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오는 새해를 맞으며 `푸른꿈 고등학교'(교장 김경남) 교사 13명은 그 누구보다 벅차고 설레어 있다.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진도리 해발 420m 덕유산 자락의 폐교부지에 자신들의 꿈을 담은 학교를 세우는 데 성공해 3월3일이면 토끼같은 제자 25명을 받기 때문이다. 작은 학교지만 자신들의 모든 것을 던져 일궈냈기에 저마다 깊은 감회와 기쁨에 젖어 있다.
“교사들이 직접 출자해 만들었습니다. 자본의 힘에서 벗어나 교사들이 중심이 돼 만드는 학교가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보여 주고 싶습니다.”
유정인 교사(41·영어과)도 전세금 3천만원을 이 사랑의 학교에 들여넣었다고 했다. 13명의 교사들은 사재를 털어 학교부지를 사들인 뒤 지난 1년 동안 학생들이 생활할 기숙사의 방을 만들고, 거미가 집을 친 낡은 건물에 페인트를 칠하며 단장해 왔다.
푸른꿈 고교는 자연친화적인 `환경·생태교육’을 지향하는 특성화 고교다. 콩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는 `농심(農心)’의 자연철학을 그대로 교실에 옮겨심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 기성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 학부 모가 함께 참여해 만들어나가는 학교인 것이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입학전형은 학생들이 직접 쓴 자기소개서와 글·그림·만화 등 자유로운 표현물, 학부모가 낸 학생소개서와 보호자의 소견서를 통해 65명 가운데 15명을 우선 걸러냈다. 남은 50명 가운데 25명은 1박2일간의 합숙생활을 통해 최종 선발했다.
“선생님, 제가 왜 불합격이예요?”
국어사전에서 선발, 경쟁, 불합격이라는 단어를 깨끗이 지우고 싶어하는 이 학교의 교사들에게 탈락생의 이유있는 항변은 `고문’과도 같았다고 한다.
1998년 마지막 날. 푸른꿈 고교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커다란 귤상자를 교무실 한켠에 밀어넣고 난로가에 마주앉은 남녀는 새 식구가 된 엄찬용(16)군의 아버지와 어머니다.
“사명감 하나로 교사들이 선봉에 섰으니 이제는 학부모들 차례 입니다. 학부모들도 인식전환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엄군의 아버지 엄기원씨의 제안으로 예정에 없던 임시 학부모회의가 오는 9일 학교에서 열린다. 학부모들은 교사들과 함께 교과학습과 기숙사생활 및 학생지도부터 학교발전계획과 관련한 재정상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상의하게 된다.
교사나 신입생 모두가 기다리는 `푸른꿈 예비학교’도 1월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예비학교 동안 학생들은 교사들과 함께 직접 땔감을 마련하고, 자신들의 먹거리를 손수 준비하는 `노작교육’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교사들은 새 학교를 위해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왔다. 이무흔(31·한문과)교사는 생태교육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일본의 아시아농업학교에서 `생태에너지와 생태농업’등을 주제로 연수를 마쳤고, 11월엔 모든 교사들이 발도로프 학교교육을 모델로 교사연수까지 마쳤다.
그렇다고 푸른꿈 고교가 호화찬란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단층 건 물에 교육사랑방(교무실), 식당, 도서실, 과학실, 교실 한칸과 재래식 화장실이 전부다. 노작교육이 이뤄질 3700평의 밭이 위안이지만, 교사들은 당분간 월 25만원의 쥐꼬리 봉급으로 살아가야 한다.
힘든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푸른꿈 고교와 같은 특성화 학교들을 위한 관련법은 정비돼 있지 않아 99년도에 임용이 허가되는 교사수는 3명에 묶여 있다. 나아가 13명의 교사는 다른 보조요원없이 일반학교와 같이 연간 2000여건의 공문서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푸른꿈 고교의 교사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푸른꿈 고교의 작은 실험정신이 열매를 맺어 전국에 메아리치길 바라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후원문의:0567-323-2058~9 .
<황석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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