하게 된다.

생명보험사 3∼4개 1분기 중 해외매각

제일`서울은행의 해외매각에 이어 금년 3월까지 생명보험사 3∼4개가 해외 투

자자에 매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3일 “보험구조조정의

차원에서 경쟁력이 약한 생보사 3∼4개를 해외에 매각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

이라며 이같은 계획이 2월 이내에 마무리되면 1분기 중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매각대상은 지난해 8월 보험사 정리에서 퇴출을 면했으

나 사실상 조건부승인을 받아 경영정상화 이행 계획을 제출한 7개 생보사 중 일

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행계획서 제출 이후 이들의 정상화 추이를 점검해 왔으나

일부사의 경우 외자유치나 자본확충 등을 통해 내년 3월말까지 지급여력 부족비

율을 10% 이내로 축소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이같은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생보사의 해외매각에는 제일은행과 유사하게 정부가 공

적자금으로 자산부족액을 채워넣은 후 지분의 일부를 해외투자자에게 넘기는 방

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개별적이 아니라 3∼4개를 합병해 매각하는 방법도 고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생보사를 해외매각할 경우 제일은행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정부의 공적

자금이 투여될 것이고 그로 인한 노동자.민중의 세금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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